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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살인 피해자 "위협" 신고 5회···경찰, 증거 없다며 묵살

중앙일보 2019.04.17 15:29
 
진주 묻지마 살인사건 용의자 위층에 오물을 뿌리는 모습. [사진 피해자가족]

진주 묻지마 살인사건 용의자 위층에 오물을 뿌리는 모습. [사진 피해자가족]

 

파출소에 4~5번 민원 넣었지만 소용없어
집 앞까지 쫓아와 문 쾅쾅 치며 위협하기도
경찰, "오물 뿌린 건 재물 손괴로 입건했다.
나머진 피해 명확치 않아 입건 안해"

“문에 오물을 뿌리는 등 2년 전부터 해코지를 해 파출소에 4~5번 민원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직접적으로 피해 본 게 없어 접수할 수 없다는 말만 했습니다.”
 
진주 묻지마 살인 사건의 범인 안모(42)씨의 흉기에 찔린 피해자 강모(53ㆍ여)씨의 딸 최모(30)씨는 1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혼 후 어머니 강씨와 따로 살고 있다는 최씨는 “경찰이 민원을 접수할 수 없으니 증거 자료를 가져오라고 했다”며 “그래서 지난 2월 집 앞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고 증거자료를 모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결혼을 한 후 어머니와 사촌 동생 최모(18ㆍ사망)양 둘이 이 집에 살고 있는데 지난 2월에도 사촌 동생이 하교할 때 (안씨가) 뒤에서 쫓아왔고, 급히 집에 들어가자 안씨가 집 문을 손으로 쾅쾅 치면서 위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씨가 그릇에 오물을 잔뜩 담아서 집 문에 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씨의 딸 최씨는 “엄마가 늘 불안해서 최근에도 경찰에 민원을 넣었지만, 경찰은 이 정도 사안으로는 사건을 접수할 수 없다고 묵살했다”며 “경찰이 적극적으로 조처했으면 이번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 신고를 묵살한 경찰을 수사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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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또 “엄마가 식당에서 일하는데 경찰이 “식당 아줌마가 사는 아파트는 도대체 어떤 아파트이길래 그런 사람이 사느냐며 오히려 엄마를 비아냥거렸다”며 “임대아파트 사는 주민이라고 경찰이 무시하기 일쑤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파출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피해자 강씨 측에서)총 4번에 걸쳐 신고가 접수됐었다. 그중에 간장 등을 섞어 뿌린 건 재물 손괴로 입건했다. 나머지 3건은 피해가 명확하지 않아 입건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최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에도 전화해서 범인을 가좌주공아파트에서 강제 이사시켜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해줄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며 묵살했다고 최씨는 주장했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사건 발생 이후 민원 내역을 찾아봤지만, 범인과 관련해서 공식적으로 접수된 민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설령 민원이 접수됐다 하더라도 주거침입이라든지 폭행 등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범인을 강제로 이사시키거나 주거권을 제한하는 등의 조처를 할 수 없는 입장이다”고 해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진주시 가좌동의 한 주공아파트에 사는 안씨는 자신의 4층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주민 5명이 안씨가 휘두른 흉기에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등 총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부상자 중 5명은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이은지 기자, 박진호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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