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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초유의 ‘집값’ 시정 조치…신뢰 잃은 공시가격으로 세금 매기나

중앙일보 2019.04.18 15:54 경제 3면 지면보기
지난 1월 정부서울청사에서 단독주택 공시가격 관련 브리핑하는 김현미 장관. [연합뉴스]

지난 1월 정부서울청사에서 단독주택 공시가격 관련 브리핑하는 김현미 장관. [연합뉴스]

17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 현장. 국토교통부가 지방자치단체장이 결정 및 공시 권한을 가진 개별주택 공시가격이 잘못됐다고 시정 조치를 발표하는 사상 초유의 자리였다. 국토부는 이날 서울 시내 8개 자치구의 주택을 전수(9만여가구) 조사해보니니 456가구의 공시가격이 낮게 산정됐다고 밝혔다. 김규현 국토부 토지정책관과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오간 문답 내용이다.   
 

정부가 제도 오류 자인한 이상
산정기준 공개하고 대안 내놔야

왜 8개 구만 조사했나.  
“전국의 개별주택이 광범위해서다. 4월 말 공시를 앞두고 전면 조사는 시간상으로 어렵다. 전국 평균 변동률을 봐서 예년보다 표준주택과 개별주택간 상승률 격차가 3%포인트인 지역을 대상으로 삼았다. (중략) 현실적으로 전면조사 비용이 얼마나 들고 필요한 인력을 따져보면….”
 
어떤 오류가 얼마나 났나.
“개별 오류 건수나, 얼마나 차이 났는지 통계는 지금 드리기 어렵다.”
 
그 시각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실수든 고의든 낮춘 혐의(?)를 받는 서울의 한 구청 담당자는 한숨 쉬며 말했다. “국토부가 브리핑한다는 것도 기자들이 알려줘서 알았다. 8개구만 조사하면 다른 구는…. 형평성에 맞지 않은 것 같다.”
 
국토부가 조사에 들어간 것은 지난 1일이었다. 발표까지 16일간 전국적으로 400여만가구에 달하는 주택을 전면 조사하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핀셋 조사’는 불가피했고, 그를 위한 기준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3%포인트’다. 
 
표준주택과 개별주택의 공시가격 변동률 격차가 그 이상인 곳을 살펴보니 강남·용산·마포 등 8개 구로 좁혀지더란 얘기다. 반대로 ‘3%포인트’ 이하의 격차는 정부가 인정하는 통상적인 공시가격 변동률 오차범위가 됐다. 
 
조사 범위가 인위적이다 보니 얼마나 격차가 났고 어떤 오류를 냈는지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자체의 고의성을 꼬집기에도 근거가 부족했다. 결국 국토부는 ‘실수’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간이 하는 일이라 어느 정도는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고, 올해는 현실화율을 높이느라 오류가 더 두드러져 보이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세 부담 반발을 우려한 지자체의 조작이든 실수든 간에 국민이 확실히 안 것은 하나 있다. 정부가 산정하는 주택 공시가격에 구멍이 많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마음만 먹으면 공시가를 조작할 수 있음이 사실로 나타났는데 정부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는 비판이 바로 나왔다.  
 
정부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겠다며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고가 표준 주택만, ㎡당 2000만원이 넘는 고가 표준토지 골라 대폭 인상했다. 형평성을 앞세웠지만 “고가 주택과 토지만 오르니 서민은 별 지장이 없다”는 식의 편 가르기를 했다. 
 
이에 더해 주택 공시가격에 오류가 있다고 자인까지 했으니 공시가격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다. 공시가격 신뢰를 회복하려면 산정 기준을 명확하게 밝히고 현실화 관련 로드맵부터 제시해야 한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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