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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리더십은 관료형, 내년 총선 전쟁서 통할지···"

중앙일보 2019.04.18 16:24
황교안 집중해부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체제’가 50일을 넘겼다. 4ㆍ3 재보선 등 굵직한 이벤트를 거치면서 ‘황교안 체제’가 안착되자 ‘황교안의 사람’이 누군지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그들이 한국당을 움직이는 실세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당 핵심관계자와 주요 당직자들은 “요즘 당 상황을 알고 싶다면 사람보다 황교안의 인사 스타일을 먼저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①개인 인맥보단 공조직 의존 
2월27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로 선출된 황교안 전 총리가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2월27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로 선출된 황교안 전 총리가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당직자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잦은 보고다. 17일에도 황 대표는 당 중앙청년위 업무보고를 1시간 가량 비공개로 받았다. 황 대표의 한 측근은 “과거에는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도 임명 뒤에는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황 대표는 직접 꼼꼼하게 지시하고 보고 받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보고방식에도 ‘예측ㆍ경과ㆍ사후검토’ 등으로 세분화하는 관료 스타일이 묻어난다고 한다.
 
황 대표가 지난 5일 새벽 강원도 산불 피해현장을 찾았을 때는 ‘실세 카톡방’의 존재에 관심이 쏠렸다. 황 대표가 카톡방에서 나온 제안을 받아들여 현장 방문이 이뤄졌다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에서는 “실세 측근들이 모인 방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 당 핵심관계자는 “비서실 멤버들과 일부 관계자가 들어가 일정 관련 제안 등을 하는 곳이다. 오히려 사무총장 등 당 핵심은 빠져있어 실세 카톡방으로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당 대표실에 있던 ‘비서실 부실장’ 직책을 없앤 것도 눈에 띈다. 부실장은 대표의 핵심 측근이 맡아 ‘책사’ 역할을 하는 대표적 실세 자리였다.
 
하지만 아직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 초선의원은 “황 대표가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는 이가 아직 부각되지 않는 건 정치경험이 짧기 때문일 수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조가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도 “통영·고성 보선에서 당선된 정점식 의원만 해도 ‘황교안 키즈’라고 하지 않냐”며 “곧 내년 총선 공천을 할텐데 진짜 자기 인맥을 안 만들지는 그 때 가봐야 알 수 있는 일”이라 지적했다. 실제로 법조계에선 황 대표와 가까운 몇몇 전직 검찰 간부들이 내년에 한국당 공천을 받아 총선 출마를 노린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②청취는 하되 속내는 안 드러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한 식당에서 열린 당 상임고문단과의 오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한 식당에서 열린 당 상임고문단과의 오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황 대표는 스킨십이 강한 타입이 아니다. 그는 과거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든 습관 탓에 매일 새벽 4시쯤 잠에서 깬다. 오후 10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하다보니 밤 늦게까지 술자리를 만들고 의원ㆍ당직자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만들기 어렵다.
 
대신 현안이 있을 때마다 개인적으로 전화를 걸거나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의견 수렴은 폭넓게 하는 편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당 관계자는 “요즘 당에 ‘황교안이 내 말은 잘 듣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의원ㆍ당직자를 막론하고 한 두 명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폭넓게 의견을 물으면서도 자신의 속내는 좀처럼 내비치지 않는다는 것도 황 대표의 특징이다. 한 최고위원은 “황 대표가 먼저 물어올 때가 있다”면서도 “듣기는 잘 하는데 속내는 전혀 얘기를 하지 않고 표정 변화도 없어 의중을 알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분위기를 풀기 위해 농담을 종종 하는데 목사 스타일이다. 재밌다며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속된 말로 ‘노잼’이라는 이들도 있다. 어떨 땐 당황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속마음을 잘 안드러내기 때문에 황 대표가 인간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③검증된 엘리트 선호
지난 2016년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 왼쪽부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황교안 총리,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 이정현 대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 [중앙포토]

지난 2016년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 왼쪽부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황교안 총리,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 이정현 대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 [중앙포토]

 
황교안 체제에도 ‘이너서클’은 존재한다. 국무총리ㆍ법무부장관 등 각료 시절 직접 겪어본 검증된 인사들을 선호한다는 게 당 내부의 대체적인 공감대다.
 
당의 신실세로 떠오른 한선교 사무총장은 황 대표의 성균관대 후배다. 황 대표의 손ㆍ발 역할을 도맡고 있는 당 전략부총장 추경호 의원은 황 대표가 총리 시절 직속 부하인 국무조정실장이었다. 황교안 대표가 중요한 정무적 판단을 내리기 전 종종 조언 구하는 원유철ㆍ김재원 의원 역시 황 대표가 총리 시절 각각 여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정무수석 등 맡았다. 당 대변인을 맡아 ‘황교안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민경욱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맡아 장관ㆍ총리 시절 황 대표와 어느 정도 호흡을 맞춰본 전력이 있다.
 
측근 당직자들은 청와대 근무경험을 따지는 분위기다. 황 대표 체제에서 중용되고 있는 이재성 기조국장, 김용진 공보실장, 이호근 당대표 보좌역 모두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다.
 
다만 황 대표 주변에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많아지다보니 참신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면키 어렵다. 또 주변에 고시 출신들이 많고 영남권에 대한 의존도가 큰 것도 황 대표의 인적 풀이 아직 협소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④‘관료형 리더십’…위기엔 미지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와 민주당 이해찬 대표.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와 민주당 이해찬 대표. [연합뉴스]

 
황 대표가 이처럼 직무 위주의 ‘관료형 리더십’을 구사할 수 있는 건 보수진영 내 경쟁자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3월25~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범보수진영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황 대표의 선호도는 21.2%였다. 2ㆍ3위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6.1%)과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5.3%)과의 격차가 상당하다.
 
관료형 리더십은 평시엔 좀처럼 흔들리지 않지만 비상시엔 취약점을 드러낼 수 있다. 한 초선의원은 “취임 후 지금까지 당내에 황 대표에게 태클을 걸 만한 세력이 존재하질 않았다. 황 대표의 당내 지분이 아직 적기 때문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관료형 리더십이 평시 군수물자 관리하는 장교형으로는 알맞다”면서도 “내년 총선은 전쟁인데 그런 리더십으로 잘 치러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이들도 적잖다”고 말했다.
 
한영익ㆍ김준영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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