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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독이 된 한자어

중앙일보 2019.04.22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불길에 휩싸인 노트르담 성당을 지켜보면서 모두가 한마음이 돼 발을 동동 굴렀다. 속보도 쏟아졌다. “교황, 애도의 뜻 전해…이슬람권 지도자도 동참” “인류 유산이 불탔다…전 세계 충격·탄식·애도”와 같은 제목이 달렸다.
 
한자어를 잘못 쓰면 독이 될 때가 있다. 노트르담 성당 화재와 관련해 나온 ‘애도’란 표현도 그렇다. 사전적 의미와는 다르게 사용됐다. ‘애도(哀悼)’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함을 이르는 말이다. 성당이 화마에 무너져 가는 안타까움을 전하는 낱말로 적절하지 않다.
 
“교황, 위로의 뜻 전해” “전 세계 충격·탄식·애통(비통)”처럼 표현하는 게 바람직하다. ‘애도’를 슬퍼하다는 말로 뭉뚱그리는 것은 부적절하다. 정확한 한자어의 의미를 모를 때는 안타깝다거나 슬프다 등 쉽게 풀어 쓰면 된다.
 
이러한 예는 또 있다. “한국, 일본 제치고 3위 등극” “형제가 나란히 3, 4위 등극”처럼 뜻과 맞지 않게 사용할 때가 많다. “한국, 일본 제치고 3위 올라” “형제가 나란히 3, 4위 차지”처럼 바꿔야 자연스럽다. ‘등극(登極)’은 임금의 자리에 오름, 어떤 분야에서 가장 높은 자리나 지위에 오름을 이르는 말이다. “초대 챔피언 등극” “국제대회 정상 등극”과 같이 쓸 수 있다.
 
큰 행사가 시작됐다는 의미로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고 표현하는 것도 어색하다. ‘대단원(大團圓)’은 어떤 일의 맨 마지막, 연극이나 소설에서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끝을 내는 마지막 장면을 일컫는다. “마오쩌둥의 죽음으로 문화혁명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처럼 써야 자연스럽다. 대단원은 끝을 뜻하므로 ‘오르다’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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