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진주 묻지마 살인]피해자 유족 "국가가 방치한 인재(人災)"

중앙일보 2019.04.17 19:15
17일 오전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사건’에 대해 피해자 가족들이 국가의 책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주민들이 수차례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관계기관이 이를 방치해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진주아파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최모(18)양의 친구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뉴스1]

17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진주아파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최모(18)양의 친구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족 대표 "경찰 등에 수차례 민원제기에도 묵살"
국가의 적절한 조치로 국민생명 지켜달라 당부도
진주 한일병원에 합동분향소 설치… 조문 이어져

진주 사건으로 숨진 이순희(56·여)씨 동생 이창영씨(55)는 이날 오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진주 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건의 책임이 국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아파트 주민들은 오랫동안 가해자 안씨의 위협적인 행동을 경찰서와 파출소에 신고했다”며 “하지만 경찰서와 파출소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치가 없어 관할 동사무소와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본사, 관리사무소에도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모두 묵살당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이 주민의 신고를 통해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는데도 국가기관에서 방치해 발생한 사고라는 얘기였다.
17일 오후 진주 한일병원 장례식장 합동분향소에서 피해자 유족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17일 오후 진주 한일병원 장례식장 합동분향소에서 피해자 유족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이씨는 “유족은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가 (적절한)조치를 취해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묻지마 사건으로 부상한 강모(53·여)씨의 딸(30)은 이날 오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2년 전부터 해코지를 해 파출소에 4~5번 민원을 넣었지만, 경찰은 직접 피해 본 게 없어 접수할 수 없다는 말만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찰이 민원을 접수할 수 없으니 증거 자료를 가져오라고 했다”며 “그래서 지난 2월 집 앞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고 증거자료를 모아왔다”고 말했다.
 
강씨의 딸은 “엄마가 늘 불안해서 최근에도 경찰에 민원을 넣었지만, 경찰은 이 정도 사안으로는 사건을 접수할 수 없다고 했다”며 “신고를 묵살한 경찰을 수사해달라”고 말했다.
진주 아파트 방화·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42)씨가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진주 아파트 방화·살해 혐의를 받는 안모(42)씨가 진주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 유족들은 이날 오후 희생자 5명이 안치된 진주시 한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했다. 경찰 수사상황을 지켜보며 장례절차 등을 협의 중이다.
 
진주시는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피해자 긴급지원 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시 차원에서 상황총괄반·의료지원반·장례지원반 등 7개 반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위기가정에 대한 의료비와 생계비·주거비 등 긴급 복지지원과 심리치료 등도 지원키로 했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를 운영하는 LH와도 피해자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찰이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찰이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조규일 진주시장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피해자 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건을 사회적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보고 사태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진주=신진호·김정석 기자 shin.jinho@joong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