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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유지" 공약에 핀란드 중도좌파 사민당 16년 만에 1위

중앙일보 2019.04.15 16:53
핀란드 총선에서 16년 만에 1위를 차지한 사회민주당의 안티 린네 대표와 부인 [EPA=연합뉴스]

핀란드 총선에서 16년 만에 1위를 차지한 사회민주당의 안티 린네 대표와 부인 [EPA=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치러진 핀란드 총선에서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이하 사민당)이 제1당 자리를 차지했다. 2위와 한석 차이지만 16년 만에 다수당 위치에 올랐다.
 
 사회당ㆍ사회민주당 등의 명칭을 쓰는 중도좌파 정당은 10여 년 전만 해도 유럽 다수 국가에서 집권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보수 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러다 이번에 핀란드에서 사민당이 부활했다. 핀란드 총선에서는 극우 정당의 건재와 환경을 중시하는 녹색당의 약진 현상도 나타났다. 유럽 유권자의 관심사가 집약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가디언 등은 해석했다.
 
 공영방송 YLE에 따르면 개표가 96%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안티 린네(57세) 대표의 사민당이 전체 200석 중 40석을 얻었다. 2015년 총선(34석)에서 4당에 그쳤다가 6석을 추가해 1위로 올랐다. 반이민 성향의 ‘핀란드인당’은 39석으로 2위였다. 현 집권 연립정부의 한 축인 국민연합당이 38석을 얻었고, 현 집권 핵심인 중도당은 18석 줄어든 31석에 그쳤다. 녹색당은 5석을 늘려 20석을 얻었다. 사민당이 연정 구성을 주도하게 된다.
반이민 성향 핀란드인당의 유시 할라아오 대표 [AP=연합뉴스]

반이민 성향 핀란드인당의 유시 할라아오 대표 [AP=연합뉴스]

 
 살기 좋은 나라 선두권에 늘 오르는 핀란드의 이번 선거에서 사민당이 부활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핀란드는 유럽에서도 사회복지가 잘 갖춰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고령화가 진행되고 저성장이 나타나면서 현 사회복지를 유지하는 것이 숙제로 떠올랐다.
 
 유럽 국가들은 1940년대부터 70년대까지 복지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좌파 성향 정당들이 복지 확충을 내걸었기 때문에 대다수 유럽 국가에서 집권당이었다. 하지만 세계화와 맞물려 90년대 들어 여러 나라에서 실업률이 오르고 실소득이 정체됐다. 빈부 격차가 늘고 저소득, 중산층이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더해지자 각국 정부가 긴축에 나섰다. 
 
 사회적 약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졌지만, 좌파 성향 정당들도 과거처럼 재정 확대를 적극 주장하지 못했다. 그러자 중도 좌파를 지지하던 유권자는 극좌로 돌아섰다.
이 와중에 이민자가 대거 유입되자 반이민 정서를 타고 극우 정당이 약진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번 핀란드 선거에서도 이 두 문제가 최대 이슈였다.
기후 변화가 선거 의제가 되면서 그린당도 약진했다. [AP=연합뉴스]

기후 변화가 선거 의제가 되면서 그린당도 약진했다. [AP=연합뉴스]

 
 집권 중도당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교육 지원 감축과 실업급여 지급 기준 엄격화 등을 내걸었다. 보건복지 업무를 광역자치단체에서 기초자치단체로 이관하겠다는 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총리가 사퇴했을 정도로 갈등이 심했다. 틈새를 노린 사민당이 세금 인상과 정부 지출 확대를 공약하자 유권자가 표를 준 것이다. 그렇지만 중도 좌파가 해결책을 찾아낼 지는 미지수다.
 
 핀란드에서 외국 출생은 인구의 6.6%에 불과하다고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유럽에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최근까지 이민 문제는 선거 의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반이민 정당인 핀란드인당이 지난해 이민자에 의한 성범죄 등을 집중 이슈화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표심이 움직였다. 이 정당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재정 지출이 과다하다는 주장도 펴 일부 보수 성향 유권자를 흡수했다. 그 결과가 사민당에 1석 뒤지는 2위다.
 
고령화와 저성장 속에 핀란드 총선에서는 복지를 유지하겠다고 공약한 중도 좌파 정당이 재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공약을 달성할 지는 미지수다. [AP=연합뉴스]

고령화와 저성장 속에 핀란드 총선에서는 복지를 유지하겠다고 공약한 중도 좌파 정당이 재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공약을 달성할 지는 미지수다. [AP=연합뉴스]

 복지 유지와 이민, 기후변화 대응 세 가지는 다음 달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중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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