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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7조, 올 갚을 돈만 1조대···이 돈 떠안아야 아시아나 주인

중앙일보 2019.04.16 00:13 종합 1면 지면보기
아시아나 몸값 1조대…박삼구 “회사 잘 부탁”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날개를 접는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맞춰 제2 민간 항공사로 출범한 지 31년2개월 만이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보유한 최대주주 금호산업은 15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금호산업 이사회는 “아시아나항공의 미래 발전과 1만여 임직원의 미래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삼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과 산업은행은 이날 오전부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사회에 앞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 박 전 회장은 이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을 팔겠다”며 “채권단에 최대한 협조하겠다. 회사를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후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포함된 수정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금호그룹은 이날 정오 무렵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구주 매각 및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즉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조건으로 5000억원의 자금 지원도 요청했다. 에어서울 등 자회사 별도 매각은 금지하되 인수자가 요청할 경우 별도로 협의할 것이란 단서조항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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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이 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을 팔기로 한 건 매각 이외에는 그룹의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2002년 회장 취임 이후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웠다. 2006년 6조4000억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했고, 2008년에는 4조1000억원에 대한통운을 사들였다. 금호그룹은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건설 경기가 주춤하면서 2009년 대우건설을 재매각해야 했다. 승자의 저주에 빠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호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호가 회사를 살리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며 “채권단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박삼구 회장 아들이 경영하겠다는데 뭐가 다른지 의아하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던 것과 비교하면 긍정적인 평가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수정된 자구계획은 채권단의 승인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아시아나 매각 걸림돌은 부채 7조, 올해 갚을 돈만 1조대
 
아시아나항공.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연합뉴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이날 향후 매각 절차에 관해 묻는 말에 “상당히 큰 회사이기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여러 달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상으로는 국내 기업이 유력하다. 관련법에 따라 외국인이 국내 항공사를 경영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어 해외 자본 참여가 불가능해서다. SK그룹과 한화그룹·CJ그룹·애경그룹 등이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인수를 공식화한 곳은 한 곳도 없다. SK그룹은 풍부한 자금력, 한화그룹은 항공·우주 산업이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막대한 부채는 매각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달 초 공시한 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에 따르면 이 회사의 부채는 7조979억원으로 부채 비율은 649%에 이른다.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1조~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사들이는 데 필요한 자금은 15일 종가 기준으로 5000억원 정도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더하면 아시아나 항공 지분 인수가는 6000억원 수준”이라며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등 자회사 면허권을 더하면 총 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차입금도 갚아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3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올해 안으로 갚아야 할 금융부채는 1조1904억원이다.
 
산업은행은 이날 금호그룹이 제시한 수정 자구안을 검토하기 위한 채권단 회의를 소집했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전제로 추가 자금 수혈 규모와 채무 출자전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이 수정된 자구안을 받아들이면 이달 내 재무구조 개선 양해각서(MOU)를 새롭게 맺게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가 바뀌면 재무구조가 개선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2012년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은 금호그룹에서 CJ그룹으로 매각될 때 회사채 신용등급이 두 등급이나 상향됐다”며 “아시아나항공 역시 대주주가 바뀌면 신용등급 상승으로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염지현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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