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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9등 밀려났던 타이거 우즈, 다시 '그린재킷 전설' 쓰다

중앙일보 2019.04.15 08:06
타이거 우즈. [AF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 [AF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는 2년 전 챔피언스 디너에 참석하기 위해 마스터스에 왔을 때 제대로 걷지 못했다. “골프채를 지팡이로 쓴다”는 농담을 했고 “나는 끝났다”고도 했다. 
 
이후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받은 마지막 수술에 성공했다. 그가 재활을 거쳐 드라이버를 처음 쳤을 때 90야드가 나갔다고 한다. 세계랭킹은 1199등까지 밀려났다.  

 
우즈는 올해 마스터스 기간 중 벤 호건상(부상을 극복한 선수상)을 받았다. 수상연설에서 우즈는 “2년 전 골프는 나의 가까운 장래의 일도, 먼 장래의 일도 아니었다”고 했다. 그런 우즈가 2년 만에 그린재킷을 입었다.    
 
몸만 아픈 것이 아니었다. 사회적 수모와 정신적 고통 속에서 살았다. 우즈는 10년 넘게 가장 돈 많이 버는 스포츠 스타로 군림했다. 유혹도 따라왔다. 우즈는 골프광인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과 찰스 바클리를 따라다니면서 도박과 밤 문화를 배웠고, 즐겼다. 
 
우즈는 2009년 섹스스캔들 후 사과 기자회견에서 “나는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주변의 유혹을 즐겨도 된다고 생각했다. 돈과 명성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찾아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고 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인터넷은 그를 발가벗겼다. 그는 수치심 속에서 살았다.
 
이후 세계랭킹 1위에 다시 오르기도 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는 힘을 못 썼다. 기자는 그의 마음 속에 구멍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우즈의 이번 마스터스 우승은 이제야 그가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시사한다. 
 
허리가 아파 누워 있는 동안 우즈는 절망 속에 살았다. 그 때 우즈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11년 만의 메이저 우승은 이제야 비로소 우즈가 자신을 용서했다는 것을 뜻한다.  
 
어린 시절 우즈의 부모는 “상대를 완벽히 밟아야 한다. 다정하게 대해 주면 그들이 칼로 등을 찌를 것”이라고 가르쳤다. 우즈는 부모님 뜻대로 살았다. 그는 냉혹한 킬러였다. 모두 우즈를 두려워했다. 
 
이번 우승 후 클럽하우스 앞에서 그를 기다리며 축하해준 수많은 후배 선수들의 모습은 우즈가 이제는 경쟁자들에게도 친절한 사람이 됐다는 것을 뜻한다. 마음 착한 사람도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우즈가 알려줬다.
 
마흔 네살 우즈가 입은 그린재킷은 힘보다 지혜가 중요하다는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해준다. 우즈는 1997년 우승 시 드라이브샷 거리에서 2위보다 25야드, 평균보다는 46야드를 멀리 쳤다. 우즈는 혼자 헤비급 복서였다. 다른 세상에서 경기했다.
 
지금은 아니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 295야드로 44위다. 1위보다 22야드가 짧다. 우즈는 코스를 압도하지 못했다. 이글이 하나도 없었다. 대신 더블보기도 없었다. 우즈는 인내하고 기다리면서 버텼다.
 
기자회견장에서 그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우즈는 우승에 "감사한다", “운이 좋았다”라는 단어를 썼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우즈는 자신을 이기기 위해 태어난 선택된 사람(chosen one)으로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그의 우승은 고난 속에서 인간이 겸손하고 현명한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97년 마스터스에서 처음 우승한 후 우즈가 부둥켜안은 사람은 아버지였다. 올해는 그의 아들이 우즈를 기다리고 있었다. 22년이 지나는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그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두 아이가 생겼다. 
타이거 우즈. [중앙포토]

타이거 우즈. [중앙포토]

 
모자를 벗으면 우즈의 나이를 느낄 수 있다. 줄어 든 머리숱 때문에 오래전 18번 홀 그린 옆에서 기다리던 그의 아버지가 연상된다. 그러나 원색의 재킷을 입은 그는 첫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던 스물두 살, 찬란하게 빛났던 청춘의 얼굴 보다 주름진 마흔넷의 얼굴이 더 멋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2019년의 그린재킷은 22년의 풍상에도 우즈의 의지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상징이다. 그래서 열두 차의 화려한 1997년 못지않게, 한 타 차로 우승한 2019년 마스터스가 오랫동안 기억될 전설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오거스타에서>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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