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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시간 준 것처럼 해 택시기사 임금 깎은 회사…대법 "무효"

중앙일보 2019.04.18 17:29
 서울 시내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뉴스1]

서울 시내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뉴스1]

 
한달에 40만원가량 받고 생활고 시달린 택시기사들 
택시회사가 실제 근무시간은 달라진 게 없는데도 명목상 근무시간이 줄어든 것처럼 취업규칙을 변경해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해갔다면 이 취업규칙은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모씨 등 택시기사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된 임금을 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이들이 승소한 항소심 판결을 18일 확정했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 9명은 취업규칙이 무효라고 봤고, 4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소송을 낸 택시 운전사들은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받고 있었다. 택시 운전으로 버는 돈(운송수입금) 중 일부는 회사에 사납금으로 내고, 나머지 초과 수입만 자신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였다. 매월 회사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여가 나왔지만 액수가 40만원 내외로 크지 않아 운전 수입이 적은 달은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최저임금 수준으로 급여 올려라"고 하자 택시회사 대응은
이에 2010년 국회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도록 했다. 그 전까지는 고정급에 운전 초과 수입을 합한 액수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졌지만 이제 사측은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액 이상을 지급해야 했다.
 
그러자 사측은 고정급을 올리는 대신 소정근로시간(근로하기로 정해진 시간)을 줄이는 내용으로 취업규칙 조항을 변경했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지켜야 할 최저임금 기준도 함께 낮아진다는 걸 악용했다. 실제로는 택시 운전사들은 기존과 똑같이 근무했다. 기존 월 209시간이었던 소정근로시간은 격일제 기준 182시간으로 단축됐고, 사측은 같은 해 10월 다시 취업규칙을 고쳐 소정근로시간을 월 115시간으로 더 낮췄다.
 
그러자 택시 운전사들은 원래 소정근로시간인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인당 171만~236만원의 최저임금 미달액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대법 "근로시간 줄어든 것처럼 편법으로 피해가…무효"
1심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택시운전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고정급 비율은 거의 그대로 둔 채 실제 근로시간보다 현격히 짧은 근로시간을 정해 형식적으로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것처럼 보이려 했다”며 해당 취업규칙이 무효라고 했다.
 
대법원도 이처럼 편법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탈법행위가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장 등 다수의견을 낸 9명의 재판관은 “최저임금법 규정은 헌법상 국가의 의무로 규정된 최저임금제를 구체화해 택시운전근로자의 안정된 생활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강행법규”라며 “이런 입법 취지를 회피하기 위해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은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기택ㆍ조희대 대법관은 “초과운송수입금과 고정급은 일정한 상호관계가 있다는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파기환송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다. 김재형 대법관은 “(기존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이 아닌) 근로관계 당사자가 해당 조항이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정하고자 했을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액을 계산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동원 대법관은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당사자들 간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이므로 유효하다”는 이유로 각각 반대의견을 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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