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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자강론’ VS 박지원 ‘제3지대론’…평화당의 미래는?

중앙일보 2019.04.13 11:00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지난 9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의원총회는 당사(黨史)에서 하나의 이정표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할지 논의하기 위한 의총이었지만, 평화당의 미래를 바라보는 각 의원의 첨예한 입장차가 수면위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동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윤영일ㆍ박주현 의원 등은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통한 ‘자강론’을 주장하고 있고,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장병완ㆍ최경환 의원 등은 ‘제3지대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 사이에서 판단을 유보한 ‘관망파’도 적지 않다. 이들의 입장차는 결국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평화당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의 차이이기도 하다.
 
정동영 대표 등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9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대표 등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9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①공동교섭단체
정 대표 등은 ‘공동교섭단체 구성→원내 입지 강화→선거제도 개편→총선에서 다수 의석 확보’라는 구상을 통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주현 의원은 12일 “교섭단체를 만들어야 원내 영향력도 커지고, 정의당과 개혁 드라이브를 통해 향후 당 대 당 통합이든 제3지대 정당이든 정계 개편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2%대 지지율을 벗어날 수 있는 출발점이 공동교섭단체 구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관망파’를 포함한 평화당 다수 의원은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우선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의총 시작 전 김경진 의원은 의원들에게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서명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의총에 불참했다. 현재 1명의 의원이라도 반대하면 교섭단체 구성요건(의원 20명 이상)을 채울 수 없다. 이 때문에 교섭단체 구성은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것이다.
 
교섭단체 구성이 ‘원내 입지 강화’나 ‘선거제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최경환 의원은 “지난해에 이미 교섭단체를 만들어봤지만, 사실 정의당 지지율만 올라가지 않았나”고 말했다. 또 의총에선 “선거제 개편이 100% 된다는 보장이 있으면 찬성하겠지만, 그런 건 아니지 않냐”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의원들은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과 관련해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을 했다. [뉴스1]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의원들은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과 관련해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을 했다. [뉴스1]

 
②제3지대론
박지원 의원 등은 공동교섭단체 구성 대신 ‘제3지대론’에 힘을 싣고 있다. 바른미래당 소속 호남계 의원들과 손을 잡아 제3지대에 신당을 만들되 시민사회나 학계가 중심으로 창당하자는 주장이다. 박지원 의원은 11일 라디오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향해 “이꼴저꼴 보지말고 빨리 새집 짓자”고 말하기도 했다. 신당 창당의 장외 구심점으로는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이미 평화당 장병완ㆍ최경환 의원 등과 바른미래당 박주선ㆍ김동철 의원 등은 지난 2월부터 만남을 이어오며 제3지대를 모색하고 있다. 여기엔 무소속 이용호ㆍ손금주 의원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해선 정동영 대표와 입장을 같이 하는 의원들이 부정적이다. 한 의원은 “바른미래당에 호남계 의원이 5명밖에 안 되는데, 합쳐도 교섭단체도 안 되는 상황에서 제3지대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했다. 또 바른미래당 상황에 따라 ‘제3지대론’도 휘둘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게 실익이 크다는 반박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지도부 사퇴"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지도부 사퇴"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연합뉴스]

 
③당 대 당 통합
정동영 대표는 11일 한 라디오에서 “바른미래당이 내부 정리가 된다면 국민의당 시절 한솥밥을 같이 먹던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다. 당 대 당 통합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정 대표가 자신의 입지를 지키려고 정계 개편에 반대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가능성을 열어두며 한발 양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당 대 당으로 통합되면 좋다. 그런데 유승민 의원이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그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실성 없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또 한 의원은 “국민의당에 함께 있었던 의원들끼리 합치자는 건데, 그러면 ‘도로 국민의당’ 아닌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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