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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는 36가지 질문'에 눈물 흘린 그들

중앙일보 2019.04.12 13:00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46)
TV조선 '아내의 맛'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민 이지호 부부. [사진 아내의 맛 영상 캡쳐]

TV조선 '아내의 맛'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민 이지호 부부. [사진 아내의 맛 영상 캡쳐]

 
“지금, 서로에게 하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연예인과 일반인 부부가 동반 출연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얼마 전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민·이지호 부부가 오랜만에 등장했습니다. 한 식당을 찾은 부부는 음식을 먹으며 ‘사랑에 빠지는 36가지 질문’이라는 심리테스트를 나눕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SNS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개인적 질문, 친밀감 빨리 형성
96년에 처음 소개된 이 질문은 심리학자 아더 아론이 조직 내에서 서먹서먹한 사람들을 어떻게 빨리 친근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낯선 사람끼리 만났을 때 개인적인 질문을 하게 되면 친밀감이 더 빨리 형성될 것이라는 가정을 세우고 실험으로 증명하고자 했죠.
 
‘동료들 간의 친밀한 관계 형성은 공개하기 꺼리는 사적인 정보를 공유할 때 증가한다’는 것이 실험의 가정입니다. 어쩌면 이미 우리가 경험으로 알고 있는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이 화제가 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김민 씨의 남편 이지호 씨가 말한 것처럼 2015년 뉴욕타임스에서 이 질문을 ‘사랑에 빠지는 36가지 질문’이라는 타이틀로 소개했습니다. 맨디 R. 케이트론은 “제가 실험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그와 사랑에 빠졌습니다”라며 이 질문지를 바탕으로 스스로가 경험한 내용을 기사로 작성했죠.
 
이 에세이가 널리 알려지자 그녀는 강연프로그램 TED의 연사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TED 강연에서 그녀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아직도 그와 헤어지지 않았나요?” 였습니다. 그녀는 사랑에 빠진 그와 여전히 함께 있다고 말했죠.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입니다. “사랑에 빠지는 건 쉬워요. 어려운 건 그다음, 사랑을 지속하는 것이죠”라고 말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역시나 진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36가지 질문만으로 사랑에 빠질 수 있다니 여전히 의문스럽습니다. 찬찬히 읽어보니 질문엔 지켜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었습니다. 먼저 조용한 장소를 구하고 질문을 크게 읽습니다. 두 사람 모두 질문에 답변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그저 장난이 아닌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질문은 3세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세트가 끝나면 휴식을 취한 후 다음 세트의 질문을 언제 할지 정합니다. 그리고 실험 내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질문이 모두 끝난 후 4분간 서로의 눈을 말없이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 질문을 실제로 해보고 글을 남긴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눈을 맞추며 눈물을 터트렸다고 말했습니다.
 
각각의 질문은 아주 평범하기도 하고 조금 오글거리기도 합니다. 이미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라면 함께 나누기에는 이미 너무 묵은 질문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묻지 않으면 전혀 알지 못할 이야기입니다. 하나둘 질문을 던지며 자연스럽게 지나온 결혼 생활을 돌아볼 계기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못하고 오늘 밤에 당신이 죽는다고 가정했을 때, 누구에게 무슨 말을 전하지 못한 걸 가장 후회하겠어요? 왜 아직 그 사람에게 말을 전하지 않았나요?”
 
부부 사이엔 이런 질문도 어쩐지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상대방에게 그가 마음에 드는 점을 이야기해 보세요. 말하기 힘든 이야기라도 정직하게 해주세요”, “자신과 상대방 사이에 공통점 3가지는 무엇인가요?” 질문할 때는 꼭 상대방을 눈을 바라보는 것을 잊지 마세요. 눈 맞춤은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때로 더 많은 것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서로 일상의 이야기들을 그저 사소한 것으로 치부해 말하지 않고 넘어가곤 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럴 것이라고 단정해 버리기도 합니다. 질문은 서로에게 향한 관심에서 시작되죠.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 질문을 잃은 부부는 아닌가 생각해 보세요. 혹시 꼭 묻고 싶은 질문인데 하지 못했던 질문이 있을까요?
 
결혼 날 선물 받은 함민복의 시 ‘부부’
결혼식을 올릴 때 예쁜 종이에 쓰여진 시를 선물 받았다. 함민복 시인의 '부부'라는 시는 부부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사진 pixabay]

결혼식을 올릴 때 예쁜 종이에 쓰여진 시를 선물 받았다. 함민복 시인의 '부부'라는 시는 부부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사진 pixabay]

 
결혼식을 올릴 때 형님이 예쁜 종이에 ‘부부’라는 함민복의 시를 적어 선물로 주었습니다. 가끔 그 시를 꺼내 보면서 부부관계를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내가 당신의 속도를 잘 맞추고 있는지, 함께 들고 있는 상의 무게를 상대에게 더 크게 지어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는 물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부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는 안된다
걸음의 속도를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박혜은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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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은 박혜은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필진

[박혜은의 님과 남] 은퇴 후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집에서 자주 함께할 상대는 누구인가요? 그 상대와의 관계는 지금 안녕하신가요? 가장 가까운 듯하지만, 어느 순간 가장 멀어졌을지 모를 나의 남편, 나의 아내와 관계 향상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강의와 코칭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고민을 바탕으로, 닿을 듯 닿지 않는 서로의 심리적 거리의 간격을 좁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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