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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묻지마 살인] 하루아침에 친구 잃고 충격 빠진 아이들

중앙일보 2019.04.18 05:01
17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가좌주공3차아파트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 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감식 작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7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가좌주공3차아파트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 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감식 작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7일 오전 40대 남성이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을 무차별로 흉기로 찌른 사건이 일어나면서 초등학교 6학년 K양(11)이 숨졌다. K양은 이 사건으로 숨진 5명의 희생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K양이 변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같은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K양은 경남 진주시 가좌동 가좌주공3차아파트 자신의 집에서 약 1㎞ 떨어진 한 초등학교에 다녔다.
 
이날 오후 찾은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초등학교. 겉으로 보기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교장실에서 만난 이 학교 박모 교장은 “새벽부터 우리 학교 학생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온 학교가 정신이 없다”고 했다. .
 
학교는 이날 정상수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친구를 잃은 학생들의 충격이 너무 커 정상적인 학습이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대신 상담 교사를 동원해 집단 상담을 실시하고 개별 상담도 진행해 이날 하루 70여 명을 상담했다. 이 중 충격이 큰 학생들은 진단·상담·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남도교육청 산하 위(Wee)센터에서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박 교장은 “아침에 일어나 진주시 가좌동에서 ‘묻지마 살인’ 사건이 일어나 5명이 숨졌다는 보도를 보고 학부모나 학생들의 피해가 있을까봐 곧장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은 바닥에 피가 흥건해 참혹한 모습이었다”며 “사상자들이 경상대학교병원으로 상당수 향했다는 말을 듣고 가 보니초등학생이 있다고 들어 예감이 좋지 않았는데 결국 K양이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K양의 담임 교사도 큰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 전체가 아픔을 겪고 있지만 최대한 빨리 교사와 학생들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양은 친구들과 교우 관계가 좋았다.K양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게시물도 모두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담은 내용들이다. 친구들과 함께 파자마 파티를 하거나 모바일 게임을 한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이날 오후 친구들은 K양이 마지막으로 남긴 게시물 아래 “이게 마지막이네” “사랑해” 등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부상을 당한 K양의 친척은 “불이 난 것을 알고 K양과 함께 4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다가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놀라 다시 올라가려고 했는데 그가 K양을 잡아채서 흉기로 찔렀다”며 “K양이 며칠 뒤 수학여행을 간다며 들떠 있었는데 아무 죄 없는 착한 아이가 이렇게 돼 너무나 안타깝다”고 전했다. 
17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가좌주공3차아파트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 사건 현장 앞을 경찰이 지키고 있다. 송봉근 기자

17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가좌주공3차아파트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 사건 현장 앞을 경찰이 지키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한편 경남도는 17일 긴급 지원대책반을 구성했다. 도는 이날 도청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박성호 도지사 권한대행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사건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대책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박 권한대행은 “이 사건으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만큼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해 행정국·재난안전건설본부·복지보건국·소방본부 등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긴급 지원대책반을 구성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가좌주공3차아파트에 사는 안모(43)씨는 이날 오전 4시35분쯤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렀다. 불은 20여분 만에 꺼졌지만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진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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