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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뻗어가는 중국, 중국산 우주 블록버스터의 솜씨는...

중앙일보 2019.04.14 18:06
영화 '유랑지구'. 이 영화의 우주정거장은 각국 출신이 모인 곳으로, 각자의 언어로 말하면 이어폰을 통해 자동 번역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유랑지구'. 이 영화의 우주정거장은 각국 출신이 모인 곳으로, 각자의 언어로 말하면 이어폰을 통해 자동 번역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은 닐 암스트롱.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다녀온 그는 물론 미국인이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숱한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우주를 누비며 임무를 수행하는 지구인, 정확히 말해 미국인의 모습은 지극히 익숙하게 받아들여져 왔다.

 
어린 아들을 두고 우주로 향했던 류배강(오경)은 17년만에 지구 귀환을 앞둔다. 중국 역대 흥행순위 1,2위 영화가 모두 이 배우가 주연한 작품이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어린 아들을 두고 우주로 향했던 류배강(오경)은 17년만에 지구 귀환을 앞둔다. 중국 역대 흥행순위 1,2위 영화가 모두 이 배우가 주연한 작품이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요즘 전 세계에서 우주 로켓을 가장 많이 쏘아 올리는 나라도, 올해 초 달의 뒷면에 처음으로 우주선을 보낸 나라도 중국이다. 18일 개봉하는 '유랑지구'(流浪地球)는 이제 중국의 우주 영화도 만만찮은 수준이란 걸 보여주는 SF 블록버스터다.  
영화 '유랑지구'. 태양에서 멀어지던 지구는 목성에 가까워지면서 충돌 위기를 맞는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유랑지구'. 태양에서 멀어지던 지구는 목성에 가까워지면서 충돌 위기를 맞는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이야기는 태양의 노화로 위기에 처한 인류가 태양계를 탈출하는 결단을 내리면서 시작한다. 우주선을 타고 가는 게 아니라 지구 곳곳에 1만개의 엔진을 달아 지구 전체를 이동시키는 것, 장장 2500년이 걸리는 엄청난 프로젝트다. 태양에서 멀어지면 지구 온도는 낮아지게 마련. 인류는 지하에 도시를 건설해 살아간다. 문제는 태양계에서 가장 거대한 행성인 목성을 지날 때 발생한다. 지구 엔진으로 역부족인 목성의 인력 때문에 충돌 위기가 다가온다.  
 
류배강의 아들 류치(굴초소)는 가족을 두고 우주로 떠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반항심이 가득한 청년이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류배강의 아들 류치(굴초소)는 가족을 두고 우주로 떠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반항심이 가득한 청년이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의 전개는 어린 아들을 두고 우주로 떠났던 아버지 류배강(오경)과 지하도시에서 성장한 아들 류치(굴초소)가 중심이다. 아버지는 우주정거장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17년만에 지구 귀환을 앞두고 있는데, 반항심 가득한 소년으로 자란 아들은 할아버지(오맹달)의 운전면허증을 훔쳐 여동생(조금맥)과 함께 지상으로 나가는 일탈을 감행한다. 이 와중에 지구가 목성에 가까워지고, 류치 일행은 생사의 갈림길을 넘어 지구 엔진을 재가동시키려는 구조대에 합류한다. 나아가 지구를 충돌에서 구해내는 것도 이들의 몫이 된다.   
 
영화 '유랑지구'에는 동방명주 등 중국 상하이의 명소가 얼음에 덮혀 폐허처럼 변해버린 모습이 등장한다. .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유랑지구'에는 동방명주 등 중국 상하이의 명소가 얼음에 덮혀 폐허처럼 변해버린 모습이 등장한다. .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얼음과 눈으로 덮인 지구, 폐허로 변해버린 고층빌딩, 낡고 육중한 특수차량과 장비 등은 재난영화의 단골 메뉴이기는 해도 꽤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카메라의 시야를 확대하며 웅장한 전경을 보여주는 기법은 이른바 '대륙의 스케일'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할아버지의 면허증을 훔쳐 지상으로 나왔다가 뜻밖의 상황을 맞는 류치. 한국에도 유명한 배우 오맹달이 할아버지 한지앙을 연기한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할아버지의 면허증을 훔쳐 지상으로 나왔다가 뜻밖의 상황을 맞는 류치. 한국에도 유명한 배우 오맹달이 할아버지 한지앙을 연기한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반면 인물의 동선을 툭툭 생략하는 등 이야기 전개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종종 방해한다. 결과적으로 '집으로의 귀환'을 위한 이들의 사투에도 온전히 감정이입하기가 쉽진 않다. 중국의 블록버스터 영화, 중국의 우주굴기에 대한 관심과는 별개로 오락물로 이 영화를 추천하기는 좀 망설여지는 이유다.  
영화 '유랑지구'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유랑지구'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지구를 구하는 건 물론 주인공들이지만, 이 영화는 뜻밖에도 다국적 협력을 묘사하는데도 나름대로 공을 들인다. 각국 구조팀 중에 한국팀과 한국어 대사도 잠깐 나온다. 놀랍게도 이 영화에 악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악당이라면 인간이 아닌 그 무엇일뿐. 가장 놀라운 것은 '지구 탈출' 이 아니라 '지구 이동'이란 상상력 그 자체다. SF작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류치신의 동명 단편소설이 영화의 원작이다.   
 
영화 '유랑지구'.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정거장의 외관은 디테일의 정교함이 두드러진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유랑지구'.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정거장의 외관은 디테일의 정교함이 두드러진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이 영화는 중국에서는 올해 초 개봉해 역대 흥행 2위까지 올랐다. 중국 역대 흥행 1위 영화는 '특수부대 전랑2'(2017). 중국 특수요원 출신인 주인공이 아프리카에서 테러 세력에 맞서 인질들을 구출하는 이야기인데, 이번 영화에서 아버지 류배강을 연기한 배우 오경이 주연과 감독을 겸했던 작품이다. 
 중국 영화시장의 거대한 규모를 짐작하게 하는 또 다른 성적도 있다. '유랑지구'는 '캡틴 마블'에 이어 올해 전 세계 개봉작 가운데 흥행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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