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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에 발레 시작한 늦깎이 발레리노의 '금의환향'…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수석무용수 안재용

중앙일보 2019.04.19 08:01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 발레단의 '신데렐라' 공연 무대에 선 발레리노 안재용. ⓒAlice Blangero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 발레단의 '신데렐라' 공연 무대에 선 발레리노 안재용. ⓒAlice Blangero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 발레단의  ‘신데렐라’가  14년 만에 내한한다. 오는 6월 12~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2005년 내한공연 당시 ‘맨발의 신데렐라’ ‘고전의 신화’ ‘역대 신데렐라 중 가장 성공한 발레’라는 수식어를 남겼던 작품이다. 발레단의 예술감독인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직접 안무했다. 이번 공연에는 지난 1월 수석무용수(Soloist Principal)로 승급한 한국 무용수 안재용(27)도 함께 한다. 2016년 군무(코르드발레)로 이 발레단에 입단한 안재용은 2017년 세컨드 솔로이스트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급을 거듭했다. 이번 내한 무대에서 그가 맡을 역할은 아직 미정이다. 그동안 안재용은 ‘신데렐라’에서 신데렐라 아버지와 왕자, 두 역할을 모두 소화해왔다. “가장 나다운 모습을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 발레단의 '신데렐라' 공연 무대에 선 발레리노 안재용. ⓒAlice Blangero

모나코 몬테카를로 왕립 발레단의 '신데렐라' 공연 무대에 선 발레리노 안재용. ⓒAlice Blangero

 
몬테카를로 왕립 발레단의  ‘신데렐라’는 어떤 작품인가.
“관객들 입장에서 어떤 캐릭터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 계모나 언니들도 밉기만 하지는 않다. 왕자와 아빠 모두 우유부단하다. 아빠는 신데렐라 생모에 대해서 항상 그리워하고 신데렐라를 사랑하지만, 계모가 딸에게 못되게 구는 것을 알고도 모른 척한다. 계모의 미모에 빠져 계모에게 잘해주면서 안 보이는 곳에선 신데렐라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왕자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여전히 행복하지 않았고, 그는 왕자처럼 행동하기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더 좋아한다. 후에 신데렐라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이루는 캐릭터다.”  
 
관객들이 기억해야 할 ‘감상 포인트’는 무엇인가. 
“‘발’에 주목해라. 모든 건 다 발에서 이뤄진다. 동화에서의 ‘유리구두’가 몬테카를로 버전에서는 ‘맨발’로 바뀐다. 신데렐라 발에 뿌린 금가루가 유리구두를 대체한다. 무도회 장면에서도 왕자들은 여자들의 ‘발’만 본다. 재미있는 설정이다.”
 
안재용은 열여덟 살 고등학생 때 발레에 늦깎이 입문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스노보드ㆍ스피드스케이팅ㆍ성악ㆍ오보에ㆍ그림 등 여러 취미 생활을 열심히 했다. 고1 때까지는 성형외과 의사가 꿈이었다”고 밝혔다. 고1 겨울 성악가인 누나가 “키도 크고 운동도 잘하니 발레를 하면 어울리겠다”고 말한 것이 그의 인생 길을 바꿔놨다. 누나가 건네준 영화 ‘백야’  DVD를 연이어 세 번을 돌려본 뒤 영화 주인공인 발레리노 마하엘 바리시니코프에게 완전히 매료됐다. “곧바로 발레를 시작했다. 당시 집이 부산이어서 2학년 때 부산예고로 전학을 했고, 3학년 때 다시 선화예고로 전학했다. 그리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발레리노 안재용. ⓒ김윤식

발레리노 안재용. ⓒ김윤식

그가 소속된  몬테카를로 왕립 발레단은 세계 정상급 컨템포러리 발레단이다. 전통에서 벗어난 자유로움과 신선함으로 가득찬 안무, 파격에 가까운 무대 의상,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무대 등이 조화를 이뤄 몬테카를로만의 혁신을 이뤄냈다. 그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은 무용수들에게 꿈의 무대”라며 “고전 발레를 아주 현대적인 느낌으로 표현한다”고 짚었다. 또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예술감독에 대해서는 “마이요 감독의 안무는 단순히 춤을 추는 동작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과 대화를 하는 듯하다. 같은 아라베스크를 하더라도 그냥 이쁘게 하는 것이 아닌, 대화를 위한 하나의 표현 방식처럼 느껴진다. 음악 해석도 굉장히 정확하면서 특별하다. 인물들 사이의 감정묘사를 보면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초고속 승급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입단 직후부터 중요한 배역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예술 세계를 펼칠 기회를 많았던 것이다. 마이요 감독의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또 발레마스터가 나의 리허설 태도와 방식이 아주 좋다고 했다고 들었다. 한번 얘기하면 그 다음에 완전히 고쳐서 오고, 또 고치는 것뿐만 아니라 완전히 나의 것으로 새롭게 만들어온다고 했다고 한다.”  
 
어떤 무용수가 되고 싶나.
“관객들이 내 춤을 보고 영감을 얻어 자기 자신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꼭 춤이 아니더라도 글ㆍ노래ㆍ그림 등 아주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동료무용수에게 인정받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 진정한 실력과 인품을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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