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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정원 보고서가 왜 이래"…'고객'들 불만이 쏟아졌다

중앙일보 2019.04.22 15:28
국가정보원에서 열리는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의원들을 기다리는 직원.

국가정보원에서 열리는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의원들을 기다리는 직원.

 
정부 내에서 국가정보원 정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최근 북한 주요 인사에 관한 잘못된 판단 때문이다. 국정원이 이달 초 북한 핵심 인물 교체를 전망했는데 실제와는 크게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정부 소식통은 “최근 국정원 대북정보 부서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며 “국정원의 부실한 정보 분석 때문에 정부 부처 안에서 국정원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김영철 실각 가능성 크다" 전망
북한, 김정은 바로 뒤에 선 사진 공개
"북한 내부 정보 부족해 예전만 못해"
고객들과 소통도 부족해 신뢰 떨어져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는 26일 북ㆍ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23일 러시아행 열차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 소식통은 “국정원 내부에선 정보실패가 또 나올까봐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차편으로 러시아를 다녀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5일 오전 베트남 공식방문을 마치고 전용열차로 평양에 도착하는 모습.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차편으로 러시아를 다녀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5일 오전 베트남 공식방문을 마치고 전용열차로 평양에 도착하는 모습.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국정원의 틀린 정보분석은 이렇다. 최근 북한에선 주요 정책 변화와 핵심 인물을 교체하는 주요 정치행사가 연이어 개최됐다. 지난 10일 노동당 제7기 4차 전원회의, 11일부터 12일까지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가 열렸다. 이에 국정원은 북한의 연쇄적 주요 회의를 앞두고 이달 초 작성한 보고서에서 몇 가지 전망을 내놨다. 이 보고서는 청와대를 비롯한 국방부ㆍ통일부ㆍ외교부 등 관련 부처에 배포됐다.
 
보고서 내용의 일부는 외부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 가운데 주목을 받은 인물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다. 국정원은 김 부위원장이 하노이 북ㆍ미 회담 실패를 책임지고 문책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김 부위원장은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 친서를 전달했고, 북ㆍ미 협상을 막후에서 조율해 온 인물이다.
 
지난 1월 18일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트위터]

지난 1월 18일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트위터]

 
그러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자 국정원은 김 부위원장이 경고를 받는 수준을 넘어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부위원장의 향배는 향후 북한 비핵화 정책 변화를 전망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김 부위원장의 실각 가능성을 크게 봤던 국정원 보고서의 예측은 빚나갔다.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이 시행한 인사에서 김 부위원장은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새로 선출된 주요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부위원장은 비교적 좋은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부위원장의 신변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12일 노동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새로 선출된 당 및 국가지도기관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 바로 뒤에 선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 위원장이 12일 노동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새로 선출된 당 및 국가지도기관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 바로 뒤에 선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김영철이 최근 현지 지도에 불참하는 등 좀 더 지켜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전직 국정원 분석관은 “북한에서 다양한 역정보를 흘려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름의 근거를 바탕으로 분석한 내용을 비난만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 정보 능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정원에서 근무했던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최근 국정원은 북한 내부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이 예전만 못하다”며 “공개정보만 갖고 분석하니 김정은 시대 북한 변화를 읽어내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정원은 남북관계 변화를 고려해 과거처럼 북한 내부 첩보 수집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국정원 근무하다가 순직한 분을 기리는 추모석 ‘이름없는 별’ 제막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국내외 및 북한 등 정보 수집 현장에서 순직한 요원들이다. [사진 청와대]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내곡동에 위치한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국정원 근무하다가 순직한 분을 기리는 추모석 ‘이름없는 별’ 제막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국내외 및 북한 등 정보 수집 현장에서 순직한 요원들이다. [사진 청와대]

 
이런 분위기 속에 국정원 보고서를 받아보는 고객인 외교안보 부처 분석관들 사이에 불신이 많이 쌓이고 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국정원 분석은 다른 부처 평가와 간극이 큰 경우가 종종 있다”며 “문제는 국정원은 단순하게 통보만 할 뿐 심도있는 토의를 하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정보기관 특성상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없고, 모든 전망이 항상 맞을 수도 없다”면서도 “정보 판단 근거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이 있어야 다른 부처도 이해할 수 있고, 그래야 그 다음에는 좀 더 정확한 분석과 전망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본지 보도 이후 국가정보원은 "김영철 부위원장 실각 가능성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배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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