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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강조한 무기 수출…미국 내에서도 “과장된 계산법”

중앙일보 2019.04.17 05:00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줄기차게 강조해온 ‘무기 세일즈’의 성과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미 현지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과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무기 구매를 종용하는 등 방산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자랑했지만 실제론 과거 실적을 재탕하거나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다는 반론이다.
 
미국 안보 관련 민간기관 '안보지원 모니터(SAM·Security Assistance Monitor)'가 이달초 내놓은 '2018년 미국 주요 무기 거래 경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21억 달러(약 2조3856억원)의 해상초계기 포세이돈(P-8A), 5억1000만 달러(약 5793억6000만원)의 지대공 유도미사일 PAC-3 MSE(Missile Segment Enhancement) 등 총 28억212만 달러(약 3조1832억원) 어치의 미국산 무기를 사들이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무기 판매국 순위 10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 같은 계약 내역으로 봤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내놓은 발언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새롭게 구매가 확정된 무기가 없는데도 “한국이 제트 전투기라든지 미사일 등 많은 양의 미국 군사 장비를 구매할 것으로 결정했다”고 세 차례나 강조했다. 보고서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제트 전투기는 P-8A를, 미사일은 PAC-3 MSE를 각각 의미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군 당국자도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계약이 체결돼 도입이 진행 중인 사업을 과장했다”고 평가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상을 만나면 자주 무기구매 얘기를 해왔다”며 “자기식으로 외국과의 관계를 표현하는 수사법”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산 치적 부풀리기를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비판했다. 지난해 미국이 성사시킨 해외 무기 거래액은 총 788억 달러(약 89조5168억원)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첫해보다 34억 달러(약 3조8624억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보다 떨어지는 실적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정부 간 보증 프로그램인 대외군사판매(FMS) 실적으로 보면 지난 2년 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 무기 수출액은 한 해 평균 566억 달러(약 63조6160억원)로 오바마 행정부의 8년 평균 액수보다 20억 달러(약 2조2720억원) 적었다.
 
보고서는 거래액이 줄어든 상황에서 미국 내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무기 판매 액수에 포함되지만 공동 생산 계약에 따라 실제 제품이 해외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무기에 대한 해외 생산 허용 건수는 2017년 19건에서 2018년 40건으로 늘어났다. 비용 가치로 따지면 각각 126억 달러(약 14조3136억원)와 198억 달러(22조4928억원)에 해당한다. 지난해 성사된 거래액의 25%를 해외 생산이 차지하는 셈이다. SAM 측은 “미국이 무기를 수출할 때 일자리도 수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5월 사우디아라비아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의 영접을 받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5월 사우디아라비아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의 영접을 받고 있다. [AP=뉴시스]

보고서는 이어 FMS 인도 금액 등을 토대로 계산된 무기 관련 일자리는 아무리 크게 잡아도 미국 전체 고용의 0.2%를 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치적을 과장한 점도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50만~10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무기 거래의 경우 실제로는 2만~4만 개 일자리만이 연관돼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순방 성과로 1100억 달러(약 126조원) 규모의 무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거래를 둘러싼 논란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해 11월 미국 ABC는 재러드 쿠슈너 미국 백악관 선임 보좌관의 지시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무기 거래액이 부풀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해당 거래를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면죄부로 삼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무기 수출을 계속 과장했다”고 비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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