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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서기관도 주식 신고하는데···이미선 왜 빠졌나

중앙일보 2019.04.11 15:47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가 35억 원대 주식을 보유해 논란인 가운데 허술한 ‘공직자윤리법’상 주식 관련 규정 논란이 불붙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전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 결정을 받은 이후 (주식 처분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청문회에선 “헌법재판관이 된다면 주식을 조건 없이 처분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인사혁신처 윤리정책과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현재 중앙지법 부장판사라 (주식백지신탁) 심사 대상이 아니다”며 “재판관으로 임명돼야 심사할 수 있는데 현재로선 직무 관련성을 판단 받을 ‘대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공직자윤리법상 재산을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은 장ㆍ차관 등 1급 이상 공무원과 고법 부장판사 이상 판사, 검사장급 이상 검사 등이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금융 관련)ㆍ금융위원회 4급(서기관) 이상 공무원은 주식거래 내용을 신고해야 하고 주식백지신탁제도 적용 대상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주식백지신탁제도를 적용받으면 보유 주식이 3000만원 이상인 경우 한 달 내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 신탁해야 한다”며 “배우자 등 가족에게 양도하는 것도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의 경우 재산 신고나 주식 백지신탁 관련 규정 둘 다 적용받지 않는다.
 
공직자윤리법에서 주식과 직무 관련성을 가르는 여부는 ‘주식 관련 정보에 관한 직간접적 접근 가능성과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다. 시행령은 아래와 같이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보유 주식을 발행한 기업의 경영 또는 재산상 권리에 관한 상당한 정보를 입수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면서 ▶해당 업종에 관한 정책 또는 법령의 입안ㆍ집행 직무 ▶수사ㆍ조사ㆍ감사 및 검사 직무 ▶인가ㆍ허가ㆍ면허 및 특허 직무 ▶조세 조사ㆍ부과ㆍ징수 직무 ▶법령상 지도ㆍ감독 직무 ▶예산 편성ㆍ심의ㆍ집행 또는 공사ㆍ물품 계약 관련 직무 ▶사건 심리 또는 심판 직무 중 하나에 해당하면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이 후보자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가 2018년 1월 17일 매수한 이테크건설 주식 거래 현황. 2월 2일 2700억원 규모 계약 체결을 알리는 계약을 공시했다. 오른쪽은 이테크건설 모회사인 OCI 로고.

이 후보자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가 2018년 1월 17일 매수한 이테크건설 주식 거래 현황. 2월 2일 2700억원 규모 계약 체결을 알리는 계약을 공시했다. 오른쪽은 이테크건설 모회사인 OCI 로고.

이 후보자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일하던 지난해 자신이 주식을 가진 이테크건설의 건설 현장 설비 피해 사고와 관련해 보험사가 제기한 민사 재판을 담당했다. 직무 관련성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이태수 서울대 명예교수(전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는 “주식 투자 정보의 원천은 고위 공무원뿐 아니라 기업을 담당하는 각 부처 실무 공무원에서 나오는데 (공직자윤리법에는) 여기 대한 비리 감시 규정이 없다”며 “이 후보자 같은 판사ㆍ검사의 경우도 내밀한 기업 정보를 다루는데 주식 관련 규제 사각지대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주식은 그나마 감시 규정이라도 있지만 현 정부 들어 자주 문제 된 부동산 관련 규정은 아예 빠졌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계 자산으로 봤을 때 주식보다 부동산 규모가 더 큰 경우가 많은 만큼 부동산도 백지신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직자윤리법상 처벌 조항이 없어 규정이 선언적 의미에 그친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분야 업무를 못하도록 차단하는 장치도 없다. 앞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제정 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에선 공직자가 이해충돌 원칙을 위반할 경우 재산상 이익을 환수하고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직무상 알게 된 비밀로 재산상 이익을 얻을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 규정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반대에 부딪혀 이해충돌 처벌 관련 내용이 빠졌다.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부패방지법학회장)는 “문제 될 수 있는 전형적 사례를 모아 입법으로 구체화해 당사자에게 고지 의무를 지우고, 위반 시 처벌 규정을 두는 쪽으로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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