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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국가서 부활절 테러? 스리랑카인 32명 의심받다

중앙일보 2019.04.22 15:45
귀국한 IS 소행인가…290명 앗아간 '부활절 참사' 무얼 노렸나
 
인구 2100만의 인도양 소국 스리랑카에서 발발한 연쇄 폭발 테러로 전 세계가 충격과 비탄에 휩싸였다. 이튿날인 22일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290명에 이른다. 대부분 현지인이지만 미국·영국·중국·일본·덴마크·터키 출신 외국인 30여명도 희생됐다고 스리랑카 관광개발청이 이날 밝혔다. 자살폭발 공격이 벌어진 8곳 중에 외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수도 콜롬보 시내 5성급 호텔 3곳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뉴스분석]
스리랑카 정부, 2016년 IS 합류 자국민 32명 집계
용의자 13명 체포…글로벌 테러단체 연계 가능성

 
2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폭발 공격으로 가족을 잃은 여성이 사고 현장 인근에서 오열하고 있다. 당국은 22일까지 집계된 사망자가 290명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폭발 공격으로 가족을 잃은 여성이 사고 현장 인근에서 오열하고 있다. 당국은 22일까지 집계된 사망자가 290명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테러 다음날까지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스리랑카 경찰은 용의자 13명을 체포했는데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매체는 이들이 모두 스리랑카인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루완 위제와르데나 국방장관은 이번 연쇄 폭발이 “종교적 극단주의자들” 소행이라고 밝혔다.  
 
오랫동안 ‘실론 섬’으로 불렸던 섬나라 스리랑카에서 이 같은 대규모 테러는 이례적이다. 스리랑카는 다수 불교도(인구 74.9%) 중심의 싱할라족과 힌두교를 믿는 타밀족(11.%) 간에 ‘30년 내전’을 겪다가 2009년 분쟁이 종식됐다. 이번에 주요 공격 표적이 된 가톨릭 신자(6%)는 내전과 직접 관련이 없고 오히려 중재역에 서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이번 테러가 자생적인 분쟁의 결과라기보다 글로벌 배후가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영리기관 국제위기그룹(ICG)의 앨런 키넌 스리랑카 프로젝트 대표는 “이 같은 공격은 타밀 반군 때도 본 적 없다”면서 “종족 분쟁이라기보다 글로벌한 배경이 의심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밝혔다. 미국의 지정학전문매체 스트랫포도 "스리랑카가 지하드(이슬람 급진주의자의 성전)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국제적인 충격을 주기에 적합한 장소로 선택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테러가 벌어진 게 기독교의 주요 축일인 부활절이란 점에서 수니파 급진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결짓는 목소리가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번 공격이 크리스마스·부활절에 이집트 카이로와 이라크 바그다드 등에서 성전(聖戰)을 독려했던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떠올리게 한다고 썼다. 스리랑카에서 무슬림은 소수(인구의 9.7%)지만 2016년 정부는 32명의 스리랑카인이 IS 합류를 위해 시리아·이라크 등지로 떠났다고 집계했다. 이들 중 일부가 귀환해서 자국 내 급진주의자들을 부추겼을 가능성이 있다. 더타임스는 “규모나 정교한 공격 패턴에서 (IS 베테랑으로부터) 훈련받은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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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중동에서 패퇴한 IS가 전 세계 이슬람 신도 18억명 가운데 61%가 밀집(2015년 기준)한 아시아·태평양 일대에 또다른 거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경고는 계속 나왔다. 지난 2017년 필리핀 마라위 사태를 일으킨 ‘아부 사야프’를 비롯해 이 지역 60여개 무장단체가 IS 깃발 아래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국제안보 싱크탱크인 ‘옥스퍼드 리서치 그룹’은 포스트-칼리프 시대 IS의 진로를 전망하면서 이들이 알 카에다와 마찬가지로 세계 각지에서 게릴라식 테러를 벌일 것으로 내다봤다.  
 
IS가 아니라도 훈련된 테러 조직이 스리랑카 공격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푸쥐트 자야순다라 경찰청장은 지난 11일 “NTJ(내셔널 타우힛 자맛)에 의한 자살 공격 가능성을 외국 정보기관이 알려왔다”고 관계자들에게 통첩한 바 있다. NTJ는 불상 훼손 사건 등으로 작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스리랑카의 무슬림 급진주의 단체다. 다만 대테러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격 규모가 NTJ를 넘어선다며, 파키스탄 급진 무슬림에 의한 2008년 인도 뭄바이 테러(168명 사망)처럼 인접국가 간 네트워크 가능성에 주목한다.  
 
21일(현지시간) 부활절 미사 도중 폭발로 천장이 무너진 네곰보 지역 성 세바스티안 성당에서 스리랑카 경찰과 구조대가 널브러진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경찰은 22일 동시다발 테러를 벌인 용의자 1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부활절 미사 도중 폭발로 천장이 무너진 네곰보 지역 성 세바스티안 성당에서 스리랑카 경찰과 구조대가 널브러진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경찰은 22일 동시다발 테러를 벌인 용의자 1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AP=연합뉴스]

실제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및 남아시아 국가들은 최근 몇 년간 급진주의 테러에 몸살을 앓아왔다. 이러한 분쟁의 뿌리에는 이런 나라들에서 세속주의 정치가 쇠퇴하고 인종·종교 정체성에 집착하는 정치인들의 영향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인도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힌두 민족주의 집권당(BJP)이 유권자들의 신앙을 이용해 표심을 집결시키는 것이나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군부가 무슬림인 로힝야 부족을 탄압하는 것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분쟁과 분열 속에 위기감을 느끼는 소수 종파가 급진주의 테러 세력과 만나면 ‘부활절 참사’ 같은 비극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21일 "테러 단체들이 스리랑카에서 테러 공격 모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자국 여행자의 경계를 당부하는 '경계 강화'(Exercise increased caution) 조치를 내렸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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