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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연관어, 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보다 앞순위

중앙일보 2019.04.19 00:06 종합 4면 지면보기
불안한 대한민국 ③·끝 
빅데이터 1억2000만 건 분석

빅데이터 1억2000만 건 분석

“수십 년 적폐를 해소하고 낡은 체제를 넘어 새로운 시대로 가야 합니다.”

빅데이터 1억2000만 건 분석
‘적폐’ 단어 사용 국정농단 후 급증
2016년까지 ‘비리’ 관심 높았지만
2017~18년엔 ‘보복’이 언급량 1위
‘적폐 청산 = 정치 보복’ 시각 강해져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10월 6일,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은 대선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창립 심포지엄에서 적폐 청산을 다짐했다. 사실상 첫 공식 대선 행보였던 그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를 ‘적폐’로 규정하며 “대한민국 굴욕의 10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적폐는 야당 정치인들이 가장 즐겨 사용한 단어 중 하나였다.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이 빅데이터 전문업체 타파크로스에 의뢰해 온라인 빅데이터 속 ‘적폐’ 단어의 언급량을 집계했다. 적폐는 매달 1000건 안팎으로 사용되다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2016년 10월부터 급격히 늘어났다.  
 
[그래픽=김주원·심정보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심정보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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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기간인 2017년 4~5월에는 월 25만 건을 넘었다.
 
이 당시 적폐는 주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단어였다. 2015~2016년에 적폐와 함께 쓰인 연관어를 분석해 보면 박근혜(4위), 세월호(5위), 새누리당(11위) 등이 많았다. “부패의 뿌리 박근혜는 물러나고 적폐 덩어리 새누리당은 해체하라”는 식이다. 또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적폐가 응축된 사건”이라는 식으로 사회의 고착화된 부정부패를 의미하는 일반적인 단어로 사용됐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하지만 점차 적폐의 의미가 변하고 대상은 확장됐다. 적폐 언급량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11월, 34만여 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지고 원전 폐기 정책이 논란이 된 시기였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적폐로 규정할 뿐만 아니라 현 정권이 정치 보복을 위해 적폐 청산을 한다는 시각이 나타난 점이다.
 
2017년 7월~2018년 12월의 적폐 연관어 상위에는 민주당(3위), 이재명(13위), 문재인(14위), 청와대(15위) 등이 올랐다. 이와 함께 이명박(5위), 한국당(6위), 박근혜(11위) 등도 올랐다. 검찰(9위)이나 촛불(10위)도 적폐 연관어로 자주 언급됐다.  
 
촛불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권을 만든 적폐들이 청산돼야 촛불혁명이 완성된다”는 반응과 “문재인 정부가 촛불정부라지만 적폐에 적폐를 더했을 뿐”이라는 상반된 반응이 존재했다.
 
적폐와 관련된 단어 중 부정적 단어만 추려 보면 2015~2016년에는 ‘비리’가 1위였지만 2017~2018년에는 ‘보복’이 1위였다. 적폐 청산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이 상당한 반향을 불러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용학 타파크로스 대표는 “과거 정부뿐 아니라 안희정·이재명 등 현 정부 인사와 관련된 문제도 드러나면서 국민에게 실망을 줬다. 적폐 청산을 요구한 곳조차 적폐 청산의 대상처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적폐 청산이 특정 세력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재묵(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는 “상대 정파를 정치적으로 몰아가는 것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적폐 청산이 어디에나 동일한 원칙과 가치로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곤(갈등문제연구소장) 한양대 특훈교수는 “탈원전에서 보듯 현 정부가 쌓인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려다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의 갈등 요인을 수렴하는 노력을 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대중매체와 소셜미디어의 빅데이터를 통해 어떤 이슈가 화제가 됐고, 이유는 무엇인지 분석했다. 이슈에 관한 키워드 속에 담긴 시대정신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인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하반기까지 1년6개월간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와 인터넷 블로그와 커뮤니티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780개 이슈를 선정했고, 총 1억1957만여 개의 반응이나 언급을 분석했다. 사회·정치·경제별로 화제성과 중요도가 높은 이슈를 정해 각 이슈에 관한 시민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키워드를 추출했다. 또 이번 조사에선 2015년 상반기~ 2016년 상반기 1년6개월간의 조사 결과와 비교해 시대정신의 변화상도 확인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이 빅데이터 전문기업인 타파크로스에 의뢰해 조사를 진행했다. 

 
◆ 특별취재팀=윤석만·남윤서·전민희 기자, 김혁준 인턴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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