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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파티 피플

중앙일보 2019.04.22 00:16 종합 27면 지면보기
송길영 Mind Miner

송길영 Mind Miner

꽃피는 봄이 오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마음의 조각들을 긁어모아 그 의미를 이해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이 한곳에 모입니다. 1년에 한 번 공부한 것들을 발표하는 모임이 벌써 열네 번째입니다. 그간 참여했던 분들에게 안내 메일을 보내 알리는 것만으로도 수천 명과 연락이 닿습니다. 얼굴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빙그레 웃음이 나는 것은 늘 같은 때가 되면 봄꽃과 함께 약속이라도 한 듯 찾아오는 철새처럼 반가운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명절을 보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정주행 중인 드라마 속 선진국 사람들은 시즌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연인에게 초콜릿을 주며 사랑을 확인하는 날과 거대한 칠면조 요리를 놓고 추수를 감사하는 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사탕을 얻으러 오는 어린아이들을 짓궂게 놀리는 어른들의 이야기는 매해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우리네 삶도 다르지 않습니다. 정월에 오곡밥과 부럼을 준비하며 달 아래 쥐불을 돌리던 세시풍속에는 매일 똑같은 일상 속 하루를 축제로 만들고 싶어하는 유희의 인간(Homo Ludens)의 모습이 들어 있습니다. 태어난 날을 축하하는 모임 역시 개인적 축제를 만들어내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말하자면 우리 인류는 타고난 파티 피플이 아닐는지요.
 
빅데이터 4/22

빅데이터 4/22

축제는 언제나 무리와 함께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날만 같기를 바라며 굳은 얼굴의 피로한 노동의 모습이 아닌 웃음을 띤 사람들이 함께하기에 한때나마 시름을 잊을 수 있습니다. 너와 내가 낱알이 아니라 함께 있기에, 그리고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기에 이 거대한 별에서 외로움을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안온감의 위로를 받습니다.
 
이제는 무리가 항구적으로 늘 함께하던 것이 약속되기 어렵습니다. 가족의 수가 줄고 각자가 바빠지며 사촌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고을에 다 같이 모여 사는 만화 속 파란 난쟁이와 같은 삶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연결되고 자동화와 지능화로 사회 속 역할이 주어진 조직 역시 계속 변화하기에 평생을 함께하던 일터는 더 이상 소설 속 키다리 아저씨와 같이 믿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껏 나를 품어주던 조직의 수명이 나의 수명보다 짧아짐을 느끼며 내가 속할 무리가 어디인지 궁금해집니다.
 
속한 곳이 불안정해지며 우린 또 다른 나의 무리를 찾고자 합니다. 궂은일을 기계가 돕고 삶의 질을 챙길 만큼 여유가 있는 사회는 저녁이 있는 삶을 합의합니다. 그저 쉬기보다 무언가를 배우는 공간이 매일의 업무를 마친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학창시절 독서 모임 역시 어른이 된 후에도 다시 재현되고 있습니다. 미래를 준비하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 동류를 찾아 숨 쉬며 안정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일과 후의 모임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배운 것을 직접 해보고 그 결과를 서로 나누며 발표의 자리를 갖는 것 또한 나만의 축제를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나의 존재가 혼자가 아님을 알기 위해서라도 오늘도 나는 함께할 누군가를 찾습니다. 그가 항구적이건 찰나에 그치건 내 옆에 있음을 느끼고 싶기에 어디에선가 무엇인가 꾸준히 도모하며 신호를 보냅니다. 혼자는 살아내기가 쉽지 않게 진화한 우리들을 위해서 오늘도 내일도 파티는 계속돼야 합니다.
 
송길영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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