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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인싸] 청년 의원은 2030을 대변할까? 여권의 ‘청년 공천’ 딜레마

중앙일보 2019.04.15 06:00
 
‘여의도 인싸’는 국회 안(inside)에서 발생한 각종 이슈와 쏟아지는 법안들을 중앙일보 정치팀 2030 기자들의 시각으로 정리합니다. ‘여의도 인싸’와 함께 ‘정치 아싸’에서 탈출하세요.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사진)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중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사진)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중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총선을 1년 앞두고 여권에서는 ‘청년 공천’에 대한 물밑 논의가 한창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여권 지지층이었던 2030의 민심을 회복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려면 청년 공천제도를 파격적으로 확대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민주당 총선공천기획단과 청년미래기획단 비공개 회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행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당내에서도 청년 공천에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30대 기자인 제게 오히려 이렇게 되묻곤 합니다.  
“청년 국회의원이어야만 2030 민심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한 초선 의원)  
“여야 할 것 없이 청년 비상대책위원, 청년 비례대표 등을 내세워봤지만 2030의 기대에 부응을 못 하지 않았나.” (한 중진 의원)
 
지난해 3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청년당원전진대회에서 우상호 의원(앞줄 왼쪽부터), 김병관 의원, 우원식 의원(당시 원내대표), 박용진 의원, 강훈식 의원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3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청년당원전진대회에서 우상호 의원(앞줄 왼쪽부터), 김병관 의원, 우원식 의원(당시 원내대표), 박용진 의원, 강훈식 의원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그만큼 청년 인재풀이 좁고, 전례를 보더라도 효과가 미미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말인 듯합니다. 하지만 청년 공천마저 하지 않으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는 속 시원히 답해 주는 이가 없습니다. “공천할만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 역시 정당의 역할이자 책임”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못했습니다.  
 
2030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건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났고, 민주당 지도부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회사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해 1월 2일부터 나흘간 조사한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53.7%였습니다. 반면 지난 8일부터 사흘간 TBS 의뢰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대 지지율은 38.4%로 떨어집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년 3개월 만에 15.3% 포인트 하락한 겁니다.  
 
여권 인사들은 청년층과의 스킨십을 늘리려 합니다.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박주민 최고위원이 주최한 ‘20대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란 제목의 비공개 강연에 참석했습니다. 이날 비공개 강연에서는 “민주당이 대외적으로 젊은 정당을 표방하지만 2030을 대변하는 의원은 잘 안 보인다. 실제로는 386세대를 과대대표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3월 5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7회 지방선거 시ㆍ도당 공천관리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홍문표 중앙당 공천관리위원장 및 시도당 위원장들과 '혁신공천' 등의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3월 5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7회 지방선거 시ㆍ도당 공천관리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홍문표 중앙당 공천관리위원장 및 시도당 위원장들과 '혁신공천' 등의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20대 국회 현황을 봐도 청년 대표성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2017년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행정자치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평균연령은 41세인데, 2016년 4월 총선을 통해 선출된 20대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은 55.5세입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청년의 국회 진출은 저조합니다. 국제의회연맹(IPU)이 지난해 150개국의 45세 미만 청년의원 비율을 조사했는데 한국은 143위(6.33%)로 꼴찌 수준이었습니다. 19세 이상 45세 미만 인구가 전체 유권자의 45.18%를 차지한다는 걸 감안하면 심각한 과소대표입니다.    
 
여론도 청년 공천 확대에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한국리서치가 시민단체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의 의뢰로 지난 1월 16일부터 5일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40대가 국회의원의 절반을 차지하도록 가산점을 주자는데 대해 50.9%가 찬성했고, 반대는 39.9%였습니다.  
 
선거가 다가오면 정당마다 청년 가산점을 내세우지만, 실효성은 미미합니다. 그러다 보니 청년 공천 비율을 선거법에 명시하는 식으로 ‘청년 공천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파격적인 청년 공천이 2030의 고민을 단박에 해결하지는 못할 겁니다. ‘닭(청년 공천)이 먼저냐, 달걀(청년 인재)이 먼저냐’는 논쟁도 계속될 겁니다. 중요한 건 책임 있는 집권여당의 자세입니다. “공천을 주고 싶어도 마땅한 청년 인재가 없다”는 푸념만 늘어놓아서야 뭐가 될까요.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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