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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했다고 끝난 건 아니다. 서로 미워하지 말자

중앙일보 2019.04.12 09:00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31)
평균 수명이 길어진 지금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 [사진 pixabay]

평균 수명이 길어진 지금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 [사진 pixabay]

 
한때 사랑한 남녀가 갈라서는 일이 많아졌다. 이혼이 늘고 있다. 젊었을 때는 눈에 콩깍지가 쓰여 결혼했는데 살다 보니 상대가 기대와 아주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데도 자식을 생각해 그냥 참고 지냈는데, 평균 수명이 길어진 지금 남은 시간도 계속 그와 함께 지내기는 싫다. 결국 늘그막에 서로 헤어지는 황혼이혼으로 이어진다.
 
여성 쪽에서 제기하는 황혼이혼
대개 황혼이혼은 여성 쪽에서 제기하는 편이다. 조선 시대부터 이어진 가부장제 문화에 눌려 지금까지 할 말을 못 하고 살았지만, 이제 더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름 가족을 위해 헌신했다고 생각하는 가장은 배신감과 함께 분노를 터트린다. 물론 그냥 수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때는 폭력을 행사하고 살인까지 저지른다. 미국의 경우 남편에게 살해당한 사람의 60% 이상이 이별 통보 직후에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이렇게 극한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이별의 과정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미워하며 앙심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 서로 사랑했던 관계가 아니던가. 기쁨과 슬픔을, 희망과 좌절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이 아닌가. 같은 침대에서 자고, 살을 비비며 아기를 낳고, 함께 여행하며 서로를 위로했던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헤어지겠다며 갑자기 태도가 바뀐다면 그들이 사랑했던 관계인가 의심이 간다.
 
부부 사이뿐만 아니라 친구 또는 사회생활을 통해 맺어졌던 관계도 마찬가지다. 모든 걸 다 줄 듯이 좋아하다가 어느 날 생각이 바뀌면 상상할 수 없는 정도로 서로를 비난하고 증오한다. 이럴 때 역시 이 사람들이 과연 서로에게 온정과 배려를 베풀었던 사이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런 일은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이별학습이 돼 있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할 때에 적절한 기술이 필요하듯이 헤어질 때도 그런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일순간의 감정에 휘둘려 상대를 미워하고 자신을 학대한다. 그리고 후회와 죄의식 속에서 남은 시간을 살아간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페기 구겐하임(좌)과 남편 로렌스 베일(가운데), 그리고 자녀들. [사진 the Gibbes museum of art]

페기 구겐하임(좌)과 남편 로렌스 베일(가운데), 그리고 자녀들. [사진 the Gibbes museum of art]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다. 여기 사례가 있다. 뉴욕에서 태어나 20세기 현대미술 후원자로 수많은 예술가를 지원했던 페기 구겐하임과 그의 남편이던 로렌스가 그런 사람이다. 페기는 거부의 집안에서 호화롭게 자랐으나 가족사 등으로 정서적으로는 불안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20대 초반 서점에서 일하다 그곳에서 로렌스를 만나 사랑을 느낀다.
 
그들의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지지만 페기는 그토록 소망하던 것이 이루어지자 과연 자신이 진정으로 결혼이란 걸 원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결국 그들은 두 아이까지 낳았지만 7년 만에 갈라선다. 결혼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해서 그들의 관계가 끝난 건 아니었다. 서로 다른 길을 걷지만 그들은 평생에 걸쳐 우정을 나누었다. 로렌스는 페기가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그를 도와주었다.
 
최근 이혼하기로 합의한 세계 최고의 갑부 제프 베이조스와 매켄지 부부도 마찬가지다. 이혼 후 아마존의 재산을 나누기로 했지만 의결권은 제프에게 위임해 회사 경영에 지장이 없게 하고 남은 생은 서로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이혼하기로 합의한 아마존의 CEO 제프 베이조스와 매켄지 부부.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최근 이혼하기로 합의한 아마존의 CEO 제프 베이조스와 매켄지 부부.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흔히 이혼하게 되면 서로 미워함은 물론 자식에게도 상대에 대해 비난하기를 은근히 강요한다. 그러나 자식에겐 그 사람이 아버지며 어머니다. 부모가 헤어지는 것도 마음이 아픈데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을 미워하라니 아이들의 심정이 어떻게 되겠는가.
 
헤어져도 상대방 행복 빌어야
사람을 미워하게 되면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 서로의 생각이나 성향이 달라 헤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연민의 정을 가질 순 없더라도 무차별적인 비난이나 폭언은 자제해야 한다. 혹시 시간이 흐른 후 재결합을 할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상대방의 행복을 빌어줄 때 자신도 행복해진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백만기 아름다운 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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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기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필진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죽음. 죽어가는 사람의 소원은 무엇일까. 의외로 돈 많이 벌거나 높은 지위 오르거나 하는 세속적인 것이 아니다. 생을 살며 ‘조금만 더’ 하며 미뤘던 작은 것을 이루는 것이라고. 은퇴 후 인생 2막에서 여가, 봉사 등 의미 있는 삶을 산 사람이 죽음도 편하다고 한다. 노후준비엔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도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은퇴전문가가 죽음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방법과 알찬 은퇴 삶을 사는 노하우를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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