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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은 떨어지는 데 15등은 합격, 왜?

중앙일보 2019.04.16 11:38
한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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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서 파격적인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자기소개서를 중요시하지 않고, 면접을 보지 않으며, 수능 최저도 없는 이른바 '3무 전형'이다. 한양대는 오로지 고교 교사들이 3년 간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기록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입학사정관 릴레이인터뷰 한양대편
자소서·수능 최저·면접 없는 3무 전형
“학생부 살펴보면 우수성 찾아낼 수 있다”
평가 결과 학종 전형 학생 우수성 확인

대학은 조금이라도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기업이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양대는 어떻게 이처럼 파격적인 전형을 할 수 있었을까. 한양대 입학처 국중대 입학총괄팀장은 “처음 이 같은 선발 방식을 채택할 때는 떨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으로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중앙일보 기사창으로 들어오면 동영상 인터뷰를 볼 수 있습니다.)   
 
한양대학교 입학처 국중대 입학총괄팀장은 자소서,수능,면접 없이 학생부를 잘 살펴보는 것 만으로도 우수한 학생을 선별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사진 중앙포토]

한양대학교 입학처 국중대 입학총괄팀장은 자소서,수능,면접 없이 학생부를 잘 살펴보는 것 만으로도 우수한 학생을 선별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사진 중앙포토]

-파격적 전형 절차 이력은.    
“파격적인 전형은 2015학년부터다. 그즈음 다른 주요 대학도 전형 변화가 많았다. 그 이전 약 7년 동안 진행한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뀌는 시기였다. 많은 대학은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연속성으로 학종을 가져갔다면 한양대학교는 패러다임을 바꿨다.”  
 
-어떻게 바꿨나.  
“학종은 일반적으로 수능 최저를 두고 자소서, 교사 추천서, 심지어는 면접 같은 다양한 평가를 종합해 평가한다. 한양대는 학종으로 바뀌면서 제일 중요한 학생부를 중점적으로 보고 평가하겠다는 것이었다. 한양대는 3무다. 면접이 없고 수능 최저가 없다. 오직 학생부만 갖고 서류평가를 해서 뽑는 파격적인 전형이다. 올해 5년 차가 진행이 되고 있다.”
 
- 파격적 전형의 결과는.   
“5년 동안 평가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게 힘들고도 의미 있었다. 학생부는 1번부터 10번 항목까지 있다. 그중 대표적 항목이 4번 수상실적이다. 또 7번 창의 체험 활동에서 자율활동·봉사활동·동아리 활동·진로활동이라는 게 있다. 또 중요한 부분이 8번 항목 중 8-1의 내신 등급이다. 우리는 이 부분에서 숫자가 아니라 등급이 학생부 다른 부분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살피고 해석한다. 8-2항목에서는 과목별로 학생이 어떻게 수업에 참여했는지 (과목별 선생님이) 500자로 적어주는 세부능력 특기사항(이하 세특)이 있다. 또 마지막 10번 항목에는 담임 선생님이 1년을 마친 적어주는 행동특성 종합의견이 있다. 한양대는 그걸 다 본다. 내신등급만 보면 정량 평가만 되지만, 한양대는 공부를 어떻게 잘하는지, 공부 과정에서 어떤 면이 우수한지, 또 내신등급이 아닌 다양한 교과, 비교과 관련된 수상을 통해서 성취 결과물이 무엇인지, 스스로 하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나 진로 자율활동에서 우수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폈다. 이렇게 정말로 학생부를 읽고 평가해주니까 일선 고교에서 학생부 관리가 바뀌게 됐다. 제일 많이 바뀐 게 글자 수가 늘어난 것이다. 초창기이던 2015, 2016년에는 전교 1등도 학생부가 20페이지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세특(교과 담당 선생님이 써주는 부분)은 몇 과목밖에 안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2017년부터는 40~50페이지를 넘는 게 나오더라. 두 번째는 아이들이 스스로 어필해야 하니까, 그 전에는 수동적으로 내신 관리 중심으로 학교생활을 했다면, 이제는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이 많이 보인다. 학교에 원하는 동아리가 없다고 신청해서 자율 동아리를 만든다. 또 학생의 요청에 맞춰 고교에서 다양한 형식의 수상 대회, 토론대회, 학술대회를 열어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을 확인하고 상을 준다. 그러면서 학생부의 내용도 더 풍성해지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면이 나올 즈음에 사교육이 침투하고, 또 아이들의 요구를 따라가기 힘든 나머지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의 학생부만 관리해주는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말로 이 학생이 이 정도까지 심화한 학습을 했을까 의문이 될 때도 있다.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 학생이 선생님에게 내용을 써가고 이게 생기부에 올라가는 게 통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이런 것은 연구 과제나 심화 활동 등에서 심하게 노출되기도 한다. 그동안 자소서나 면접에서는 사교육의 영향이 컸는데 고교의 고유 영역인 학생부 기록 관리에도 침투해 들어온 거다. 이 때문에 한양대가 이런 걸 변별해낼 수 있느냐는 공격적인 질문도 많이 받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더 정교하게 학생부를 해석하고 평가하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 때마침 정부나 언론에서도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서 연구과제나 심화 활동, 외부 수상을 제한하고 학생부 기록 글자수도 제한하는 등 관리가 굉장히 강화됐다.”  
 
-파격적 방식은 올해도 변함 없나.  
“2020년까지는 변경이 없다.”  
 
-학생부만 보고 학생의 우수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는다. 학생부의 무엇을 보면 그렇게 평가할 수 있나.
“우리가 5년 동안 그것을 해왔다. 처음부터 평가를 고도화하기 힘들어 장기적으로 5년 계획을 설계했다. 처음엔 아이들의 우수활동을 중심으로 평가했다. 둘째 해에는 학업 역량, 소위 수상이나 교과 성적 외에 증명할 수 있는 다양한 성취물을 두고 평가했다. 셋째 해부터 본격적으로 정성평가에 들어갔다. 그러한 우수한 역량이 어떤 식으로 아이들의 학습 과정에서 드러나는지 세특을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작년에 기준을 공개했다. 3년간 과목별로 학습한 내용을 통해 학업 역량을 평가하는 데, 이때 중점적으로 보는 게 비판적 사고력이다. 두 번째는 창의적 사고력, 세 번째는 자기주도역량이다. 네 번째는 소통과 협업 역량이다. 이것을 학생부를 통해 평가하는데, 창의체험 활동, 수업과제, 수업참여 내용 등을 활용한 평가 방식과 사례를 결과를 중심으로 공개했다. 그중 핵심이 학생부에 대한 횡단 평가다.”  
 
-횡단 평가가 무엇인가.  
“한양대는 학생부를 서류로만 횡단 평가해서 우수성을 찾아낸다. 그래서 많이 궁금해한다. 횡단 평가에 핵심은 수상했으면 그 수상을 뒷받침할만한 내용을 학생부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학생부는 3년간의 기록이다. 약 20여 명의 선생님이 학생부 기록에 참여한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고, 호기심을 갖고 배움에 열정을 보이면 여러 선생님에 의해 이것이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가지 각도에서 학생부에 반영된다. 이게 숫자든, 결과물이든 안 나타날 수가 없는 게 학생부의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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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종합전형을 통해 뽑은 학생의 성과는 어땠나요.  
“한양대는 정시, 학종, 논술, 학생부 교과, 특기자 전형 등 크게 다섯 가지 전형으로 신입생을 뽑는다. 이렇게 다양한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어떤 역량을 보여주고 있는지 지속해서 살피고 매년 추적 조사한다. 2015년 학종으로 뽑은 학생은 3년 동안 지켜봐도 다른 전형으로 뽑은 학생과 의미 있는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2016년부터 확실한 차이가 나타났다. 2017년이 되니까 그 차이가 더 벌어졌다. 한양대의 학생부 종합전형이 고도화된 결과다. 우리 학교의 교육 평가 부분의 권위자인 함승환 교수님도 ‘학생부 종합전형이 도대체 뭐냐’고 되물을 정도로 의미 있는 결과였다. 국가에서 주도하는 정시보다도, 고등학교가 교육과정 안에서 평가한 학생부만으로 충분히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  
 
-전형별 선발 비율에도 변화가 있었나.  
“과거엔 정시와 논술이 메인 전형이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학종이 주류가 됐다. 2015년에는 학종 38%, 정시 25%, 논술 20%, 학생부 교과와 특기자가 그 나머지를 차지했다. 지금은 학종 비율이 41%, 정시는 30%, 논술 13% 정도다. 2015년 이후 논술이 파격적으로 줄었다. 논술 전형은 사교육의 영향이 가장 큰 전형이다. 특기자 전형도 줄었다. 정부의 권고로 메이저 대학은 정시를 30% 선으로 늘리려고 한다. 이를 위해 줄이려는 영역이 대부분 논술이다. 이미 논술을 보지 않고 있는 서울대와 고려대는 지역균형선발 혹은 학교장 추천 전형을 줄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양대가 추가로 정시를 늘린다면 특기자 전형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학종에서 면접을 보지 않는다는 건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나.  
“솔직히 말해 면접을 안 보고 평가할 때 여러 공격을 받았다. 면접을 보면, 우수한 학생이 지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정시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면접에 불참해버린다. 5배수로 뽑아도 모두 다른 학교로 가버리는 일이 생겨 선발이 엉망이 된다. 면접 전형을 넣으면 도리어 제대로 소신 있게 학생부를 준비한 학생들을 들러리 세우게 되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학종, 고교 교육을 살리는 전형은 아닌 게 돼 버린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잘나간다는 특목고 학생들은 한양대 학종을 외면한다. 한양대 수시에 덜컥 합격하면 다른 기회를 놓칠 수도 있어서다. 이런 학생이 지원을 안 해서 고민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선발 방식에 자신 있다. 어떤 경우는 서류로만 뽑는데 같은 학교 전교 5등은 떨어지고, 전교 15~20등 학생이 합격하는 경우도 있다. 고교 선생님이 의아해하며 두 학생의 학생부를 들고 찾아온다. 막상 학생부를 살펴보면 우리가 잘 뽑았다고 다시 느낀다. 전교 5등 학생의 학생부는 학교에서 만들어준 것이고, 전교 20등이지만 합격한 학생의 학생부에는 정말 진정성 있게 공부한 모습이 담겨 있어서다. 학종이 아닌 다른 전형을 통해 우리 학교에는 특목고나 영재고 학생도 들어온다. 학종으로 뽑은 학생이 대학교 수업 과정에서 다른 학생보다 더 우수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정량 평가만으로 찾지 못했던 숨어있는 좋은 인재를 우리가 찾아내고 있다. 지금 같은 선발 방식에 대해서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한양대 인재상은.  
“총장님이 늘 발표하시지만 첫 번째는 사랑의 실천이다. 또 하나는 실용을 중시하는 학풍이다. 공과대학 중심으로 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까 창업, 산학협력을 하고 개방적인 수업으로 성장해나간다. 저희는 학생부를 읽더라도 아까 말대로 정량적인 요소도 있지만 이 아이의 수업과 활동을 보면서 그러한 부분들을 본다. 한마디로 진짜 실력 있는 아이를 찾는다. 학생부를 통해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 협업과 소통능력, 자기주도역량이 드러나는 학생을 찾는다.  
 
- 기억에 남는 합격자 사례를 소개해달라.  
“충청북도 일반고의 한 선생님이 학생부 하나를 갖고 온 적이 있다. 전액 장학금을 주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학과에 합격한 아이인데 이 아이가 붙은 이유를 알고 싶다는 거다. 컴퓨터 소프트 학과는 인기가 매우 높다. 동문 자녀 중 한 명은 유명한 과고 출신인데, 서울대와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만 떨어져서 카이스트에 간 사례도 있다. 그런데 충북 일반고의 학생이 붙은 거다. 이 학생은 전교 최상위권도 아니라 선생님이 학생부를 들고 달려온 거다. 읽어봤더니, 우리로서는 당연히 뽑아야만 하는 학생이었다. 수학을 굉장히 잘하고, 수학뿐만 아니라 수학 관련된 다양한 창의적 사고와 관련된 수상을 했다. 수학과 과학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이 학생부 곳곳에서 보이고, 독서 활동에도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고2 때는 물리 2를듣기 위해 인근 거점고를 찾아가는 열정까지 보였다. 물리 2를 선택하면 점수를 받는 데는 불리하지만 정말로 심화 과정을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이다. 우리는 그런 학생을 주저하지 않고 뽑는다. 설명을 듣더니 그 선생님도 우리의 선발 방식에 대해 신뢰를 보였다.”  
 
-또 다른 사례를 소개한다면.  
“이번에도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 찾아왔다. 자연계에서 전교 1등을 다투는 학생인데, 한 애는 좋은 과에 붙고 한 애는 조금 낮은 과에 떨어졌다. 그런데 선생님이 보기엔 떨어진 학생이 학종에 완벽한 조건이라는 거다. 두 학생을 비교해달라고 해서 봤더니, 떨어진 아이는 자연계 아이인데도 온갖 분야에 수상 실적을 가지고 있고, 토론대회나 인문 관련 대회 수상기록까지 있는 종합형이었다. 반면 붙은 학생은 수학 과학 정도에서만 수상 기록이 있었다. 하지만 수상한 것이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이었다. 또 과학은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이 모두 완벽하고 심화 과정까지 마칠 정도로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주저하지 않고 뛰어들어 최대의 학업 역량을 보인 것이다. 이 학생은 우리 학교에 추가 합격도 아닌 최초 합격으로 들어왔다. 이런 내용을 말해주니까 선생님이 합격한 애는 너무 조용하기만 한 학생이고, 떨어진 학생은 활달해서 이쁨을 많이 받는 학생이라 학생부도 더 화려한 데 학생부를 통해 이렇게 차이점을 읽어낼 수 있냐며 놀라더라. 아이들이나 학교가 착각하는 게 학종은 활달하고 학교 활동에 많이 참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데 꼭 그런 게 아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나라 입시 전체로 보면 정시도 중요하다. 지금 너무 많은 아이가 정시를 중심으로 공부한다. 이 아이 중에도 발현이 안 됐지만 우수한 아이들이 많다. 이 아이를 살려주려면 정시도 중요하다. 일단은 정시냐 학종이냐 비교 경쟁은 더는 하지 말자. 우리 아이들이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 교육에 집중하자. 정시도 고착된 문제 유형에서 벗어나 이런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하면 좋겠다. 학종은 앞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좋은 인재를 발굴하는 전형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사회에 미래가 있다. 대학들이 지금 멈칫하고 있는데, 정성평가의 항목도 다 공개해야 한다. 그런 정성평가 항목에 맞춰 고교 교육이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양대도 올해 평가 절차와 평가 방법을 더 과감하게 공개할 것이다. 또 개정 교육과정으로 올해 고2부터 과목이 많이 바뀐다. 새로운 제도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평가 방식에 대한 가이드를 빨리 마련하지 않는다면,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점수를 따기 좋은 과목으로만 학생들이 몰릴 수도 있다. 세부적인 가이드를 만드는 게 대학의 시급한 과제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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