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밀리터리룩은 되고 유사 군복은 안 됩니까"…노점상 상인은 어쩌다 위헌 심판까지 가게 됐나

중앙일보 2019.04.16 05:00
노점상에서 군복 팔다 재판에…"밀리터리 룩인데, 억울"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2월 부산 중구 남포동 인근에서 노점상을 하던 상인 A씨는 유사군복을 진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가 판매하려던 의상은 전투복 상하의와 전투화 등 25점이었다. 군복단속법은 유사군복을 제조ㆍ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소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유사 군복을 입는 것만으로도 1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해질 수 있다.  
 
앞으로 군복 의상을 팔지 못하게 되고 처벌까지 받게 될 처지에 이른 A씨는 법정에서 억울함을 표했다. 사건을 맡은 부산지법 역시 고민에 빠졌다. 1973년 군복단속법이 만들어질 당시는 유신정권 하에서 군인을 사칭해 금품을 갈취하는 사례 등이 빈번했다. 남파 간첩이나 무장공비 침투를 막기 위해 유사 군복 착용을 엄격히 규제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밀리터리룩’ 패션이 유행하는 지금도 이를 엄격히 처벌할 필요가 있느냐는 고민이었다.
 
결국 부산지법은 유사군복 판매목적 소지를 금지하는 군복단속법 8조2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판단해달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A씨 재판은 중단됐다.
 
법원도 "군복 입는 게 안보랑 상관 있나…처벌 과하다"
부산지법은 위헌법률심판 청구서에서 “유사 군복의 구입 용도는 대부분 자신을 다른 사람과 달리 보이고 싶어하는 욕망에 기인한 것이다. 국가의 안전보장을 저해할 의도로 노점상에서 유사군복을 구입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우일 것”이라며 “유사 군복을 판매하면 구매자의 패션 변화만 있을 뿐 국가의 안전보장과는 별다른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어디까지가 ‘유사 군복’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부산지법은 “외관상으로는 식별이 극히 곤란한 유사 군복 개념은 각자마다 다른 주관적이어서 형사처벌하기에 너무 불명확하고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지금껏 군복 의상을 팔아온 A씨의 생계가 막막하다는 점도 들었다. 왜 유사 군복을 입으려는지 목적이 사람마다 다양한데 이를 일괄적으로 처벌하는 건 밀리터리룩 제조ㆍ판매자의 직접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헌재 "테러범이 군복 입고 사칭한다면? 규제해야"
15일 기자가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군복 판매'라고 검색했을 때 나온 군복 판매 글들. 실제 군복이나 거의 비슷한 모조품을 팔았을 경우 경우에 따라 처벌될 수도 있다.

15일 기자가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군복 판매'라고 검색했을 때 나온 군복 판매 글들. 실제 군복이나 거의 비슷한 모조품을 팔았을 경우 경우에 따라 처벌될 수도 있다.

하지만 헌재의 판단은 달랐다. 헌재는 군복단속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헌재는 테러 방지 차원에서 여전히 유사 군복 판매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만일 테러범 등이 유사 군복을 입고 군인을 사칭한다면 국민들이 이를 의심하기보다는 진짜 군인으로 믿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부 시위대들이 빈번히 군복을 입고 집회에 참가하는 현실도 지적했다. 헌재는 “동일한 유사 군복을 다수의 인원이 통일하게 착용하는 경우 위협성을 과시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가와 연관된 집회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군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저하되면 유사시 국민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완전 모조품만 처벌, 밀리터리 룩 구별 가능해"
유사 군복과 단순 패션으로서 밀리터리 룩을 구분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고도 봤다. 실제 단속 사례들을 보면 진짜 군복을 가져다가 그대로 모방하거나 모조품임을 밝히지 않는 경우에 국한됐고, 상징만 가져다 쓰거나 일부만 유사하게 만든 제품까지 무분별하게 단속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기석ㆍ이석태ㆍ이영진 재판관은 “유사 군복의 판매목적 소지를 허용한다고 국방력을 약화시키거나 군 작전에 방해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세 재판관은 “타인에게 직접적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누가 어떤 의복을 입는가는 개인 개성ㆍ자유로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화되는 등 국민인식이 변화해 해당 규제는 더 이상 존재이유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헌이라고 봤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