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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방화 범죄자 10명 중 한 명은 정신질환자

중앙일보 2019.04.18 05:00
진주 아파트 방화·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42)씨가 17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진주 아파트 방화·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42)씨가 17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새벽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불을 지른 뒤 흉기 난동을 일으켜 5명의 목숨을 앗아간 남성이 조현병을 앓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기관 등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어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 최근 5년 내 정신질환자 범죄 분석


경찰에 따르면 안모(43)씨는 17일 오전 4시35분쯤 자신이 거주하는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 4층 집에 불을 질렀다. 그는 불을 피하기 위해 밖으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마구 흉기를 휘둘렀다. 이 탓에 주민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2010년 폭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한 달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밀 진단을 받은 이력이 있다. 당시 판결문에는 안씨의 병명이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으로 보호관찰형이 선고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안씨는 이후에도 정신분열증으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년 사이 정신질환자 검거 53.7% 늘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에 발간한 ‘정신질환자 범죄의 예방 및 감소를 위한 지역사회 내 관리방안’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진주 흉기 난동과 같은 정신질환자의 범죄 발생이 꾸준히 늘어났다. 전체 검거 인원 중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수는 2012년에는 5428명에서 2016년 8343명으로 불어났다. 2012년과 비교하면 53.7% 증가했다. 전체 검거 인원이 같은 기간 1.8% 증가한 것과 비교해 본다면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높다. 주요 죄명별로는 ▶재산범죄▶강력범죄(흉악)▶강력범죄(폭력) 순으로 많았다. 
 
재범률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경찰청의 ‘2016 범죄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이 있는 범죄자는 초범(14.7%)보다 9범 이상(17.1%)의 비중이 더 크다. 재범 요인으로는 퇴원 이후에 직면하는 사회적·경제적 요인과 함께 지속적 치료를 받지 못해 재발하는 정신 질환도 요인으로 꼽힌다. 
 
정신질환 범죄자 발생 현황.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정신질환 범죄자 발생 현황.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대검찰청의 '2018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7년에 검거된 살인 범죄자의 47.3%가 정상이며 43.4%는 주취 상태였으며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는 9.3%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방화범죄자의 41.9%는 정상인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으며 45.1%는 주취상태,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는 13%였다.
 
보고서는 2016년 강남역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사건’과 사제총기로 경찰을 살해했던 ‘오패산 터널 총격사건’을 예로 들면서 한국 사회가 정신질환자 범죄에 대한 대응을 적절히 하고 있는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치료감호소나 교도소 내 의료적 처우 등 구금치료에 중점을 뒀지만 최근 발생한 정신질환 범죄가 지역사회 내 거주하는 사람들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신질환 범죄자의 전과 분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정신질환 범죄자의 전과 분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구금 치료 후 지역사회 연계 관리 중요" 
연구를 맡은 안성훈 한국형사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출소 이후에도 지역사회 내에서 연계해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형식적으로 흐르다 보니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연구위원은 “이들이 사회에 나오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질환이기 때문에 의료적인 치료를 하고 관리가 된다면 범죄로 이어지지 않는데 관리체계가 허술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5일 자해 또는 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 환자가 퇴원하면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알리는 것을 의무화하는 ‘임세원법’이라고도 불리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안 연구위원은 “취지는 맞는데 이 또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인적·물적 자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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