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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플레이로 초계기 갈등 한·일 2라운드

중앙일보 2019.04.22 18:40
한·일 초계기 갈등이 일본의 언론플레이 때문에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사격통제 레이더(추적 레이더 또는 일본식 화기관제 레이더) 조사(照射ㆍ레이더를 겨냥해 쏘는 것)에 대한 한국의 신(新) 지침의 내용이라며 일본 측이 자국 언론에 흘리면서다. 한국 군 당국은 처음에는 “대응 매뉴얼에 대해 일본에 알린 적이 없다”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나중에 “관련 내용을 일본에 알리며 경고한 적은 있지만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비공개 회의 내용 언론에 흘린 일본
한국 군 당국은 초기 대응 허둥지둥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월 26일 오후 부산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 지휘통제실에서 일본 초계기 위협 비행 상황을 보고받고 우리 군의 대응수칙대로 적법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월 26일 오후 부산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 지휘통제실에서 일본 초계기 위협 비행 상황을 보고받고 우리 군의 대응수칙대로 적법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오후 “지난 1월 23일 주한 일본대사관 무관을 불러 ‘일본 군용기가 3해리(약 5.5㎞) 이내로 접근할 경우 우리 함정과 승무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추적 레이더를 조사하기 전에 경고통신을 보낼 수 있다’는 취지로 강력히 경고했다”고 말했다. 일본 초계기의 저공 비행으로 한·일 갈등이 한창이던 시기 이뤄진 조치였다.  
 
국방부의 이날 해명은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요미우리는 “(한국이 신 지침을 정해) 해군 함정으로부터 3해리 이내로 들어온 군용기에는 사격통제 레이더를 이용한 조사를 경고 (방송)하기로 정했다”며 “사실상 자위대기의 접근을 방지하기 위한 지침”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이와 관련 지난 11일 양국 군 당국 실무회의에서 “우방국에 대한 과도한 군사 조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지만 한국은 불가 입장을 밝혔다는 게 요미우리의 보도 내용이다.
 
국방부는 이날 요미우리 보도에 대해 “(지난 11일 회의는) 비공개 회의였다”며 “회의 내용이 알려진 데 대해 일본 측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우리 입장은 조사 전 경고통신을 하는 등 재발방지에 방점이 찍힌 경고였다”는 입장이다.
 
나가시마 토루 주한 일본 무관이 지난 1월 23일 초치된 후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나가고 있다. 뉴스1

나가시마 토루 주한 일본 무관이 지난 1월 23일 초치된 후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나가고 있다. 뉴스1

 
그러나 국방부는 이날 자주 말을 바꾸면서 사실상 요미우리 보도를 시인한 모양새가 됐다. 국방부는 당초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이 통보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초계기 위협대응) 매뉴얼을 일본 측에 통보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지난해 사건을 계기로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 매뉴얼을 갖추게 됐다”며 “하지만 작전계획이기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해선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일본 측의 주장을 대응 매뉴얼 통보로 의미를 스스로 축소시켜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방부의 해명과 요미우리 보도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진실공방 양상을 띠게 됐다.  
 
이후 군 당국은 오후에 다시 설명에 나섰다. 작전보안상 대응 매뉴얼을 통보하지 않았지만 지난 1월 일본 측에 군사적 기조와 조치를 설명할 때 3해리를 언급하며 군의 강력한 대응의지를 피력했다는 내용이었다. 군 당국자는 “3해리는 국제 관례상 타국 항공기가 함정에 접근하지 않는 거리”라며 “설명에 혼선을 야기한 점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초계기 사건을 이슈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군 당국이 미숙한 대응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언론플레이로 해당 사안을 국내·외적으로 유리하게 활용하려 할 때 일사불란하지 못한 대응으로 빌미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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