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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흔들려 발파 작업하는 줄 알았다” 지진에 놀란 가슴 쓸어내린 동해안 주민들

중앙일보 2019.04.19 14:59
19일 오전 11시 16분 강원 동해시 북동쪽 54㎞ 해역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발생하자 강릉 경포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사 인솔에 따라 운동장으로 대피하고 있다[경포초등학교·연합뉴스]

19일 오전 11시 16분 강원 동해시 북동쪽 54㎞ 해역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발생하자 강릉 경포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사 인솔에 따라 운동장으로 대피하고 있다[경포초등학교·연합뉴스]

 
“채석장에서 발파할 때 느낄 수 있는 진동이 5초 정도 이어졌습니다.” 산불 피해를 본 강릉시 옥계면의 한 건물 안에 있던 김모(51·여)씨는 19일 오전 11시16분쯤 건물 바닥이 갑자기 흔들리는 듯한 진동을 느꼈다. 곧바로 밖으로 나온 김씨는 주변을 살폈지만,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
 
김씨는 “지진을 처음 겪어 흔들릴 당시엔 지진인지도 몰랐다”며 “주변 공장에서 발파 작업을 하거나 무슨 문제가 생긴 줄 알았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11시 16분 43초 강원도 동해시 북동쪽 54㎞ 해역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깊이는 32㎞다. 이번 지진은 올해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국내 지진 가운데 역대 28위다.  
동해 북동쪽 해역서 규모 4.3 지진 발생

동해 북동쪽 해역서 규모 4.3 지진 발생

 
기상청은 이날 “동해시 북동쪽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 동해시 등 강원 영동 일대는 진도 IV, 경북 일부는 진도 III, 충북과 경기 일부 지역은 진도 II에 해당하는 진동이 감지됐다”며 “오전 11시 40분까지 이들 지역에서는 총 135건의 시민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또 “이날 오전 11시 40분에 규모 1.6의 여진이 한 차례 발생했지만, 지진 해일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지진은 동해안 전 지역에 감지됐다. 한만영(52) 동해시 안전과 주무관은 “갑자기 4~5초간 동해시청 건물이 막 흔들렸다”며“지금까지 느낀 지진 중 피부로 느끼기에 가장 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강릉시 교1동에 사는 김의자(71·여)씨는“갑자기 집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밖으로 뛰어나왔다. 땅보다 지붕이 심하게 흔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지진 발생 직후 강릉 경포초교와 속초 해랑중학교 학생들은 곧바로 교사들의 안내에 따라 운동장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지진은 발생지와 직선거리로 200㎞가량 떨어진 춘천에서도 진동을 느꼈다. 일 처리를 위해 강원도청을 방문한 박모(37·여)씨는 “업무를 보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건물이 양옆으로 흔들리고 진동이 느껴져 지진이 발생한 걸 알았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11시 16분 강원 동해시 북동쪽 54km 해역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발생하자 속초 해랑중학교 학생들이 교사 인솔에 따라 운동장으로 대피해 있다. [사진 속초 해랑중학교]

19일 오전 11시 16분 강원 동해시 북동쪽 54km 해역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발생하자 속초 해랑중학교 학생들이 교사 인솔에 따라 운동장으로 대피해 있다. [사진 속초 해랑중학교]

 
동해상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동해안이 크게 흔들렸지만, 재난문자가 뒤늦게 발송되면서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동해시는 지진 발생 38분 뒤엔 11시54분에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강릉시는 21분 뒤인 11시37분, 속초시 11시46분, 양양군 11시55분, 고성군은 12시9분에 안전 안내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메시지 내용 역시 구체적인 대피 장소 등이 없이 ‘오늘 11:16 동해 북동쪽 54㎞ 해역 규모 4.3 지진 발생 여진대비 및 해안가 접근을 자제하시기 바랍니다.’가 전부였다. 이에 주민들은 “재난문자가 20~30분 뒤에 오면 무슨 소용이냐, 발생 즉시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속초에 사는 윤광훈(65)씨는 “지진이 발생한 상황인데 이렇게 뒷북을 친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진은 일반 재난과 달라 0.1초를 다투는 문제인데 행정기관에서 국민의 생명과 연관된 것인데 뒤늦게 전달한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 재난안전실은 "지진 재난문자는 행정안전부의 지침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기상청이 직접 발송해오고 있다"며 “자치단체에서 보낸 문자는 여진 등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기상청은 재난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데 대해 “진앙 반경 50㎞ 이내에 광역시·도가 없어 규정에 따라 재난문자를 송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진 긴급재난문자 송출 상세 기준에 따르면 기상청은 해역에서 4.0~4.5 미만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발생 위치를 중심으로 반경 50㎞ 광역시·도에 문자메시지를 송출하게 돼 있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현재까지 문의 전화 100여건을 접수했으며 다행히 사람이 다치거나 건물이 파손되는 등 피해는 없다.
 
동해=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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