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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를 먹어도 제대로… 죽도 간편식도 고급화 바람

중앙일보 2019.04.23 05:01 종합 23면 지면보기
식품ㆍ외식업계의 프리미엄 바람이 심상찮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욜로’, 마음의 만족을 중요시하는 ‘가심비’ 등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발맞춘 행보다.  
죽 전문점 '본죽'이 선보인 트러플 전복죽. [사진 본죽]

죽 전문점 '본죽'이 선보인 트러플 전복죽. [사진 본죽]

 

'소확행' 맞춰 식재료 관심 커져
트러플오일·전복 넣은 죽 잇따라
편의점 간편식에 연어 스테이크
식품시장 고가·저가 양극화 뚜렷

전복에 트러플까지…죽 한 그릇도 고급스럽게
지난 3월 말 본아이에프가 운영하는 죽 전문점 ‘본죽’과 한식 캐주얼 다이닝 ‘본죽&비빔밥 카페’는 세계 3대 진미로 손꼽히는 트러플(송로버섯) 오일과 전복 등 고급 식재료를 활용한 ‘트러플 전복죽’을 출시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본죽은 지난해 ‘로스트 머쉬룸불고기죽’을 시작으로 ‘홍게 올린 죽’ ‘홍게 품은 죽’ 등 프리미엄 죽 메뉴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푸짐한 완도산 전복에 향긋한 트러플 오일을 추가해 맛은 물론 시각적 요소와 심리적 만족감까지 더했다. 전복 내장 소스를 넣고 밥을 끓인 후 토핑으로는 전복과 톳을 올려 영양과 풍미를 높였다. 임미화 본죽 본부장은 “소비자의 입맛이 고급화됨에 따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나 즐길 수 있는 트러플을 죽에 도입했다”며 “출시 2주 만에 3만2000그릇 이상 판매되는 등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죽에 사용한 트러플 오일은 지난 2월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가수 화사가 짜장라면에 넣어 먹으면서 급속도로 인기를 얻은 고급 식재료다. 방송 직후 유튜브ㆍ블로그 등 SNS엔 ‘화사 짜장라면’ ‘트러플오일 짜장라면 레시피’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다양한 짜장라면 레시피와 먹방 게시물이 올라왔다. 실제로 트러플 오일의 판매량도 늘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지난 1~3월 트러플 오일 매출은 전년대비 28% 신장했다. 홍석진 갤러리아백화점 F&B 상품팀 과장은 “맛있는 음식을 통한 소확행 트렌드와 유럽 식재료에 대한 관심으로 트러플 외에도 올리브 오일, 발사믹 식초 등 프리미엄 식재료의 매출이 20%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세계3대 진미로 알려진 트러플(송로버섯)과 트러플 오일. 최근 트러플 오일을 가미한 짜장라면 등의 인기로 관심이 높아졌다. [사진 본죽]

세계3대 진미로 알려진 트러플(송로버섯)과 트러플 오일. 최근 트러플 오일을 가미한 짜장라면 등의 인기로 관심이 높아졌다. [사진 본죽]

 
침체기를 맞은 한식 뷔페도 고급화 전략에 동참했다. 최근 1~2년 사이 한식 뷔페 매장 수가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비싼 가격의 프리미엄 매장의 경우는 매출이 오르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반포 센트럴시티에 만든 ‘올반 프리미엄’ 매장이 대표적이다. 일반 매장을 프리미엄 컨셉트로 바꾸면서 스테이크ㆍ돌솥영양밥 등 현장에서 바로 요리해주는 라이브 메뉴들로 구성했다. ‘폴바셋’ 커피와 유명 떡집 ‘종로복떡방’의 떡을 디저트로 내놓는 등 전체적인 메뉴를 조정하고 가격을 1만원 대에서 3만원 대(성인 주말 이용 기준)로 올린 결과,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0% 가까이 올랐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나머지 올반 매장도 프리미엄 매장으로 전환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선 연어 스테이크, 간편식으론 고급 중국집 짬뽕 
가성비를 중시했던 편의점과 간편가정식(이하 HMR)도 잇따라 고급화된 간편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온 HMR은 이제 성숙 단계로 진입해 프리미엄 일상식으로 진화 중이다. ‘고메’ 시리즈로 고급화된 HMR 제품을 선보여온 CJ제일제당은 출시 3개월만에 ‘고메 중화짬뽕’ 등 국수류 제품으로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메 치킨’ ‘고메 핫도그’ 등 에어프라이어 전용 프리미엄 제품들도 약 22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 상승세대로라면 올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GS25가 ‘한끼 연어스테이크’ ‘한끼 오리통살스테이크’를 출시하면서 레스토랑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스테이크 메뉴를 편의점표 간편식으로 선보였다. CU 역시 짜장면과 볶음밥을 한 데 담은 ‘차이나는 중화요리’와 두부덮밥에 마라 소스를 더한 ‘사천식 마라두부’ 등 고급 중식 요리를 1인분 도시락으로 담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마트24도 프리미엄 김밥 브랜드 ‘리김밥’과 손잡고 3000원대 프리미엄급 깁밥 두 종류를 출시했다.
이같은 식품업계의 프리미엄화 전략은 양극화된 식품 소비 패턴에 따른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시장은 프리미엄 브랜드 아니면 초저가 브랜드로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며 “가성비를 못 맞출 바에야 아예 고급 제품으로 승부를 거는 게 낫다”고 입을 모은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허탈감을 느낀 젊은층을 중심으로 내집마련 대신 ‘텅장잼’(통장을 비우며 느끼는 재미), ‘쓸쓰아아’(쓸 땐 쓰고 아낄 땐 아낀다)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고급 식재료와 레스토랑을 찾아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로 30대 직장인 신지현씨는 “다른 곳엔 돈을 아끼는 편이지만 만족할만한 음식엔 가격이 비싸도 돈을 쓴다”고 말했다. 
본죽의 임 본부장은 “나를 위한 가치 소비가 중요해진 트렌드가 지속되며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먹으려는 소비자 수가 늘었다“며 ”앞으로 프리미엄 밥상의 열풍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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