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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 수립 100년 맞은 날, 경교장선 "너 이 XX" 욕설 울렸다

중앙일보 2019.04.11 17:33
"너 이 XX 몇살이야?"
11일 경교장 내부에서 밖으로 이동해달라고 요구하는 서울시 관계자와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회원들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남궁민 기자

11일 경교장 내부에서 밖으로 이동해달라고 요구하는 서울시 관계자와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회원들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남궁민 기자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11일 오후 2시, 백범 김구의 사저로 쓰인 서울 종로구 필동 경교장에서 고성이 울렸다. 좁은 경교장 내부는 10여명의 시민단체 회원이 서울시 관계자를 향해 내지르는 고함으로 가득 찼다. 독립투사들의 노고를 기리는 이날  '임정의 마지막 청사'로 불리는 경교장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문화재인데 누구 맘대로 나가라고 해"
발단은 집회 장소였다. 앞서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대표 김인수)은 경찰에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교장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문제는 이날 12시30분쯤 경교장 앞 집회를 마친 회원들이 내부로 진입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경교장 안에 방석을 깔고 앉아 '서울시는 불법 건축물 철거하고 경교장을 정상으로 복원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이 설치한 스피커에서는 독립군가가 울려 퍼졌다.

 
사적 465호인 경교장에서 예상치 못한 집회가 시작되자 서울시 관계자가 제지에 나섰다. 밖으로 이동해달라고 요구하자 시민단체 회원들은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김인수 대표는 서울시 관계자를 향해 "뭘 안다고 떠드냐" "내가 여기를 어떻게 지켰는데 나가라고 하냐"며 항의했다. 계속해서 서울시 관계자가 퇴장을 요구하자 김 대표는 "너 이 XX 몇 살이냐, 맞고 싶냐"며 몰아붙였다. 일부 회원들도 "여기는 문화재인데 누구 맘대로 나가라고 하냐" "박원순 시장 오라 하라"며 가세했다.
 
불똥은 같은 시간 경교장에서 열린 다른 행사로 튀었다. 이날 오후 2시 경교장 소응접실에서는 '임시정부 임시헌장 및 건국강령 계승 추진대회'가 열렸다. 약 30명의 시민이 모인 행사에서 임시정부 헌장에 대한 발표가 이뤄졌지만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경교장을 찾은 20대 여성은 소란을 보고 놀라 들어오지 못한 채 안을 살피기도 했다.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회원들의 항의가 1시간가량 이어지자 서울시 관계자도 제지를 포기한 채 현장을 지켜봤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고한 장소도 아닌 데다가 경교장 내부에서 집회를 하는 다른 단체가 있어서 방해되지 않도록 하려고 나섰다"면서 "이쪽 단체들이 워낙 서로 사이가 좋지도 않다. 다른 단체가 내부에서 집회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자 오히려 진입해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경교장 복원하라"
11일 경교장 앞에서 열린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회'에서 연주자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남궁민 기자

11일 경교장 앞에서 열린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회'에서 연주자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남궁민 기자

이날 오전 11시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이 주최한 행사에서는 지지부진한 경교장 원상복원에 대한 성토가 나왔다. 연단에 선 김인수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6번이나 초청장을 보냈는데도 와서 경교장의 이 꼴을 보지 않는다"며 "정부가 나서 경교장을 원형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문 대통령이 2017년 12월 16일 중국 충칭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에서 독립유공자 후손과 가진 간담회에서 경교장 복원을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사에서는 '임정 100주년 기념'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난 정치적 발언과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이어졌다. 마이크를 잡은 이상규 민중당 대표는 "이번 재보선 선거에서 민중당 후보가 3등을 했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파란을 일으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권오창 전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대표는 "오늘의 역사는 미제와 우리 민족의 결전의 순간"이라며 "트럼프가 죽을까봐 무서워서 북한 수소폭탄을 제거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에 대한 성토와 정치적 발언이 이어지자 몇몇 참석자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다른 연사들의 뒤를 이어 축사에 나선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더불어민주당 소속)은 "저는 행정 책임지는 사람일 뿐이고 특별히 정치, 사회적 일에 의견을 갖고 있지 않다"며 "(복원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전략적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11일 경교장에서 열린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회'에 참석해 축사하는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남궁민 기자

11일 경교장에서 열린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회'에 참석해 축사하는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남궁민 기자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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