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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패션·공기산업에 IT 입혀 제조업 살리겠다”

중앙일보 2019.04.14 05:00
지난해 9월 문재인 정부 2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임명된 성윤모(56) 장관은 임명장을 받은 다음 날 서울 마곡에 있는 로봇중소기업을 찾았다. 이후 서울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기 전까지 서울 광장시장, 충남의 자동차 부품 생산공장 등 숨 가쁜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성 장관은 “현장을 자주 찾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산업부의 역할”이라며 “그러다 보니 국무회의에서 이해 가치가 다른 부처 장관과 치열한 토론을 벌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현동 기자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현동 기자

사실 그는 산업부 ‘3대 천재’라 불릴 정도로 산업정책 분야에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다. 국장급에서 장관이 되기까지 불과 2년 6개월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하며 그에게 내린 주문도 ‘제조업이 다시 활기를 가질 수 있도록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달라’는 것이었다. 에너지 전환정책에 주력한 1기 산업부와는 달리 성 장관이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터뷰


 
14일 취임 200일을 맞은 성 장관을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롭게 추진하는 제조업 활력 제고 대책이 있나.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를 섬유패션산업 기지로 키우는 혁신안이 이달 말 나온다. 한국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을 패션업에 접목해 봉제 일감을 공동수주하고 생산하는 네트워크를 갖춰 산업을 업그레이드한다. 주문을 하면 원단 수급에서부터 디자인ㆍ소량생산까지 맞춤형으로 24시간 내 완결되는 디지털 패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배후에 7000여곳의 봉제 공장이 위치한 동대문 패션 시장은 한국 섬유패션산업 매출의 17%, 수출의 21%, 고용의 26%를 점한다. 한국은 원사 제작ㆍ염색ㆍ봉제ㆍ유통까지 다 가능한 몇 안 되는 국가다. 네트워크 조성으로 10~20% 비용절감은 물론, 수출경쟁력까지 얻기를 기대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섬유패션 외에 다른 제조업 혁신 계획이 있나.
소재ㆍ부품 장비 쪽에 신경 쓰고 있다. 예컨대 반도체는 한국이 1등이지만 소재(50%)ㆍ장비(20%)의 국산화율은 떨어진다.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국산화가 필수다.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는 공기산업 육성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공기를 활용한 가전이 그런 예다. 공기청정기뿐만 아니라, 스타일러, 애완동물 미세먼지 제거기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광주시ㆍLG전자 등과 함께 ‘공기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공기산업 핵심기술 지식재산권(IP)을 개발하고 시장 수요에도 대응할 예정이다. 시스템반도체ㆍ미래차ㆍ바이오헬스ㆍ항공 등도 향후 혁신할 분야다.
 
왜 제조업인가.  
제조업은 수출의 84%, 설비투자의 55%를 점하는 우리 경제의 핵심이다. 한국은 다양한 산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제조업 5대 강국이지만 문제는 지금 이상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새로운 제품ㆍ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국가)’일 때는 효율성만 추구해도 결과가 좋았다. 그러나 이제는 혁신 없이는 안 통한다. 사실 성과를 내야 하는 헤드(조직의 수장) 입장에선 양적 혁신이 쉽지, 질적 혁신은 어려운 일이다. 성과가 금방 안 나오기 때문이다.(웃음) 그러나 5년, 10년 후 결과가 나오더라도 필요한 게 혁신이라면 하기로 했다.  
 
예전과 달리 산업정책 무용론도 나온다.
과거 개발시대와 달리 지금은 정부가 모든 답을 낼 수 없는 시대다. 그렇다고 기업이 답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산업정책은 리스크-셰어링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예컨대 기업들은 기술개발 실패에 따른 리스크 때문에 모험적인 연구개발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이를 지원한다.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성공하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파괴적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이른바 ‘알키미스트(연금술사)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올해 수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이다. 미ㆍ중 무역 분쟁 등 외부 요인이 좋지 않고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다. 반도체 수출은 2년 새 두 배가 늘어난 초호황에서 조정기에 접어들었다. 다만 몇 가지 호전 요인도 있다. 1일~10일 수출 실적이 6개월 만에 첫 플러스로 전환됐다. 석유제품 가격이 이달 들어 회복세다. 반도체의 경우 우리 기업의 시장 점유율도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 약화문제는 아닌 것으로 본다. 4차 산업혁명, 5세대 통신(5G) 때문에 수요가 있다. 연 60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려면 단기로는 수출 기업 금융ㆍ마케팅 문제 해결을 돕고, 장기로는 경쟁력 강화로 가야 한다.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현동 기자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현동 기자

석탄발전과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기로 했다. 전기료 인상 압박이 커진 것 같은데.
2017년 대비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은 2.9%포인트 감소하는 반면, 재생에너지는 14.4%포인트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에 따른 요금 인상 영향은 2022년까지 거의 없다. 다만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석탄발전의 추가 감축 필요성이 있으므로, 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구체적인 규모와 영향을 검토하면서 반영하려고 한다. 에너지 믹스의 전환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냐 하는 문제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단정하기 힘들다. 기술 발전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의 균등화 발전비용은 낮아지고 있다. 고효율 제품 개발 및 활용으로 전력 수요를 줄일 수도 있다. 현재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검토 중인데, 국민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 올여름 전에 결정하겠다. 국회보고ㆍ국민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칠 것이다.
 
UAE 원전 수출 진행 상황은.  
바라카 원전에서 진행 중인 건설작업은 거의 끝났다. 장기정비계약은 비딩(입찰 제안)이 왔고 4~5월 중 결정될 예정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장기에 걸친 대규모 프로젝트인 원전 수출 사업은 (에너지 전환계획과 무관하게)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제2의 광주형 일자리’는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지.
(현대차-광주시처럼) 대기업이 아니어도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모였더라도 가능하면 추진코자 한다. 기업은 지역에 투자했을 때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지 고민한다. 기업이 생산 안정성을 가지도록 정부가 지자체와 협력하는 길을 열고 리스크를 덜어주는 역할을 하겠다.
 
손해용ㆍ서유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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