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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뛰어봤습니다/ 30층, 60계단의 기적…“35분만에 123층을 올랐다”

중앙일보 2019.04.12 06:00
지난 4월 6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스카이런 행사에 참석한 김창규 기자.

지난 4월 6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스카이런 행사에 참석한 김창규 기자.

 
 
올초롯데월드타워 수직마라톤  ‘스카이런’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2년전 기억을 떠올렸다. 롯데월드타워가 개장(2017년 4월3일)하기도 전인 그해 3월24일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123층 오르기를 미리 체험했다. 참 고통스러웠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 뿌듯함의 기억이 깊이 각인돼 있었다. 그때 기억이 나 덜컥 2019 스카이런에 신청했다.
 
2년전을 회상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불안감이었다. 개장하지 않은 빌딩에서, 아무도 해보지 않은 계단 오르기를, 그것도 나 혼자 한다는 기분이란….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당시 기사에서 이렇게 나를 소개했다.
“ ‘하늘의 뜻을 안다(지천명ㆍ知天命)’는 50을 앞에 둔 나이, 일주일에 두세번 가량의 잦은 술자리, 그래도 몸을 챙기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은 피트니스센터를 찾는 나는 평범한 한국의 직장인이다. 마라톤을 해 본 적도 없고 등산을 즐기지도 않는다. 
 
다만 수영을 좋아해 틈날 때마다 수영장으로 달려간다. 그런 내가 충청남도 칠갑산(560m)과 비슷한 높이의 롯데월드타워(555m, 계단이 있는 123층까지 높이는 500m)를 뛰어서 오르려고 한다.”
 
그때와 지금의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나이 두 살을 더 먹었다는 것, 술자리가 더 많아졌다는 점 그리고 몸무게가 2kg 늘었다는 사실이다. 건강으로 따지자면 온통 나쁜 내용뿐이다.  
 
다만 그때 이후 바뀐 점은 딱 하나. 매일 출퇴근할 때 계단을 이용했다는 거다. 2년전 롯데월드타워를 오른 뒤 숨을 헐떡거리며 결심했다. “이젠 회사에 출퇴근할 때는 계단으로 가겠다.”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나는 7층 높이의 사무실까지 매일 계단을 이용한다. 사무실까지 하루 평균 두세번 오르고 전철 계단 이용하는 걸 포함하면 대략 30층, 60계단 정도 올라간다.
 
2019년 4월6일.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출발 지점인 스페인 설치미술가 하우메플렌자의 작품 ‘가능성’ 앞에 다시 한번 섰다. 롯데월드타워 꼭대기를 쳐다보니 역시나 아득했다. “앞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지난해도 참가하셨나봐요. 머리에 ‘고프로’까지 쓰신 걸 보니….” 행사 아나운서의 질문이 쏟아졌다. 사실 2년전이었지만 엉겁결에 ‘예’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화이팅 한번 하시죠”라는 말에 “화이팅”을 외치자  “출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난 4월 6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스카이런 행사에서 김창규 기자가 계단을 오르고 있다.

지난 4월 6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스카이런 행사에서 김창규 기자가 계단을 오르고 있다.

 
20F
2년전과 달리 이번엔 내달리지 않았다.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2년전에는 처음부터 달려서인지 겨우 10층을 올랐을 때 심장이 쿵쾅거리며 아팠다. 학교 다닐 때 100m 달리기를 한 뒤 느껴본 그런 통증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빠른 걸음으로 가니 견딜 만했다. 땀도 별로 나지 않았다. “어 해볼 만한데” 이런 느낌이 들었다.
 
40F
숨이 가빠왔다. 목덜미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2년전처럼 지쳐서 걷는 수준은 아니었다. 속도는 조금 느려졌는지는 몰라도 여전히 빠른 걸음이다. 한 명, 두 명, 세 명 앞에 가는 참가자들을 뒤로하며 올랐다. 중간중간주최측에서 마련한 이온음료도 즐겼다.
지난 4월 6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스카이런 행사에서 김창규 기자가 계단을 오르고 있다.

지난 4월 6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스카이런 행사에서 김창규 기자가 계단을 오르고 있다.

 
63F
“어 벌써 절반을 왔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 2년전엔 “한때 한국에서 가장 높았던 빌딩과 같은 63층에 올랐는데 겨우 목표 층수의 절반만 올라왔다니….눈 앞이 깜깜하고 머리는 멍했다”고 중얼거렸는데. 종아리와 허벅지에 고통이 밀려왔지만 2년 전의 느낌은 아니었다.
 
99F
한 층, 한 층 오를수록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참가자의 오르는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이다. 커플이 기념사진을 찍고 아들과 아빠가, 엄마와 아들이 손잡고 올라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힘들면 중간에 쉬는 사람, 화이팅을 외치는 외국인 등 다양했다. 앞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빠른 걸음으로 갔다. 저 학생을 쫓아가면 좀 더 빨리 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 학생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휴~ 그 학생은 ‘다람쥐’였다. 내 다리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지난 4월 6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스카이런 행사에서 김창규 기자가 123층을 완주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6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스카이런 행사에서 김창규 기자가 123층을 완주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23F
110층 정도 오르니 허벅지와 종아리가 돌덩이 같았다. 정상까지 10층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힘을 냈다. 더 빨리 올랐다. 출발할 때에 비하면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여러 사람을 추월했다. 땀은 비 오듯 쏟아졌다. 하지만 예전에 숨이 차고 발걸음을 옮길 기력이 없어서 기어오르던 때와는 천지차이였다. 네 발(?)이 아닌 두 발로 걷고 있었다. 서둘러 올라간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느새 '123'이 눈에 보였다.
 
스카이런 대회에서 35분 12초를 기록한 김창규 기자.

스카이런 대회에서 35분 12초를 기록한 김창규 기자.

 
꼭대기에 올랐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내가 이렇게 쉽게 오르다니.” 물론 온몸이 땀범벅이 되긴 했지만. 나중에 기록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35분12초. 2년전에 41분을 훌쩍 넘겼는데….(올해 스카이런 엘리트 부문에서 우승한 남자 선수는 15분대, 여자 선수는 19분대에 123층을 올랐다.)  
 
2년전엔 스카이런을 마친 뒤 며칠간 앓았다. 온몸도 쑤시고 아팠다. 하지만 이번엔 하룻밤을 자고 나니 몸이 약간 뻐근했을 뿐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나에게 있어 2년 전과 지금의 차이는 매일 계단 오르기였다. 그런데 별거 아니라고 여겼던 계단 오르기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었다. 술 마신 다음날 계단을 오를 때면 숨을 헐떡이고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래도 참고 참았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단으로 출퇴근했다. 작은 실천이 이렇게 큰 결과로 이어졌다. 하루 30층, 60계단이 만들어 낸 ‘기적’이었다.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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