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대구 첫 동물화장장 두고 소송만 세 번?…"시간 끌기 부당"

중앙일보 2019.04.12 06:00
대구 첫 동물화장장 건축허가 심의가 예고된 지난해 10월 26일 오전 대구 서구청에서 상리동 주민이 화장장 건설에 반대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첫 동물화장장 건축허가 심의가 예고된 지난해 10월 26일 오전 대구 서구청에서 상리동 주민이 화장장 건설에 반대하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첫 동물화장장 건립을 두고 2년간 이어지고 있는 주민·사업자·구청 간의 갈등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서구청이 결국 동물화장장 건립을 불허하면서 세 번째 소송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구 서구청은 지난 5일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고 대구 첫 동물 화장장 시설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3차까지 끌었던 동물 화장장 신축허가 심의에서 결국 '부결처분'을 내린 것이다.  
 
서구청 측은 판단 근거로 개정된 동물보호법을 들었다. 지난달 25일부터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화장장은 학교시설로부터 30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상 2층, 연면적 1924㎡ 규모로 서구 상리동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동물화장장은 인근의 계성고로부터 192m 떨어져 있기에 법 위반이란 설명이다.  
 
서구청은 동물화장장 인근 도로 폭도 문제 삼았다. 국토부의 개발행위 허가 운영지침에 따르면 개발 규모가 5000㎡ 미만일 때는 4m 이상의 도로 폭을 확보해야 하지만 사업자가 제출한 자료를 본 도시계획위원회는 4m의 도로 폭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미비하다고 판단했다.  
 
동물화장장 사업자는 즉각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건축 허가를 처음 신청한 2년 전에만 해도 동물보호법이 개정되지 않아 충분히 동물화장장을 지을 수 있었는데 서구청에서 주민 반발 등을 이유로 시간 끌기를 하는 사이 관련법이 개정돼 동물화장장을 짓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업자는 “지난해 대법원의 건축 적법 판결이 났는데도 서구청이 허가를 미루면서 짓지 못 했으니 개정 전 동물보호법을 따라야 한다”며 부결 처분 취소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서구 상리동 동물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 100여 명이 동물화장장 신축 심의가 열릴 예정이었던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서구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대구 서구 상리동 동물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 100여 명이 동물화장장 신축 심의가 열릴 예정이었던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서구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서구청과 사업자 간의 법적 다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초 대구 첫 동물화장장이 상리동에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반대했고 서구청은 건축 신청서를 반려했다. 그러자 사업자는 그해 5월 서구청을 상대로 건축허가 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구청은 1심과 2심에서 패소했고 사업자는 상리동에 터를 매입했다. 서구청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적법한 동물화장 시설을 구청이 반려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한 달 뒤 사업자는 다시 건축 신청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학생들에게 동물 사체 분진을 마시게 할 순 없다”며 서구청에서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엔 동물화장장 건축 심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주민 500명이 서구청 심의실로 찾아가 입구를 가로막는 등 항의해 심의가 미뤄지기도 했다. 
 
이에 사업자는 두 번째 소송을 걸었다. 대법원 판결에도 서구청이 4개월이 넘도록 허가를 내주지 않고 시간을 끌어 손해가 발생했다며 지난해 12월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사업자는 “허가가 떨어지지 않은 지난 2년간 손해가 3억원, 하루 순이익은 3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구청이 30일 이내에 건축허가에 대해 처분을 하지 않는다면 사업자에게 매일 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를 결정했다. 
 
서구청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첫 번째 재판 결과인 대법원 판결에 따라 허가신청을 재접수해 절차를 이행했고 “30일 이내 처분하라”는 두 번째 법원 판결에 따라 심의를 열었는데 사업자의 보완 대책이 미비해 부결 처분이 났다는 것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이미 여러 번의 심의를 거치는 동안 대책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부결로 종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