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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지 않는 유독물질 노출사고,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중앙일보 2019.04.17 13:00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22)
아이가 세제를 마시고 구토 증세를 보일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이런 중독 관련 비상 상황이 발생할 때 대처 방법을 안내하는 센터가 있다. [사진 photoAC]

아이가 세제를 마시고 구토 증세를 보일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이런 중독 관련 비상 상황이 발생할 때 대처 방법을 안내하는 센터가 있다. [사진 photoAC]

 
갑자기 어린애가 세제를 들이마시어 토하는 증세를 보일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응급처치를 해야 하나? 병원 방문 전에 처치해야 할 일이 있을까? 아이를 업고 응급실로 달려가지만, 여러 응급환자가 몰려들어 시장 바닥이 된 상황에서는 기다리는 것 자체가 곤욕이다.
 
이런 우리와는 다르게 유럽, 미국, 캐나다 북미지역, 아시아에서는 오래전부터 중독관리센터(Poison Control Center)를 운영해왔다. 시민들이 독성물질에 노출되는지 모니터링하고 예방대책 마련을 노력하고 있다. 중독관리센터에 연락하면 가정에서의 응급처치, 병원 이송에 대한 자세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시 지원으로 무료로 이루어진다.
 
미국의 중독관리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Poison Control Center, AAPCC)는 국가중독정보시스템(National Poison Data System, NPDS)을 통해 2017년 한 해 동안 미국 중독사고 신고건수는 251만5186건이며, 덜 심각한 결과를 보이는 인체 노출은 2008년 이후로 연간 2.48%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대한 사망 또는 사망률은 2000년 이후 매년 4.44% 증가했다.
 
가정용 세정제(7.43%), 화장품·개인 위생용품(6.76%), 진정제·최면제·항정신병제(5.74%), 항우울제(5.02%) 등이 포함되었다. 진정제·수면제·항정신병제의 약물 노출은 심각한 결과가 있는 경우가 지난 17년 동안 1년에 1962건으로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5세 이하 어린이의 가장 흔한 노출 상위 5위는 화장품·개인 위생용품(12.59%), 가정용 청소 용품(10.96%), 진통제(9.18%), 장난감·잡화(6.39%) 및 기타 국소 제제(4.84%)이다.
 
마약 식별 요청은 모든 정보 접촉자의 22.1%를 차지했다. NPDS는 죽음을 초래 한 3208건의 유독물질 노출을 문서화했다. 이 중 2682명 (83.6%)의 사망이 유독물질 노출과 관련 있다고 판단되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 이후 개정된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고 있다. 법 개정도 필요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시민을 중독 문제에서 안전하게 보호할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중앙포토]

가습기 살균제 사고 이후 개정된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고 있다. 법 개정도 필요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시민을 중독 문제에서 안전하게 보호할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중앙포토]

 
NPDS의 지속적인 임무는 모든 유형의 노출(예 : 이물, 감염, 악의적인 화학 약품 또는 상업 제품)에 대해 감시하며, 중요 공중보건 사건을 식별하고 추적하기 위한 전국적인 기반 시설을 제공하는 것이다. NPDS는 국가 및 세계 공중 보건의 실시간 감시를 위한 모델 시스템이다.
 
이 같은 유해물질에 대한 모니터링체계가 놀랍지 않은가? 특히 혼합물이 사람에게 노출되어 나타나는 독성에 대한 귀한 자료원이 된다. 반복적인 중독사고를 유발한 제품이나 물질은 위해성 평가를 거쳐 시장에서 퇴출당하기도 한다.
 
화학 산업의 발전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화학제품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화학물질은 전 세계적으로 약 10만종이 유통되고, 국내에선 4만종이 사용되고 있다. 매년 400여 종 이상이 새로이 국내시장에 진입되는 등 화학물질의 사용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화학 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여 국내 제조업 생산액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은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4위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러한 화학물질 및 제품산업의 발전은 산업경제활동 및 첨단기술개발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화학물질의 독성과 물리화학적 특성으로 인하여 예기치 않은 건강영향과 사고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발생한 영유아 및 산모들의 폐 질환으로 인한 사망 등이 있다. 우리 사회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살생물제 사건인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사건을 이미 경험했다.
 
 
문제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끔찍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화학물질관리법”을 개정했지만, 정작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사건이 재발할 우려가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생활용품 제조에서 살생물제와 스프레이류에 대한 관리체계는 구축되어있다고 하지만, 그 외 유해물질의 흡입 노출 등에 대해선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향수, 방향제, 탈취제, 세제 등 화학제품에서 유해물질 노출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향기 나는 제품에는 ‘프탈레이트’라는 환경 호르몬이 있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흡입독성을 보이는 여러 물질 등이 있지만, 아직도 등록 관리되고 있지 못하다.
 
미국, 유럽, 아시아 각국은 인구 2백만당 중독관리센터를 두고 시민들에게 정보 제공과 응급처치를 돕고 있다.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개발도상국조차도 유해물질의 안전관리 모니터링을 위해 중독관리센터를 운영하는데, 우리는 그 흔한 중독관리센터 하나 없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이후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 보호에서 정말 달라진 것이 있나?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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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한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필진

[임종한의 디톡스] 브레이크 없이 진행되는 산업화, 문명화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바꿔놓기는 했지만 그만큼 혹독한 대가를 요구한다. 우리는 실생활 속에서 다양한 유해성분과 독소에 노출되고 있다. 우리 몸의 독소를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건강한 일상, 삶의 질 향상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디톡스(Detox, 해독)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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