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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미선 임명 강행은 청와대 독선이다

중앙선데이 2019.04.20 00:20 632호 30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도덕성과 자질 모두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여서 법적인 하자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절한 권한 행사였다고 동의하긴 어렵다. 국민의 반대 여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인 데다 민생과 정국 안정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여론 무시하고 밀어붙이며
이해·설득 구하는 노력 없는 건
전정부 불통과 같은 모습 아닌가

무엇보다 이 재판관은 자기 재판과 관련 있는 기업의 주식을 거래한 의혹 등이 불거져 야당으로부터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설사 검찰 수사와 금융당국 조사를 거쳐 많은 의혹이 해소된다 쳐도 괜찮은 행위였다고 보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이해충돌이 많은 현직 판사가 거액의 주식투자를 했다는 것 자체에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헌법을 다루는 헌법재판관의 지위와 역할은 한층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요구한다.
 
더 큰 문제는 청와대가 국민과 국회의 반대 속에 임명을 강행하면서도 이해와 양해를 구하는 설명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강행은 야당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직후 문 대통령 순방지에서 전자결재로 서둘러 이뤄졌다. ‘헌법재판관의 공백이 하루라도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상투적 변명이 나왔지만 그게 전부다. 시간이 좀 가면 잠잠해질 거란 안이한 판단은 국민을 무시하고 얕보는 발상이다.
 
여권 일각에선 이 재판관 해명이 시작된 뒤 찬성 여론이 급증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같은 여론조사기관(리얼미터)이 이 재판관 임용 관련 조사를 시차를 두고 두 차례 실시한 뒤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질문 내용이 달랐다고 한다. 다른 걸 물었으니 찬반이 좁혀진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여론이 돌아섰다고 강변한다. 알고 그러면 여론 조작이고 모르고 그러면 불통이다.
 
강행은 코드 때문으로 보인다. 헌재는 위헌법률 심판 권한을 가진 최종적인 헌법 해석자다. 헌법 해석을 통해 입법을 통하지 않고도 사실상 입법자 역할을 한다. 이 재판관 임명으로 과반수가 진보성향 단체 출신이 됐다. 대통령·대법원장·여당 지명 재판관들로만 독자적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족수도 채웠다. 다양성과 균형이 깨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좁은 인재 풀과 코드 인사를 넘어 정권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까지 묻는 국민은 늘고 있다. 도덕성을 앞세우는 문재인 정부에서 도덕성에 문제 있는 후보자가 유독 많고, 똑같은 일이 거듭 반복되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엊그제 경실련이 실시한 국정평가 조사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낮게 평가한 대목 역시 인사 정책이었다. 10점 만점에 3.9점의 낙제점이다.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졌다고 해서 마음대로 하라는 뜻은 아니다. 결함이 있든 말든, 반대가 크든 작든 그저 임명을 밀어붙일 생각이라면 청문회를 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독선·독주와 불통에서 벗어나라’는 4·3 재보선 민심의 경고를 받은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전 정부는 ‘나만이 옳다’고 밀어붙이는 이런 독선과 오만으로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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