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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협상장으로 나오게 할 숨겨진 ‘당근’이 관건

중앙선데이 2019.04.13 00:31 631호 4면 지면보기
한·미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을 걸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을 걸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전은 없었다. 회담 결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당장 협상장으로 끌어낼 만한 ‘당근’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일각에선 남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자리였을 뿐이란 혹평까지 나왔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을 보면서 열심히 주판알을 튕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여전히 북·미 협상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중재자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응을 챙겼을 것이란 얘기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문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개최 추진’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를 통해 틀어진 북·미 협상을 제 궤도에 올리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전략이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또는 남북 접촉을 통해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 달라”라고 요청했다고 청와대 고위당국자가 전했다. 이 당국자는 “귀국하면 본격적으로 북한과 접촉해 조기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신속한 추진 구상을 밝혔다. 이에 외교가 주변에선 4·27 판문점 정상회담 1주년을 즈음해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보낸 실무적 논의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남한과의 회담이나 협의에도 나서지 않고 있는 등 일단 문을 걸어 잠근 모양새다.
 
이를 감안할 때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가지고 김 위원장의 마음을 움직이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데는 ‘복안’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공개하지 않는 ‘당근’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양측 대통령이 회담 직후 공개한 내용만 보면 노딜”이라면서도 “지금 드러난 것만 가지고는 북한이 흥미를 느낄 수 없겠지만 외교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용도 많기 때문에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뭔가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각각 미국을 찾아 사전 협의한 뒤 정상회담이 열린 만큼 충분한 사전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귀국한 뒤 대북 특사를 파견하거나 간접적인 방법으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북측에 전달할 것”이라며 “북한도 직접 설명을 들은 뒤 남북 또는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지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김 위원장의 속내와 셈법이다. 일단 지난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단행된 지도부 개편을 통해 김 위원장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핵심 내용 중 하나가 외교 라인의 강화였다는 점에서다.
 
재편된 국무위원회의 경우 전체 국무위원 11명 중 외교 라인 인사가 네 명이나 포함됐다.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용호 외무상·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이다. 실세 측근인 최용해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앉힌 것도 원활한 통솔을 통한 외교력 강화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 사정에 밝은 한 북한 전문가는 “이번 인사는 북한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대북제재 해제, 즉 미국과의 협상이란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여전히 대미 협상을 최우선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빅딜’을 고수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스몰딜’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전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에 대해 ‘내용을 보고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빅딜, 완전한 비핵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며 “북측의 로드맵 제시만 확실하면 ‘스몰딜을 통한 완전한 비핵화 달성’이란 한국의 중재안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상당수의 미국 내 전문가들은 인색한 평가를 내놓았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 접근법을 계속 선호하고 제재 완화는 유보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문 대통령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익재·정용수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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