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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시선] 이미선을 통해 본 그들의 은밀한 재테크

중앙일보 2019.04.12 00:04 종합 29면 지면보기
박재현 논설위원

박재현 논설위원

지난해 법무부와 검찰 간부 49명의 평균 재산은 20억1608만원. 2017년에 비해 6838만원 늘었다. 헌법재판소는 전년도보다 2억여원 증가한 22억이다. 사법부의 경우 고법 부장급 이상 166명은 평균 27억6563만원을 신고했다. 전년도보다 3억5462만원 늘었다. 우리나라 고위공직자 1873명의 평균 재산이 12억9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역시 법조 직역이 월등히 부유하다.
 

특권과 반칙 통한 재산 증식
진경준·이유정 사례서도 확인
“판·검사 주식 전수조사”도 거론

고위직 판·검사들이 우리나라 국민의 가구당 평균 재산 3억8000만원(※정확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과 비교할 때 5~8배 많은 재산을 갖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인복(人福)이 중요했다. 부모의 상속이 많았거나 부유한 배우자 집안 덕분이었다. 월급과 각종 수당을 합쳐 1억원 조금 넘는 연봉을 받는 이들이 홀로서기를 통해 20억원 이상의 재산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다른 비결은 부동산 투자였다. 1995년 대법원과 대검이 서초동 청사로 이전하면서 강남 일대에 사 둔 집이 상승하면서다. 상당 수 판·검사들은 재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풍요속의 빈곤을 느꼈던걸까. 직위를 이용해 재산을 증식시킨 사례가 드러나면서 법조 공무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권력자와 재벌을 수사하고,재판했던 조직의 재산을 개인의 특권으로 이용하는 재주를 보면서다. 진경준 전 검사장이 대표적이다. 2016년 주식 양도차익 등으로 전년도보다 39억여원이 늘어난 156억여원의 재산을 신고하면서 사달이 났다. 지난해 이유정 헌재 재판관 후보도 마찬가지다. 변호사로 있으면서 자신이 맡았던 회사의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주식 매매로 수익을 올린 것이다. 그들만의 은밀한 재테크는 또 다른 탐욕 때문에 동티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욕심에 판단력이 약해진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을 살펴보자. 이 후보자와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가 신고한 재산은 42억6000만원이다. 이중 부동산 7억여원을 빼고 35억4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모든 현금을 주식에 ‘몰빵’할 때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닐까. 공교롭게도 이 후보자는 소송이 접수되고 판결을 내릴 때까지 이 회사 주식을 네차례 사들였다. 법원 내부의 진보단체이자 현 정부의 최대 지원세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우리법 연구회 출신인 이 후보자 남편도 마찬가지다. 그는 판사로 있으면서 재판을 맡았던 회사와 변호사로 재판에 참여했던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관련 회사의 성장성을 보고 매수를 했다”는 이 후보자의 해명보다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인 것 아닐까”라는 의심이 좀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2013년부터 2년간 67개 종목을 376차례 사고 팔면서 "재산 관리는 남편이 알아서 했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거다. 지방법원 부장판사급인 그가 후보자를 고사했다면 이번과 같은 수모는 당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돈도 벌고 명예도 얻고 자리도 차지하는게 그리 쉬운 일인가. “갑자기 부는 바람은 한나절을 지탱하지 못하고, 쏟아지는 폭우는 하루를 계속하지 못한다는 도덕경 구절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원로 법조인의 조언을 조금이라도 신경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과 며칠 전 정의와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국민 모두에게 기회가 보장돼 평범한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그의 다짐은 이 후보자 때문에 조소의 대상이 됐다. 법관 생활을 부업으로 한 것처럼 비쳐지는 사람에게 헌법재판관 자리를 주고 정의와 공정함을 외칠 수 있을까. 금융위원회가 나서 이 후보자의 주식 거래 내역을 조사한들 그 결과에 대해 누가 신뢰를 할까. 지금이라도 이 후보자에 대한 엄정한 검찰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김학의·장자연 사건보다 결코 못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판검사들의 주식 보유 내역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야한다는 여론 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권층끼리 결탁하고 담합하고, 공생하여 국민의 평범한 삶에 좌절과 상처를 주는 특권과 반칙의 시대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 문 대통령 발언이 시험대에 선 것을 이 정부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특히 박근혜 정부 때 우병우 민정수석을 그렇게 비판하던 조국 수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들만의 재테크’에 벌써 무덤덤해진 것일까.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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