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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줘도 싫다 하니, 폐기물처리장 어디로 가야 하나

중앙일보 2019.04.16 00:04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 2월 충남 서산시 양대동 소각장반대투쟁 위원회가 소각장 건설 관련 여론조사가 불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충남 서산시 양대동 소각장반대투쟁 위원회가 소각장 건설 관련 여론조사가 불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혐오·환경오염 시설인 쓰레기 매립장·소각로 설치 등을 놓고 주민 반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집 마당에는 안 된다(Not In My Back Yard)’는 님비현상이다. 일부 자치단체는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놓고 있다.
 
경남 남해군은 지난 2월 폐기물 처리장을 공모하면서 “처리장 소재지 마을에 30억원을, 소재지 마을을 포함한 반경 1~2㎞ 이내 마을에 각각 30억원과 4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원금이 총 100억원이나 된다. 군은 또 재활용품 판매 수익금으로 매년 2억원을 마을운영비·주민건강검진비로, 선정된 읍·면에 매년 2억원의 지역개발사업비를 주기로 했다. 매립장 사용 20년간 4억원씩 80억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다.
 
대신 부지면적은 4만㎡ 이상이어야 하며, 부지경계에서 2㎞ 이내 거주 세대주의 50% 이상과 토지소유자 70% 이상의 찬성을 받아 신청하는 조건이다.
 
남해군은 현 남해읍 남변리 폐기물처리장(면적 2만726㎡) 내 매립장이 2~3년 더 사용할 수 있지만, 공식적으로 2018년 12월 사용 기간이 만료됐고, 인근 죽산마을 주민 등이 처리장 폐쇄를 요구해 새 처리장 확보가 시급하다. 그러나 공모 만료(17일)를 앞둔 15일 신청 마을은 한 곳도 없다.
 
인근 하동군은 2004년부터 사용해온 금성면 가덕리 매립장(현 사용률 97%)의 사용만료를 앞두고 2016년 10월 이곳과 500m 떨어진 곳에 새 처리장(완공 2022년)을 짓기로 확정했다. 인근 주민에게 110억원을 지원하는 조건이다. 하지만 올 하반기 착공을 앞두고 하루 소각량을 30t에서 60t으로 늘려 남해군 쓰레기를 반입하려 하자 최근 금성·금남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월 일부 개장한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광역 매립장)도 주민 반대로 수년간 홍역을 치렀다. 제주도는 노인회관 재건축, 주민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등을 제시해 주민을 설득했다. 제주도는 도내 최대 매립장인 봉개매립장(231만㎥)의 매립률이 99.9%여서 쓰레기 200만㎡를 매립하고 하루 500㎡ 소각시설을 갖추기 위해 센터를 짓는다. 오는 11월 준공 예정으로 전체 6개 구역 중 2개 구역이 완공됐고, 나머지는 공사 중이다.
 
충남 서산시는 지난 2월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양대동에 자원회수화시설(광역 쓰레기소각장) 설치를 확정했으나 인근 주민이 반대하자 도시계획도로 조기 착공과 공동묘지 이전 등을 지원키로 했다. 맹정호 서산시장은 “주민 숙원사업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에선 달서구 장동 성서생활폐기물 소각장을 새로 짓는 문제로 시끄럽다. 하루 용량 320t인 성서소각장이 2023년 내구연한에 이르면서 대구시가 민간자본 1100억원으로 현 위치에 새 소각장을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시민단체는 “시민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 사업계획을 철회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는 추진할 계획이다.
 
경기도 연천군에선 민간사업자가 전곡읍 고능리 골프장 부지를 사들여 매립장(4만9493㎡) 건설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연천군의회도 “임진강·한탄강 일대의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을 앞두고 매립장을 추진하는 것은 ‘청정 연천’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간업체는 “인근 주민 90%의 동의를 받아 추진하고 소각재·벽돌 조각 같은 썩지 않는 무기물만 매립하며, 외부로 악취가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이의 허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이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조정기구를 지자체 내에 신설해 지역주민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며 “지자체는 주민에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상위 목표를 제시해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해·제주·서산=황선윤·최충일·신진호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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