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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재심청구 잇따를까

중앙일보 2019.04.11 17:19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뉴스1]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뉴스1]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재심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벌에 대해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경우, 헌재가 일정 기한까지 적용을 명했더라도 이는 위헌 결정의 하나이므로 즉시 해당 형벌 조항을 소급해서 효력을 잃는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 다만 대법원은 관계자는 "재심 청구는 가능하지만, 재심이 가능한지 아닌지는 사건이 접수된 법원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심 청구가 가능한 사건은 2012년 8월 23일 이후 판결로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3항은 위헌 결정이 난 사건이 이전에 합헌으로 결정을 받은 적이 있다면 그 결정 다음 날로 소급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2년 8월 23일 낙태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이 결정일 이후 낙태로 유죄를 확정받은 판결에 대해서만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낙태죄로 1심 재판에 넘겨진 건수는 모두 96건이다. 대부분 선고유예ㆍ벌금형을 받았다. 임신 5주 된 태아를 낙태해 2016년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선고유예를 받은 이모(42)씨의 경우도 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 여부를 판단받을 수 있다. 선고유예는 법원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그 기간을 큰 문제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하는 제도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선고유예도 유죄를 전제로 한 선고기 때문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임신 5주 된 태아의 낙태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2015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이모(44ㆍ남)씨도 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국가로부터 벌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다.  
 
 실형이 선고됐다면 옥살이를 한 기간에 대해 형사보상금 청구를 해볼 수 있다. 2012년 부산고등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조산사 A씨는 이미 형집행기간이 끝났지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형사보상법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구금된 뒤에 재심 등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 구금 일수에 따라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정한다. 이 경우 무죄 재판 확정 판결일로부터 5년 이내, 확정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무죄 판결을 받은 법원에 보상금을 신청해야 한다.  
 
 현재 낙태죄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공소 취소에 따라 공소가 기각되거나 무죄 판결로 사건이 종결된다.
 
다만 국회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재심 청구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 헌재는 국회에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주문에서 밝혔다. 따라서 국회가 낙태죄가 허용 가능한 임신의 기간을 몇주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재심 청구 대상자가 달라질 수 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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