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수료 비싸지, 투자제한 받지… IRP가입은 울며 겨자먹기?

중앙일보 2019.04.20 14:00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29)
세액공제를 바라고 IRP에 가입하는 경우라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지만 55세 이전 퇴직자가 IRP로 강제이전 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세액공제를 바라고 IRP에 가입하는 경우라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지만 55세 이전 퇴직자가 IRP로 강제이전 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지난 2008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 태스크포스팀에 필자가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이전에 있던 IRA(개인퇴직연금계좌, Individual Retirement Account)를 IRP(개인형퇴직연금,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로 이름을 바꾸어 새롭게 시행했다. 이름을 바꾼 이유는 퇴직연금가입자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그 이후 세제 개편을 통해 IRP는 연금저축과 합산해 700만원을 한도로 가입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IRP만으로는 700만원 또는 연금저축이 있는 경우 합산해 700만원까지 16.5%의 세액공제(총급여 55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금액 4000만원 이하)를 받을 수 있다. 총급여가 그 이상이면 13.2%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된다. 상당히 큰 매력이다. 세액공제를 바라고 IRP에 가입하는 경우라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런데 55세 이전에 퇴직자가 IRP로 강제이전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제작 현예슬]

 
연금저축보다 경쟁력 떨어지는 IRP
연금저축과 IRP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따져보자. IRP는 해지가 쉬워 연금저축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연금저축이 IRP보다 나은 무엇이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IRP의 경쟁력이 현재로써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IRP의 투자한도제한이 연금저축보다 엄격하다. 적립금 중 주식투자 비중이 70%로 묶여 있고, 해외 상품 투자도 일부 제한돼 있어 연금저축보다 운신의 폭이 좁다. 이는 실적 배당형 상품을 선호하는 가입자에게 IRP에 남아 있을 이유를 무색하게 만든다. 
 
둘째, 수수료 문제가 있다. IRP에는 제도운영과 관련한 수수료가 발생한다. 퇴직 이전까지는 확정급여형(DB)이건 확정기여형(DC)이건 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가입자의 추가납입분은 예외로 한다. 그런데 퇴사 이후 IRP로 강제 이전되는 순간부터 이 수수료는 가입자 부담이다. 퇴직자에게 수수료를 떠안긴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그에 비해 연금저축은 이런 수수료가 없다.
 
IRP 적립금 인출하려면 해지해야
IRP는 적립금의 부분 인출이 안 된다. IRP는 적립금 전액 인출만 허용돼 급한 사정이 생겨 일부 돈을 찾아 사용하고 계좌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중앙포토]

IRP는 적립금의 부분 인출이 안 된다. IRP는 적립금 전액 인출만 허용돼 급한 사정이 생겨 일부 돈을 찾아 사용하고 계좌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중앙포토]

 
셋째, IRP는 적립금의 부분 인출이 안 된다. IRP는 적립금 전액 인출만 허용돼 급한 사정이 생겨 일부 돈을 찾아 사용하고 계좌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계좌를 깨야 적립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에 비해 연금저축은 부분인출이 가능하다. 물론 IRP 적립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라고 하지만, 47개 사업자 중 고작 1~2곳만 가능해 담보대출 제도는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물론 연금저축과 IRP는 경쟁 대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IRP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연금저축만으로 700만원 세액공제를 채울 수 없어 IRP를 들어야 하는 경우라면 이런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위의 세 가지 문제 중 수수료는 감독 당국이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투자 한도와 부분인출 문제는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연금저축은 되는데, IRP는 안 될 이유가 없다. 감독 당국은 낮은 수익률에 지쳐 있는 퇴직연금 가입자를 위해 제도의 불합리한 구석을 개선하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김성일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김성일 김성일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필진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고령화하는 나라입니다. 100세 시대를 온전히 살아가려면 자산을 연금화해 오래 쓰도록 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제를 활용하는 개인이 늘고 있는 건 그래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활용도는 낮은 수준입니다. 퇴직연금제는 앞으로 수 년 내 직장인의 가입이 의무화될 뿐 아니라 모든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개방될 전망입니다. 미국에선 우리의 퇴직연금제에 해당하는 401K 도입으로 월급쟁이 연금 부자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노후생활의 안착을 책임질 퇴직연금 활용법을 제시합니다.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