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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어려울수록 정신질환자 범죄 는다…10명중 8명이 하류층

중앙일보 2019.04.18 15:34
18일 오전 진주 아파트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 안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송봉근 기자]

18일 오전 진주 아파트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 안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남 진주시에서 방화·살인을 저지른 정신질환자 안모(42)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공장에 취직했다가 10여일 만에 무직자가 된 그는 임금 체불에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안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계속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 질환과 함께 닥친 가난이 평범했던 그를 '흉악범'으로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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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생활정도·혼인관계별 정신장애 범죄자' 현황을 보면 생활 정도가 '하류' 계층인 정신장애 범죄자는 2006년 전체 범죄자의 70.7%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17년에는 78.3%까지 상승했다. 반면 상류 계층에 속하는 정신장애 범죄자는 2006년부터 2017년까지 1% 안팎에서 머물렀다. 환자 개인이 가난할수록 범죄 확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신질환 범죄자, 금융위기 때 급증…2017년 최다 
국가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정신질환 범죄자도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신장애 범죄자 전과자 수' 통계를 보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에는 전과자 수가 4889명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는 7140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2010년에는 5391명으로 줄었다가 점차 늘기 시작해 2017년에는 9089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살인·방화·강도·성폭력 등 흉악범 전과자도 2006년 287명에서 2017년 937명으로 12년 만에 3.3배 증가했다. 저성장세를 보이는 경제성장률과 정신질환자 범죄 전과자 수는 대체로 반비례 관계를 보이는 것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결혼 안한 정신질환자가 범죄 확률 더 높아 
혼인 여부도 정신질환자 범죄에 점차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2006년에는 정신장애 범죄자 중 배우자가 있는 사람은 1991명, 미혼인 사람은 2216명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해가 바뀔수록 미혼인 범죄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2017년에는 배우자 있는 사람이 1834명이었지만, 미혼자는 5646명에 달했다. 경제도 어려워진 데다 가족 공동체 없이 외로움까지 겹친 정신질환자들이 특히 사회 불만을 범죄로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번 진주시 살인 사건을 저지른 안 씨도 배우자 없이 2011년 10월부터 혼자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 적을수록 치료 어려워…생활 환경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와 치료 못지않게 이들의 경제적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도 강조한다. 지난 3월 고용 동향에서 나타난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소득분배 지표인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 평균 소득을 하위 20%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도 지난해 4분기 5.47배로 2003년 이후 4분기 기준으로 가장 나빠졌다. 홍영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예방·처우연구실장 등은 2017년 말 발간한 '경제적 양극화와 형사정책의 변화' 보고서에서 "많은 학자가 소득 불평등의 폐해로 정신병·폭력·살인 등 사회병리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범죄가 빈곤·실업·공동체 붕괴 등 사회 구조적 조건과 관련이 있다면, 기존 교정 정책을 넘어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 위기 국면에선 정신질환 발병의 원인이 되는 실패와 좌절의 경험이 증가할 수 있다"며 "발병 이후에도 소득이 낮을수록 고가의 심리 치료와 상담 등 관리를 받을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에 질환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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