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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를 대학야구 강호로 변모시킨 장채근 감독

중앙일보 2019.04.11 16:28
홍익대를 대학리그 강호로 탈바꿈시킨 장채근 감독

홍익대를 대학리그 강호로 탈바꿈시킨 장채근 감독

"올해 10월이면 만 8년째네요.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는데… 허허허."
 
장채근(55) 홍익대 감독은 처음 감독을 맡던 2011년을 떠올리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대학야구 변방이었던 홍익대는 그가 부임한 뒤 우승을 밥먹듯이 하는 강호로 변신했다.
 
장 감독의 현역 시절 별명은 수호지의 등장인물 '노지심'이다. 현역 시절 큰 체격과 호탕한 성격 덕택에 얻은 별명이다. 장채근 감독은 호쾌한 타격과 투수들을 이끄는 넉넉한 마음으로 해태 왕조 시절 6번이나 우승을 경험했다. 은퇴 이후 코치로도 활동했던 그는 2008년 히어로즈를 마지막으로 프로 무대에서 떠났다. 대신 2011년 홍익대 감독으로 아마야구판에 뛰어들었다.
해태 시절 장채근과 선동열 배터리. 두 사람은 해태 왕조의 주역이었다.

해태 시절 장채근과 선동열 배터리. 두 사람은 해태 왕조의 주역이었다.

 
홍익대는 대학 야구 만년 하위팀이었다. 장채근 감독이 부임하기 직전인 2011년엔 2승에 그쳤다. 이듬해에도 3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장 감독이 본격적으로 팀을 이끈 2013년에는 춘계리그와 대학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강팀으로 변모했다. 2014년 무려 10년 만에 홍익대에 우승 타이틀(하계리그)을 안기더니 다섯 번이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장 감독은 "내가 잘한 게 아니다. 학교에서 정말 많은 지원을 해주신다. 이면영 이사장과 양우석 총장께서 선수들이 연습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덕분"이라고 했다.
 
대학 선수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교육부처에선 선수들의 교육권 보호를 강조하지만 지도자와 선수 입장에선 훈련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캠퍼스에 야구장이 있는 대학 야구부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홍익대도 마찬가지다. 훈련장은 캠퍼스에서 떨어진 수원에 있다. 장채근 감독은 "다행인 건 우리 학교는 선수들의 수업과 훈련을 위해 많은 배려를 해주고 있다. 야구부 학생들은 대부분 산업스포츠학과다. 월,화요일엔 수업을 듣고 수~금요일엔 훈련을 한다. 토요일에도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위해 강의를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히어로즈 코치를 지낸 장채근 감독과 일본인 투수 다카쓰 신고.

우리 히어로즈 코치를 지낸 장채근 감독과 일본인 투수 다카쓰 신고.

 
성적만 좋아진 건 아니다. 결국 학생 야구선수들의 꿈은 프로행이다. 홍익대는 장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매년 프로선수를 배출했다. 2013년과 2014년엔 3명, 2015년엔 1명이 프로에 갔다. 2016년엔 홍익대 선수로는 처음으로 투수 김재영(한화)이 2차 지명 1라운드에 선택되는 경사도 있었다. 2018년까지 장 감독이 부임한 뒤 이흥련(두산)·구승민·나원탁(이상 롯데) 등 12명이 프로에 갔다. 한 해 프로에 가는 대학 선수가 20~30명 남짓인 걸 감안하면 굉장한 숫자다. 장 감독은 "아무래도 제자들이 프로에 가는 게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 감독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대학야구가 점점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과 달리 뛰어난 고교 유망주들은 프로로 직행하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제자들을 프로에 보낼 때면 흐뭇하다. 하지만 대학 야구가 너무 힘들다.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다. 이어 "고교 팀이 80개인데 프로에서 매년 뽑는 선수는 100명이 조금 넘는다. 나머지 선수들은 대학 야구가 무너지면 갈 곳이 사라진다"고 걱정했다. 장 감독은 "야구부 운영비는 대학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다. 프로배구는 계약금 일부를 학교발전기금으로 준다. 프로야구도 배울만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장채근 감독이 대학야구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건 단순히 진학과 진로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장 감독은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에선 배우는 게 많다. 프로에 가지 않더라도 사회인으로서 성장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야구'가 아닌 '대학'에 무게를 둬서라도 대학야구는 보호받고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KBO에서도 좀 더 대학야구 성장과 보호를 위한 조치들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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