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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뉴딜은 지역 구세주? “업자만 배불린다” 비판도

중앙일보 2019.04.12 00:04 종합 18면 지면보기
경남 통영엔 조선산업이 호황이던 2010년만 해도 6개 중형조선소가 있었다. 하지만 조선업 불황이 덮치면서 신아sb 등 5개 업체가 차례로 문을 닫았다. 조선 협력업체도 줄줄이 폐업하고 실직자가 늘면서 지역 경제는 주저앉았다.
 
정부와 통영시는 조선소가 있던 통영시 도남동 일대를 지역 경제 회생의 발판으로 삼았다. 문재인 정부의 역점 시책인 도시재생 뉴딜사업(뉴딜사업)을 활용해서다.  
 
2018~2023년 신아sb가 있던 폐 조선소 부지를 포함해 도남동 일원 51만㎡에 사업비 1조1041억원을 투입한다. 쇠퇴한 조선 산업 지역을 문화·관광 산업의 메카로 거듭나게 하려는 대형 프로젝트다. 통영시 관계자는 “뉴딜사업은 통영 경제를 이끌어온 신아sb가 파산한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지역민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KTX 천안아산역이 생기면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한 충남 천안시 와촌동 천안역 주변 도시재생 뉴딜사업지구. 천안시 관계자가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KTX 천안아산역이 생기면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한 충남 천안시 와촌동 천안역 주변 도시재생 뉴딜사업지구. 천안시 관계자가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천안시 와촌동 일대는 천안역을 중심으로 한때 핵심 상권 지역이었다. 이른바 구도심(원도심)이다. 하지만 2002년 천안과 아산 경계에 KTX 천안아산역이 생기면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천안역은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열차만 다니는 소규모 역으로 전락했다. 주변 인구는 줄고 빈 점포가 늘었다.
 
이곳은 2017년 뉴딜사업(중심시가지형) 지역으로 확정됐다. 2022년까지 모두 6219억원을 들여 개발사업을 추진한다. 도시형 공장 건물인 지식산업센터와 도시어울림센터를 짓는다. 천안시 이경렬 뉴딜사업 팀장은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천안지역 대학생이 이곳에서 창업하고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천안에는 11개 대학에 7만7000여명이 재학 중이다.
 
뉴딜사업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지방에 하나의 탈출구다. 사업비가 2018~2022년 5년간 50조원이다. 4대강 사업 22조원의 두 배가 넘는다.  
 
통영시 도남동 신아sb 폐조선소 모습. 세계 16위 였던 신아sb는 2015년 문을 닫았다. [뉴스1]

통영시 도남동 신아sb 폐조선소 모습. 세계 16위 였던 신아sb는 2015년 문을 닫았다. [뉴스1]

사업은 규모와 지원 내용에 따라 다섯 가지다. 경제기반형(50만㎡·통영 등), 중심시가지형(20만㎡), 일반근린형(10만~15만㎡), 주거지지원형(5만~10만㎡), 우리동네살리기(5만㎡ 이하)가 그것이다. 지방 외에 광역시·거점 도시의 낙후 지역도 대상이다. 소규모 사업은 주로 구도심 재생이 많다.  
 
뉴타운 사업처럼 대규모 철거 방식의 도시재개발 대신 기존 도심의 틀을 유지하면서 낡은 주거지를 정비하고, 구도심에 혁신 거점 공간을 조성한다.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정책과 김태훈 사무관은 “뉴딜사업은 산업쇠퇴·지방소멸·청년실업 등 지방이 당면한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딜사업은 박근혜 정부 때 본격화한 도시재생 사업이 원조다. 2014년 선도지역 13곳, 2016년 33곳을 지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도시재생 사업을 국정의 핵심 과제로 삼고 사업 이름에 ‘뉴딜’을 추가했다. 지금 뉴딜사업은 봇물이다. 2017년 68곳, 2018년 99곳, 지난 8일 22곳 등 189곳을 지정했다. 올해 전체 선정 목표는 100곳이다.
 
전남 순천시 옛 순천부읍성에 조성된 서문안내소. 마을방송국과 놀이방 등을 갖춘 커뮤니티 공간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순천시 옛 순천부읍성에 조성된 서문안내소. 마을방송국과 놀이방 등을 갖춘 커뮤니티 공간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과거 도시재생 사업 가운데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곳도 있다. 전남 순천이 대표적이다. 2014년부터 200억원을 들여 순천시 향동과 중앙동 일대 주거환경을 바꿨다. 빈집과 옛 파출소, 적산 가옥 등을 개조한 창작 스튜디오나 상점·식당이 꾸준히 늘고 있다. 화랑이나 공예점만 70곳에 이르는 문화의 거리로 변신했다. 오래된 집이 많았던 금곡동 일대는 생태를 테마로 한 마을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뉴딜 사업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정 지역이 지나치게 많은 데다 유사 사업과의 중복 논란이 일고 있다. 뉴딜사업은 올해까지 대상 지역이 313곳이나 된다. 나라 전체로 보면 선택과 집중이 아닌 분산형이라는 얘기다. 규모가 적은 우리 동네 살리기나 주거지 지원형 사업은 현대판 새마을 사업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김현수 교수는 “뉴딜사업은 혁신 성장의 플랫폼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딜사업과 비슷한 취지의 정부 사업은 한둘이 아니다. 지난달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농어촌·도시의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지구로 102곳(농어촌 72곳, 도시 30곳)을 선정했다. 일명 새뜰마을사업으로 소규모 뉴딜사업과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 신활력 플러스 사업’도 있다.  
 
국토연구원 서민호 도시재생센터장은 “도시재생 사업지구를 다소 무분별하게 지정한 데다 비슷한 내용의 사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어 상당수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뉴딜사업에 대한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자 배만 불렸다거나 부동산 투기를 유도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손혜원 의원이 부동산을 산 목포 뉴딜사업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투기 논란이 일었다. 목포 시내 부동산 관계자들은 “2~3년 사이 이곳 공시지가는 25% 정도, 평균 임대료는 3배 올랐다”고 전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재생 사업은 정부가 무작정 예산만 주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냉정히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 기본 개념: 도심 틀 유지한 채 주거지 정비,
혁신 거점 공간 조성
● 사업비: 5년간 50조원(2018~2022)
● 연도별 지정 현황
- 2017년 68곳 - 2018년 99곳
- 2019년 100곳(4월 현재 22곳 지정)
● 도시재생 뉴딜사업 유형(사업 규모)
- 경제기반형(50만㎡)
- 중심시가지형(20만㎡),
- 일반근린형(10만~15만㎡)
- 주거지지원형(5만~10만㎡)
- 우리동네살리기(5만㎡ 이하)
 
[자료: 국토교통부] 
 
대전·순천·통영=김방현·최경호·위성욱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