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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단편영화 ‘페르소나’ 중 첫 번째 에피소드 ‘러브세트’.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단편영화 ‘페르소나’ 중 첫 번째 에피소드 ‘러브세트’. [사진 넷플릭스]

1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페르소나’는 철저하게 배우 아이유(이지은ㆍ26)의 드라마다. 미스틱스토리를이끌고 있는 윤종신 프로듀서가 “한 명의 배우를 놓고 네 명의 감독이 각기 다른 이야기로 풀어보면 어떨까”라고 던진 아이디어가 단초가 돼 이경미ㆍ임필성ㆍ전고운ㆍ김종관 등 4명의 감독이 뛰어들었으니 여태껏 보던 영상물과 다를 수밖에. 이들은 짧지만 번뜩이는 단편영화의 특성을 십분 살려 기상천외한 아이유의, 아이유에 의한, 아이유를 위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후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민경원의 심스틸러]
넷플릭스 오리지널 ‘페르소나’ 주인공
영화 감독 4명 투영된 분신 맡아 열연
탐욕부터 괴기함까지 자유자재 오가며
가수와 배우 양쪽으로 스펙트럼 넓혀

‘페르소나’라는 시리즈 명처럼 이들은 아이유라는 아티스트로부터 이야기를 출발했다. 아이유가 2017년 발표한 노래 ‘잼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임필성 감독의 ‘썩지않게 아주 오래’처럼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중학교 3학년 때 데뷔한 아이유의 못다 누린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쓴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 같은 작품도 있다.  
 
전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여고생들이 교복을 입은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저는 학교 가면 바로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러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아이유는 일하느라 잘 놀지 못했을 것 같아서 체육복을 입혀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자연히 ‘키스가 죄’에서 아이유는 가부장제에 복수를 꿈꾸는 학생 한나가 되고, ‘썩지않게 아주 오래’에서는 “난 몸에 나쁜 게 좀 필요해”(‘잼잼’)라고 노래하는 듯한 자유로운 영혼 은이 된다.  
 
세 번째 에피소드 ‘키스가 죄’. 친구 사이로 등장하는 심달기 배우와 호흡이 돋보인다.[사진 넷플릭스]

세 번째 에피소드 ‘키스가 죄’. 친구 사이로 등장하는 심달기 배우와 호흡이 돋보인다.[사진 넷플릭스]

어찌 보면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아이유가 쓴 새로운 인격, 즉 가면을 만든 사람은 감독 자신이기 때문이다. 전고운 감독의 전작 ‘소공녀’(2018)나 임필성 감독의 전작 ‘마담 뺑덕’(2014)을 본 사람이라면 이들이 어떤 분신을 빚어낼 것인지 예측할 수 있었을 터다. 이경미 감독이 연출한 ‘러브세트’ 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 것도 당연하다. ‘미쓰 홍당무’(2008)와 ‘비밀은 없다’(2015)가 그랬듯 그는 장치를 즐기는 연출자다. 이중 ‘소공녀’를 제외하면 전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페르소나’ 역시 폭력성을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다.
 
아이유가 놀라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 어떤 제약도 두지 않고 충무로에서도 개성파로 손꼽히는 영화감독 4명의 요구를 습자지처럼 빨아들인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짧은 이야기에 녹아 들어가는 것이 익숙한 덕분일까. 작품마다 얼굴이 확확 바뀌는 탓에 4편을 몰아보기 힘들 정도다. 탐욕스러운 표정이나 괴기에 가까운 미소에서 빠져나오려면 중간중간 숨을 고를 여유가 필요한 탓이다. 2011년 ‘드림하이’를 시작으로 ‘최고다 이순신’(2013), ‘프로듀사’(2015) 등 꾸준히 배우 활동을 해온 점을 고려해도 인상적인 영화 데뷔작이다.  
 
‘페르소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윤종신, 전고운 감독, 아이유, 김종관 감독, 임필성 감독.[사진 넷플릭스]

‘페르소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윤종신, 전고운 감독, 아이유, 김종관 감독, 임필성 감독.[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궁금하다면
‘나의 아저씨’에서 함께 연기한 이선균과 아이유. 다음달 1일 열리는 백상예술대상에서 남녀주연상은 물론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사진 tvN]

‘나의 아저씨’에서 함께 연기한 이선균과 아이유. 다음달 1일 열리는 백상예술대상에서 남녀주연상은 물론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사진 tvN]

이는 도전을 즐기는 아이유가 필모그래피를 쌓는 방식이기도 하다. 2016년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부터 배우 활동은 본명 이지은으로 분리한 그가 지난해 ‘나의 아저씨’ 출연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아이유가 대체 왜?”라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상대 배우 이선균과 18살에 달하는 나이 차이나 자극적인 제목 때문에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 것이다. 2015년 발표한 ‘스물셋’과 ‘제제’로 이미 롤리타 및 소아성애 콘셉트로 논란을 빚은 터라 더욱 그랬다.  
 
하지만 ‘나의 아저씨’가 끝난 지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사라졌다. 아이유가 빚어낸 강인하면서도 주체적인 이지안이라는 캐릭터가 그 의구심을 거두게 하여준 것이다. 이번 ‘페르소나’에서도 다소 충격적이고 불편한 장면들이 있지만, 그것 역시 아이유가 운신의 폭을 넓혀온 방식이다.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좋은 날’)이라고 3단 고음을 선사하며 ‘국민 여동생’이 된 그에게 섹시 콘셉트란 여전히 몇 번의 고개를 넘어야 가능한 숙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10주년 콘서트. 여자 솔로 가수로서 1만석 규모의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 것은 패티김, BMK, 인순이에 이어 네 번째다. [사진 카카오M]

지난해 11월 서울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10주년 콘서트. 여자 솔로 가수로서 1만석 규모의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 것은 패티김, BMK, 인순이에 이어 네 번째다. [사진 카카오M]

사실 그녀가 2008년 데뷔 이후 지난 10여년간 디스코그래피를 쌓아온 과정 역시 비슷하다. 실험적인 데뷔곡 ‘미아’는 당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실패했지만, 실험 정신을 싹틔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데는 성공했다. 2AM의 임슬옹과 함께 불러 첫 1위를 달성한 ‘잔소리’(2010) 이후 그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작사ㆍ작곡에 참여한 ‘금요일에 만나요’ ‘밤편지’ 등 본인의 숱한 히트곡은 차치하더라도 세대와 장르를 막론하고 가수들이 협업하고 싶어하는 뮤지션 1순위다. 양희은(‘가을 아침’)ㆍ김창완(‘너의 의미’)ㆍ서태지(‘소격동’) 등 시대별 전설을 노래하고, 감성 보컬 김동률(‘동화’)부터 힙합 그룹 에픽하이(‘연애소설’), 인디밴드 혁오(‘사랑이 잘’) 등 자유롭게 장르를 오갈 수 있는 사람은 현재로썬 아이유가 유일하다.
 
네 번째 에피소드 ‘밤을 걷다’. 흑백으로 연출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 넷플릭스]

네 번째 에피소드 ‘밤을 걷다’. 흑백으로 연출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 넷플릭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 속 아이유가 가장 빛난다. 김 감독의 전작 ‘최악의 하루’(2016)가 배우 한예리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처럼 ‘밤을 걷다’는 지금의 아이유에게 가장 어울리는 새 얼굴을 안겨줬다. 억지로 다른 얼굴을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고민을 담담히 풀어내고 건조하게 상처를 드러내는, 그래서 묘하게 위로가 된다. 어쩌면 지은이야말로 지금 아이유에게 필요한 얼굴일지도 모른다.  
민경원의 심스틸러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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