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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 참나무 뼈대도 잿더미로…전세계 '노트르담 쇼크'

중앙일보 2019.04.16 17:29
15일 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AP=연합뉴스]

15일 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AP=연합뉴스]

“오, 신이시여.”
 하늘을 향해 치솟았던 96m 높이 첨탑이 힘없이 무너지자 현장을 지켜보던 인파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저녁 7시 50분,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고딕 건축물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끝 부분이 거센 불길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의 다리에 몰려들었던 파리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역사의 흔적이 눈 앞에서 불타는 모습을 보며 눈물과 탄식을 쏟아냈다. 파리에 거주하는 티보 비네트뤼는 CNN에 “노트르담 대성당은 아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는데 순식간에 절반이 사라졌다”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파리 대표하는 고딕 대성당 화마에
150년 된 첨탑과 지붕 등 녹아내려

 
 이날 화재는 오후 6시 50분쯤 시작됐다. 파리 구도심 센 강변의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주변에서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으며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었다. 불길은 수많은 목재로 이뤄진 지붕 구조물로 번져나갔다. 내부까지 번진 불길로 800년 이상 된 참나무로 만들어진 대성당 나무 뼈대의 상당수가 불에 탄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15일 밤 파리 시민들이 불타는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15일 밤 파리 시민들이 불타는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뻥 뚫린 구멍, 시커멓게 그을린 벽
 프랑스 정부는 화재 신고 즉시 400여명의 소방관을 투입해 진화 작업에 들어갔다. 소방차 수십 대가 출동해 고압 호스로 지붕과 성당 내부에 물을 분사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큰 불길은 첨탑과 지붕을 모두 태운 후 오후 11시 30분 정도에야 잡혔고, 16일 오전 9시가 되어서야 잔불까지 최종 진화됐다. 성당 전체가 큰 피해를 입었지만 다행히 서쪽 정면(파사드)에 있는 두 개의 석조 종탑까지 불이 번지지는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AFP통신은 “프랑스 소방관들이 수 시간이 넘는 긴 싸움 끝에 노트르담 대성당의 메인 빌딩(본관)을 구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장끌로드 갈레 소방청 지휘관의 말을 인용해 “화재 진압 과정에서 한 명의 소방관이 중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16일 오전, 화재로 검게 그을린 노트르담 성당의 내부 모습. [EPA=연합뉴스]

16일 오전, 화재로 검게 그을린 노트르담 성당의 내부 모습. [EPA=연합뉴스]

 화재가 진압된 후 로이터·EPA 등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노트르담 성당 내부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폭격을 당한 듯 천장엔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석재로 이뤄진 벽면은 까맣게 그을었다. 채 식지 않은 열기 탓에 바닥에서는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불에 타버린 성당 내부를 둘러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목재 비계 타고 불길 번져..‘방화’ 가능성 낮아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프랑스 소방 당국은 방화 등 범죄와는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당국이 이번 화재를 사고에 의해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목격자들을 인용해 “첨탑 보수공사를 위해 세워진 비계의 상부 쪽에서 불길이 처음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불씨는 첨탑을 둘러싸고 촘촘히 얽힌 나무 비계를 타고 퍼진 것으로 보인다. 건물의 손상을 우려해 철재가 아닌 나무 비계를 쓴 것이 불이 번지는 속도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번에 소실된 대성당 첨탑은 프랑스어로 ‘플레슈(flèche)’라고 불리는데 13세기 초 처음 만들어졌다. 화재 및 풍상에 취약한 구조라서 18세기말 전면 철거됐다가 19세기 중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 세웠다. 150년 세월 동안 다시 부식되면서 최근 프랑스 정부는 600만 유로(약 78억원)를 투입해 첨탑 개보수를 진행해 왔다. 이번 화재로 첨탑은 사라졌지만, 13세기에 지어진 쌍둥이 종탑과 건물 골조 등은 그대로 남아 최악의 사태는 피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로 예정됐던 대국민 담화를 전격 취소한 채 화재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 이동 전 그는 트위터에 “매우 슬프다. 우리의 일부가 불탔다”고 적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이날 밤 긴급 담화를 발표해 쌍탑과 파사드를 살리기 위해 분투한 소방관들의 노고를 평가하면서 “그들의 용기 덕분에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트르담은 우리의 역사이자 문학, 정신의 일부이자, 위대한 사건들이 일어난 장소, 그리고 우리의 삶의 중심”이었다면서 국민들의 힘을 모아 파괴된 성당을 재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교황청, “파리 시민들과 연대할 것”
 노트르담 대성당은 1163년 공사가 시작돼 1345년 완공된 프랑스 고딕 양식 건축의 대표작이다. 빅토르 위고가 1831년 쓴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경이며, 1804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대관식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노트르담이 있는 센 강변의 역사적 의미를 인정해 199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 
 
 매년 1200만∼1400만 명이 찾는 파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명소로도 꼽힌다. 작가이자 역사전문가인 베르나르 르꽁뜨는 이날 프랑스 BFM방송에 출연해 “만약 에펠탑이 파리 도시라면,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라는 나라와 같다”며 “노트르담은 그 안에 새겨진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 전체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15일 저녁 노트르담 성당의 불길이 번지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15일 저녁 노트르담 성당의 불길이 번지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세계적인 문화 유산이 불길에 휩싸였다는 소식에 전 세계 정치·종교계 주요 인사들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교황청 공보실은 노트르담 화재 소식이 전해지자 긴급 성명을 내고 “노트르담 성당을 파괴한 끔찍한 화재 소식에 충격과 슬픔을 느낀다”며 “프랑스 가톨릭 교회와 파리 시민들에게 우리의 연대를 표현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발생한 엄청나게 큰 화재를 지켜보려니 너무 끔찍하다”고 적은 후, 몇 시간 뒤 “프랑스 국민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고 위로를 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트위터에 “오늘 밤 프랑스 국민, 노트르담 대성당의 끔찍한 불길과 맞서는 긴급구조대와 마음을 함께 한다”고 썼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마크롱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이영희·심새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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