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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저성도 금각사도…화마가 휩쓸고 간 지구촌 문화 유산들

중앙일보 2019.04.16 14:14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15일 저녁(현지시간) 불이 나 지붕과 첨탑이 붕괴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과거 유사한 화재로 소실된 세계의 문화유산과 그 복구 과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영국 왕실 결혼 올린 '윈저 성'
베르디 오페라 초연 올린 '라 페니체'
일본 금각사는 방화로 잿더미
‘사회 불만’ 방화 숭례문 화재와 오버랩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우주 운석, 이집트 미라 ‘잿더미’
 
노트르담 대성당 외 최근 발생한 문화유산 화재로는 지난해 9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 화재가 꼽힌다.
2018년 9월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 현장에서 경찰관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9월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 현장에서 경찰관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자연사박물관엔 생물학·고고학·지질학 관련 유물 2000만점이 전시돼 있었다. 그중에는 1784년에 발견된 우주 운석, 이집트에서 건너온 미라, 아메리카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여성의 유골 ‘루지아’ 등 진귀한 유물이 가득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두개골을 복원한 '루지아'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두개골을 복원한 '루지아'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

건물 내 냉방 장치 과부하로 시작된 화재는 유물의 90%를 앗아갔다. 당시 미셰우 테메르 정부가 과학 부문 지원을 끊은 탓에 소장품 관리와 시설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조차 마련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지며 국민적 분노가 일기도 했다.  
  
파바로티 배출한 이탈리아 오페라 하우스…방화로 전소
 
20세기에 유럽 내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손실을 입은 문화 유산으로는 ‘윈저 성’과 ‘라 페니체 오페라 하우스’ 등이 있다.
 
1792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불사조를 뜻하는 ‘라 페니체’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이 오페라 하우스는 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받아 로열 박스(VIP 좌석)가 없는 파격적인 설계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오페라하우스 [자료사진=연합뉴스]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오페라하우스 [자료사진=연합뉴스]

라 페니체의 역사는 오페라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마리아 칼라스 등 이 무대에 올라 세계 정상급 성악가로 발돋움했다. 베르디의 대표작 ‘라 트라비아타’의 초연이 이뤄진 곳도 이곳이다.
 
라 페니체는 1996년 1월 29일 공사 지연에 따른 벌금 부과에 불만을 품은 전기 공사업자의 방화로 잿더미가 됐다. 이후 이탈리아 정부를 비롯해 유네스코·유럽연합 등이 특별 예산을 마련했고, 대대적인 보수를 거쳐 2004년 재개관했다.
 
 
영국 왕실 보금자리에도 화재…복구 예산 위해 버킹엄 공개
 
영국의 경우 1992년 11월 20일 발생한 윈저 성 화재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실제 거주자가 있는 성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역사 명소는 영국 왕실의 공식 거주지일 뿐 아니라 귀중한 사료와 미술품 전시장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배우 출신 메건 마클과 해리 왕자의 결혼식도 지난해 이곳에서 올려졌다.  
 
영국의 윈저 성. [AP=연합뉴스]

영국의 윈저 성. [AP=연합뉴스]

윈저성의 화재는 당시 벽화 복원작업을 하던 중 할로겐 발열 장치의 불꽃이 커튼에 튀며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재로 대접견실과 성조지홀, 응접실, 예배실 등 9개의 주요 왕실 생활공간을 비롯한 1백 여 개의 방이 잿더미로 변했고 건물은 천장이 드러날 정도로 파괴됐다.  
 
영국 왕실과 정부는 화재 직후 3700만 파운드(약 629억원)의 복원사업을 시작했고 이를 위해 매년 8월과 9월 런던의 버킹엄 궁을 일반에게 공개해 그 입장료를 복원 경비에 보탰다.  
 
일본 금각사 방화범 “사회에 복수하고 싶었다”
숭례문 화재와 오버랩되는 것은 1950년 일본 금각사 방화 사건이다.  21살의 행자승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다”, “사회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다”고 범행동기를 밝히며 일본 사회를 경악게 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 방화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2008년 숭례문 화재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2층과 3층 누각을 금박으로 입힌 킨카쿠지의 단풍 든 풍경. [중앙포토]

2층과 3층 누각을 금박으로 입힌 킨카쿠지의 단풍 든 풍경. [중앙포토]

화재 후 일본에서는 곧바로 국민 모금 운동이 벌어졌다. 당시 돈으로 3000만엔에 이르는 복원 비용이 마련됐고, 5년간의 작업 끝에 금각은 1955년 복원됐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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