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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끄는 라테파파 우리보다 40년 앞섰네

중앙선데이 2019.04.20 00:20 632호 20면 지면보기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

스웨덴·북유럽 각각 살핀 두 권
부러운 복지제도·사회문화 소개

윤승희 지음
추수밭
 
북유럽인 이야기
로버트 퍼거슨 지음
정미나 옮김
현암사
 
라테파파, 부모 휴가와 아빠의 달, 국민의 집(Folkhemmet),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복지국가, 성평등…. ‘저녁이 있는 삶’을 거의 완벽하게 실현하고 있는 스웨덴의 상징어들이다. 스칸디나비아모델(혹은 노르딕모델), 스웨덴모델은 일반적으로 풍요와 평등을 주는 선진체제로 인식된다. 이런 제도의 역사가 짧은 한국으로서는 마냥 부럽기만 한 ‘이상향’일 수 있다.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는 저자가 스웨덴에 2년간 거주하면서 사회복지정책을 연구한 결과를 체험담과 함께 읽기 쉽게 쓴 책이다. 우리와는 전통과 사회문화적 배경이 매우 다르지만 스웨덴이 지향하는 가치는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책 당국자나 정치인 그리고 일반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북유럽인 이야기

북유럽인 이야기

복지국가의 대명사이긴 하지만 스웨덴이 처음부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나라는 아니었다. 산업화가 다른 유럽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었고, 194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적으로 몹시 어려운 국가였다. 성평등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라는 지금의 명성과는 달리 심지어 남성에겐 아내를 채찍질할 권리까지 있었다. 이는 1865년에야 폐지됐다. 엄마가 거의 전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것도 당연시됐다.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한 손에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육아에 적극적인 ‘라테파파’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랬던 스웨덴이 본격적으로 변모한 건 1932년부터 40여 년간에 걸친 좌파 사민당 장기 집권기였다. 사민당 정권은 우파가 먼저 내세웠던 ‘국민의 집’이라는 모토를 차용해 스웨덴을 복지국가로 탈바꿈시켰다.
 
스웨덴이 아버지의 돌봄에 대한 권리를 법적으로 명시한 부모휴가제를 세계에서 처음 도입한 것은 1974년이었다. 여기선 특히 육아에 대한 아버지의 권리와 책임을 강조한다. ‘아빠의 달’은 94년 도입됐다. 부모 휴가 중 아빠는 의무적으로 3개월을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들은 여성에게 집중됐던 육아와 가사노동의 부담을 나눠서 지게 해 성평등 사회를 구현하는 중요 수단이 됐다.
 
아빠의 육아 분담이 일상화된 스웨덴. 1974년 부모휴가제를 세계 최초로 도입해 정착했다. [사진 추수밭]

아빠의 육아 분담이 일상화된 스웨덴. 1974년 부모휴가제를 세계 최초로 도입해 정착했다. [사진 추수밭]

“우리나라 정서상 시기상조”라는 말은 스웨덴에서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제도들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 절대 변화될 것 같지 않았던 아버지들의 돌봄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다. 정책의 변화가 사회문화의 변화를 가져온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1970년대 이미 주 40시간 노동시간 규정이 만들어졌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갈등이 많았지만 끊임없는 논의와 타협, 설득의 노력 끝에 현재는 주당 평균 37.5시간으로 줄었다. ‘오후 4시에 시작하는 저녁’과 워라밸이 가능해진 배경이다. 주 52시간 노동제로 이행하는 데도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우리는 스웨덴의 교훈을 잘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육아휴직제도가 있긴 하지만 대체인력 구하는 문제, 낮은 육아휴직 급여, 보수적인 사업장 분위기 등으로 쉽게 사용하지 못한다. 남성들의 경우 거의 더욱 눈치를 본다.
 
청년실업, 근로빈곤, 양극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복지국가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웨덴 모델이 ‘꿈의 모델’일 수 있다. 스웨덴모델이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좋은 가치와 목적을 지닌 좋은 정책을 지키고자 노력해 온 스웨덴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말이야 쉽지 실천은 어려운 법이다. 이 책에서 보이는 약간의 정치적 편향성은 옥에 티지만 ‘국민의 집’을 구현해 가고 있는 스웨덴 정신을 잘 관찰한 점은 경청할 만하다.
 
『북유럽인 이야기』는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를 중심으로 북유럽 국가들의 정치·문화·사회의 속살을 파헤쳤다. 오늘날 세계인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나라들의 밝은 모습 뒤편에 숨겨진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어 일독해 보면 이들 나라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것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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