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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도, 시작도 못했는데...한진·금호 동갑내기 3세 어디로?

중앙일보 2019.04.21 08:00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사진 중앙포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사진 중앙포토]

한국 항공산업의 두 날개 한진그룹과 금호그룹이 난기류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진·금호 모두 창업주 2세가 경영에서 떠났지만 승계 준비조차 마치지 못해서다. 1975년생 토끼띠인 두 동갑내기 3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3세 경영 승계작업 준비를 마치지 못한 상황에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작고한 한진그룹에서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확보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장남 조원태(44) 대한항공 사장이 그룹을 승계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상속세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작고한 조 회장의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은 17.45%다. 조 사장은 2.34%, 조현아·현민 자매는 각각 2.31%, 2.30% 지분을 갖고 있다. 조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8.95%다. 상속제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지분매각이나 배당을 늘리는 방안 등이 현실적이지만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는 2대 주주 KCGI와 국민연금의 지분 총합이 18.83%에 달한다. 상속세 마련을 위한 지분 매각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이밖에 주식담보 대출이나 실물자산 매각, 배당 등이 재원마련 방법으로 꼽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배당을 기대하는 시장 분위기 탓에 최근 한진칼 주가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3개월 기준 최저가 2만 3700대였던 한진칼 주가는 조 회장 작고 직후 급격히 올라 19일 기준 3만 8200원 선에서 거래 중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 명예교수는 "주가가 올라가면 상속세 부담이 늘어나는데 지금은 최악의 상황"이라며 "한진그룹은 죽어가는데 옆에서 군불 지피고 불을 쬐는 겪"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조원태 사장이 가진 주식을 담보 받아 대출을 받으면 615억원 정도까지는 가능할 것"이라며 "현물 등 금융자산 등도 탈탈 털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한항공 본사(위)와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진 뉴스1]

대한항공 본사(위)와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진 뉴스1]

 
3세 경영을 시작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아니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된 금호그룹에서는 3세의 거취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IDT 지분 76.2%를 보유해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채권단은 매각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만큼 어떤 계열사를 포함할지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가 함께 매각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6일 "자회사는 아시아나항공과 시너지를 위해 만든 것인 만큼 가능하면 일괄 매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경우 박세창 사장의 거취가 불분명해진다. 채권단 역시 박 전 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에 회의적인 시각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조건에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는 따로 매각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달렸지만 매수처가 요청하면 협상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며 "아시아나IDT 매각 여부에 박세창 사장의 거취가 결정되는 상황인 만큼 앞날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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