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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모르고 삼겹살 식당 차린다? 맛집은 공부가 기본

중앙일보 2019.04.15 08:00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9)
퇴직을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게 식당 창업이다. 별 기술이 없어도 주방장만 잘 고용하거나 집안에 한 두 사람은 맛의 달인이 존재하기에 맛집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사진 pxhere]

퇴직을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게 식당 창업이다. 별 기술이 없어도 주방장만 잘 고용하거나 집안에 한 두 사람은 맛의 달인이 존재하기에 맛집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사진 pxhere]

 
식당창업의 문턱이 너무 낮다 보니 퇴직을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게 ‘식당이나 할까’다. 일 년에 18만개의 식당이 문을 닫는다고 해도 자영업을 선택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식당창업을 먼저 생각한다. 별 기술이 없어도 주방장만 잘 고용하거나 집안에 한두 사람은 항상 있는 맛의 달인들이 존재하기에 매일 TV만 틀면 줄 서는 맛집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착각에 빠진다.
 
식당은 아주 섬세하고 민감한 경영기술이 요구되는 공간이다. 눈만 돌리면 반경 100m 이내에도 수십 개의 동종 식당들이 존재하고, 고객의 입맛은 너무 까다로워 웬만히 맛있게 하지 않으면 금방 등을 돌리고 악소문이 난다. 무엇보다 사람 관리 하는 게 너무 힘들어 오죽하면 식당업을 막장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최저 시급제의 영향으로 인건비는 오르고 그마저도 험한 일을 하지 않으려는 구직자들로 인해 온종일 현장에서 서서 일하는 식당에 취직하려는 사람 자체를 구하기도 힘들고 아무리 잘해줘도 조금만 심사가 틀리면 의리고 뭐고 없이 당장 그만둬 버린다. 새로운 주방장을 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로 음식을 만들어 내어놓으면 맛이 변했네 어쩌네 하며 손님이 뚝 끊긴다.
 
프랜차이즈 창업이 아니면 스스로 발품을 팔아 모든 걸 준비하고 오픈해야 하는데, 전문성이 있어도 성공하는 식당을 만드는 게 힘들다. 평생을 다른 일에 종사하다 창업하면 살얼음판을 건너는 기분으로 매일 매일을 힘겹게 운영하는 게 현실이다. 은행에서 30년을 근무하다 최근에 명예퇴직한 박 사장의 스토리는 하나의 성공사례라 소개한다.
 
박 사장은 퇴직하기 몇 개월 전부터 틈틈이 서점에 들러 식당 창업 관련 서적을 사 읽으면서 식당업의 본질에 대해 공부했다. 창업절차, 점포 구하는 법, 상권 보는 법, 식재료 구매 및 재고관리 노하우, 운영원가 산출하는 법, SNS를 비롯한 신 마케팅 전략, 적정 매출대비 인력 투입 기준 등 식당 운영과 관련된 전문서적을 읽다 보니 어느 정도 공통분모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 사장은 퇴직하기 몇 개월 전부터 틈틈히 서점에 들러 식당 창업 관련 서적을 사 읽으며 식당업의 본질에 대해 공부했다. [뉴스1]

박 사장은 퇴직하기 몇 개월 전부터 틈틈히 서점에 들러 식당 창업 관련 서적을 사 읽으며 식당업의 본질에 대해 공부했다. [뉴스1]

 
권리금이 싸고 임대료가 저렴한 점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점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주5일 상권인지, 주7일 상권인지, 경쟁자 혹은 향후 경쟁자가 될 상대는 상권 내 얼마나 존재하는지, 유동인구는 많게 보이지만 그냥 흘러가는 유속이 빠른 상권인지 머무는 상권인지, 상권 내 점심·저녁의 주 이용고객은 누구인지, 지불 가능한 희망 객단가는 얼마인지, 점포의 향이 북향인지 남향인지(향에 따라 점포 내부가 안 보이기 때문에 통상 식당은 가정집과 달리 남향보다 북향이 좋다) 점포가 도로와 평형인지, 낮은지 높은지 등 점포를 구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점검요소가 전부 책 속에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돼지고기로 점심과 저녁 메뉴 구성을 할 수 있는 삼겹살&찌개 전문점으로 업종을 선택했다. 서울에서 유명한 제주 흑돈 삼겹살 전문점 설거지 직원으로 취직해 밑바닥부터 조리 업무를 어깨너머로 배울 기회를 얻었다.
 
평생 은행원에서 근무해 조리에 대한 기술이 없었지만, 창업을 결심한 이상 조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글을 책에서 읽었던 터라 주방에서 가장 험한 직종이면서 무경험자도 취직이 잘되는 설거지로 취업했다. 반년이 지나자 돼지고기 손질하는 법, 찌개 끓이는 법, 반찬 구성하는 법 등을 주방장과 찬모로부터 조금씩 배워 조리과정의 기본 기술과 흐름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원재료인 좋은 돼지고기의 유통과정을 알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기술도 좋고 품성도 갖춘 몇몇 조리사와의 인맥을 쌓게 된 것도 가게 오픈을 할 때 큰 힘이 되었다. 점포를 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쉬는 날을 이용해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상권을 정하고 집중적으로 점포 구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집에서 가까우면 한 번이라도 더 가게를 들릴 수 있고 관리하는 게 용이해 집에서 멀지 않은 곳 위주로 후보 상가를 찾았다.
 
또 제일 중요한 점포 구하는 일을 무턱대고 부동산 중개소에 전부 맡기지 않았다. 창업하고 싶은 지역을 지정해 주중과 주말, 점심과 저녁을 나누어 최소 한 달 이상 상권을 관찰하고 후보 점포를 선정했다. 상권 내 후보 점포에 대한 SWOT(강점과 약점, 기회 및 위협요인) 분석을 면밀히 했다.
 
점포 구하는 일은 무턱대고 부동산 중개소에 맡기지 않았다. 창업하고 싶은 지역을 지정해 주중과 주말, 점심과 저녁을 나누어 최소 한 달 이상 상권을 관찰하고 후보 점포를 선정했다. [중앙포토]

점포 구하는 일은 무턱대고 부동산 중개소에 맡기지 않았다. 창업하고 싶은 지역을 지정해 주중과 주말, 점심과 저녁을 나누어 최소 한 달 이상 상권을 관찰하고 후보 점포를 선정했다. [중앙포토]

 
후보 점포를 추려 몇 번에 걸쳐 식사하면서 대략적 손님 추이를 관찰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권리금은 8000만원이 붙어 있으나 최근에 시설을 해서 추가 공사비를 절감시킬 수 있는 점포를 찾았다.
 
40평 규모라 직장인이 많은 상권에서 일정한 규모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부분을 충족했고, 배후에 3000세대 이상 아파트도 있어 직장인만 보며 영업하는 주 5일 상권에 비해 영업일 수도 어느 정도 보장이 된 곳이었다. 반경 1㎞로 이내 유사한 조건에 있는 상가들의 평균적인 권리금과 임대료를 조사해 직접 주인과 기존 세입자를 만나 권리금과 임대조건 조정해 계약을 체결했다.
 
음식점의 성공은 맛, 서비스, 위생이라는 3가지 기본 요소를 얼마나 지속해서 잘 지켜나가는 것인가를 알기에 직원들에게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집중적으로 공유했다. 일정 목표액을 초과한 이익분에 한 해 이익금을 공유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해 주인의식을 갖게 했다. 메뉴는 점심은 보다 빠르게 음식이 나가야 하는 특성을 고려해 생돼지 김치찌개 하나만 판매하고 김과 계란 후라이를 무한대로 리필해 먹을 수 있는 코너를 이용하게 했다.
 
매장 초기 홍보도 중요해 점심을 먹은 고객에게 저녁 이용 시 삼겹살 200g 무료 시식권을 지급했는데 실제로 많은 점심 고객이 이 쿠폰을 들고 재방문해 초기 매장 운영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저녁엔 제주 흑돼지 목살을 3㎝ 이상 두껍게 썰어 제공하면서 직원들이 친절하게 일일이 굽게 교육했다. 박 사장 본인도 직접 홀을 돌아다니며 단골에게 인사하고 모자라는 찬을 미리미리 채우는 한발 앞선 서비스를 생활화했다.
 
저녁엔 제주 흑돼지 목살을 3cm 이상 두껍게 썰어 제공하면서 직원들이 친절하게 일일이 굽게 교육했다. 박 사장 본인도 직접 홀을 돌아다니며 단골 고객을 관리했다. [중앙포토]

저녁엔 제주 흑돼지 목살을 3cm 이상 두껍게 썰어 제공하면서 직원들이 친절하게 일일이 굽게 교육했다. 박 사장 본인도 직접 홀을 돌아다니며 단골 고객을 관리했다. [중앙포토]

 
반찬의 구성도 가짓수만 많은 것이 아닌 울릉도 농협에서 직접 구매한 명이나물과 고급 일식집에서만 나가는 생 와사비, 몸에 좋은 구운 함초 소금, 매일매일 매장서 담그는 겉절이 등 작은 부분 하나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건강한 음식점이란 이미지를 고객에게 심어주었다.
 
무엇보다 주인이 매일 매장에 나와 음식을 준비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몸소 실천하니 인력 안정화가 이루어져 안심하고 장사를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식자재 발주도 주인이 직접 했다. 필요하면 농수산물 센터에서 직구매하니 재료도 신선할뿐더러 매월 매출 대비 식자재 재고율이 5%를 초과하지 않아 절감한 구매 식재료비를 고스란히 고객에게 더 제공할 수 있어 고객의 만족은 높아지고 만족을 경험한 고객이 다른 고객을 데려오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처음 직원들에게 약속한 인센티브 지급은 당연히 지켰고 알바생으로 들어와 1년을 같이 고생한 직원이 군에 입대할 때는 제대할 때 가지 매월 50만원의 용돈 지급을 약속해 지금도 지키고 있다. 열심히 일한 직원에 대한 작은 배려였지만 이 모습을 본 다른 직원이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주인이라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똑같이 열심히 뛰고 이익을 공유했다. 주방 설거지부터 시작해 조리기술을 익히고 식재료 발주에서부터 재고관리, 유통 전 과정을 익혀 절감된 재료비를 고객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박 사장의 식당은 장사가 잘되어 직영점만 십여개에 가맹점이 백개가 넘는 성공한 프랜차이즈 오너가 되었다. 직영점 점주는 박 사장과 함께 한 직원 중 우수하고 열심히 일한 직원 중에 선발해 사장을 만들어 준 사람들이라 성공의 선순환을 함께 누리고 있다.
 
스스로 직접 걸어가지 않고 산 정상에 설 수 없다. 성공하고 싶으면 현장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 돼지고기를 모르면서 돼지고기 전문점 사장이 되려 한다면 돼지도 웃는다.
 
이준혁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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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이준혁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필진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 국내 대표적인 외식브랜드와 식당 300여개를 오픈한 외식창업 전문가다. 지난 30여년간 수 많은 식당을 컨설팅하고 폐업을 지켜봤다. 자영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창업강의 등을 통해 폐업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의 갱생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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