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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세먼지 공포 속 국민 속여 온 배출 조작 기업들

중앙일보 2019.04.18 00:09 종합 34면 지면보기
LG화학·한화케미칼·SNNC·대한시멘트 등 전남 여수 산업단지 사업장들이 미세먼지 원인 물질 배출 수치를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업체들과 짜고 4년간이나 먼지·황산화물 등의 배출량을 축소하거나 허위 성적서를 발행해 왔다. 미세먼지 문제로 온 국민이 불편과 불안에 휩싸여 있을 때 이들 업체들은 정부와 국민을 속여 온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대행업체와 사업장이 각각 4곳과 235곳이라 발표됐으나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배출량 조작을 공모한 구체적 정황은 충격적이다. 측정대행업체 직원이 문자 메시지로 원하는 날짜와 농도를 묻고, 배출업체 직원이 조작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이런 방법으로 조작하거나 허위 발급한 측정 기록부가 4년간 1만3000여 건이나 됐다. 워낙 일상적이고 관행적으로 이뤄진 불법에 죄의식조차 잃어버린 듯하다. 심지어 특정 대기유해물질 배출 기준치를 173배나 초과했는데도 이상이 없다고 조작한 사례도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특히 기회 있을 때마다 사회적 책무를 강조해온 대기업들까지 연루된 것은 국민에게 배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관련 기업은 뒤늦게 사죄하며 관련 생산시설 폐쇄 등의 조치를 내놓았지만 이미 싸늘해진 시선을 피할 수 없다. 가뜩이나 거센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몇 푼 안 되는 배출 부과금을 아끼려다 도덕성 상실에 따른 기업 이미지 훼손이라는, 값으로 따지지 못할 손실을 치르게 됐다.
 
대기 정책을 총괄하는 환경부의 안이한 자세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작된 1만3000여 건 중 8800여 건은 대행업체 직원 한 명이 동시에 여러 장소에서 측정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한다. 감독 기관이 조금이라도 주의 깊게 들여다봤으면 이런 허술한 조작이 4년간이나 계속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감사원이 2월부터 뒤늦게 측정대행업체 관리 실태 조사에 나섰다고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기 질 관리 제도에 허점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현재 측정대행업체들은 사업장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기록부를 작성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측정대행업체가 고객인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되지 않으려면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오히려 2002년 대기오염 배출점검 업무가 지자체로 이관되며 관리 사각지대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리·감독 체계를 재정비하거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근본적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해당 산업단지 주변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게 됐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투명한 위해성·건강 평가 등을 통해 이런 불안감을 씻고, 조사 결과에 따라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은 적극 보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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