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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년, 감독 100명이 100초짜리 영화 100편 만든다

중앙일보 2019.04.17 16:34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추진위 공동위원장인 이장호 영화감독(오른쪽부터)과 배우 장미희씨, 홍보위원장인 배우 안성기씨. [연합뉴스]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추진위 공동위원장인 이장호 영화감독(오른쪽부터)과 배우 장미희씨, 홍보위원장인 배우 안성기씨. [연합뉴스]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 10월 27일, 서울 종로의 단성사에서 새로운 흥행작 '의리적 구토'(義理的 仇討)의 막이 오른다. 부친의 유산을 탕진하려는 간악한 계모에 맞서 주인공이 정의의 싸움을 벌인다는 줄거리였다. 
 주목할 것은 그 형식. 무대에 스크린을 설치해 연극과 영화를 결합한 이른바 '연쇄극'으로, 서울 풍경을 필름으로 촬영해 관객들에게 선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첫날부터 "관객이 물밀 듯이 들어와"(매일신보 보도) 큰 흥행 성공을 거뒀고, 특히 스크린에 서울 풍경에 비칠 때면 관객의 박수가 터졌다고 한다. 단성사 사주 박승필이 제작비를 대고, 극단에서 활동해온 김도산이 주연·각본·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당시 조선의 자본과 인력으로 만든 첫 영화로 꼽힌다.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 된 배경이다. 
1919년 매일신보에 실린 '의리적 구토' 광고.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1919년 매일신보에 실린 '의리적 구토' 광고.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이를 기념하는 축하행사가 오는 10월 26~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시·공연을 아우르는 축제 형식으로 벌어진다. 이에 앞서 기념 영상 제작, 국제학술세미나, 한국영화 인명사전 제작 등이 추진된다. 한국영화사를 100가지 순간과 사건으로 조명하는 '100년 100경'도 있다. 
 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이장호·장미희)는 17일 서울 종로 서울극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런 계획을 공개했다. 장미희 공동위원장은 "1919년, 자주독립을 외치며 억압과 폭압에 항거한 3·1 운동이 일어난 그해 10월 27일에 한국영화가 태동했다. 최초로 한국인 자본으로 만든 '의리적 구토', 이후 춘사 나운규 선생의 '아리랑'으로 이어지는 민족영화 시대를 거쳐 한국영화가 그렇게 시작됐다"며 "삶을 바친 한국영화의 개척자들, 존경하는 많은 영화적 스승과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설렘으로 축하의 장을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장호 공동위원장은 "한국영화 100년의 해를 통해 영화계가 가진 문제가 시정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선배 영화인과 젊은 영화인의 단절, 자본이 독점한 영화시장 등을 언급했다. 
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17일 서울 종로 서울극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추진위원회 유인택 부위원장(예술의전당 사장), 안성기 홍보위원장, 장미희·이장호 공동위원장, 오석근 부위원장(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사진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17일 서울 종로 서울극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추진위원회 유인택 부위원장(예술의전당 사장), 안성기 홍보위원장, 장미희·이장호 공동위원장, 오석근 부위원장(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사진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 100년 기념 영상은 영화감독 100명이 각자 100초짜리 초단편영화, 합쳐서 100편의 영화를 만드는 방식으로 완성될 예정. 참여감독은 이미례·이정향을 비롯한 여성 감독과 남성 감독 50명씩 구성할 방침이다. 원로 김수용·이두용부터 강제규·이준익·윤제균·강형철 등의 감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100편을 총괄하는 연출은 민규동 감독이 맡는다. 이렇게 제작된 100편의 영화는 10월의 기념행사에 앞서 매일 한 편씩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한다. 이와 별도로 기념 다큐멘터리 제작도 추진된다. 기념 사업 전체를 위해 영화발전기금에서 확보된 예산은 15억원 정도. 부족한 예산은 프로젝트별로 협찬·후원을 구할 예정이다. 기자회견에서는 배우 김태리가 출연하고, 김종관 감독이 연출한 한국영화 100년 트레일러 영상도 공개됐다.  
 한국영화 최초의 감독 김도산은 어떻게 됐을까. 그는 '의리적 구토'를 만든 지 2년 뒤, 3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 촬영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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